영국 클래식FM의 목소리

BBC 출신 방송인 모이라 스튜어트 (Moira Stuart)의 내공

by yoonshun

(2018년에 작성해 둔 글을 시의성에 맞게 약간 수정했습니다.)


* 영국의 거대 미디어 그룹 글로벌(Global) 소유의 라디오 채널 ‘클래식 FM’은 시간대나 요일, 진행자마다 특화된 음악과 코멘트가 은근히 섬세하게 편성되어 있다.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들면서는 어플(global player)과 스마트 스피커 등으로 지역 제한을 벗어나 어디서든 편리하게 청취할 수 있다.


상업방송이다보니 광고 시간도 긴 편이지만, 현지 시각으로 한밤중을 제외하면 매시 정각을 비롯해 수시로 실시간 (당연히 주로 영국 중심의) 뉴스와 날씨, 교통정보도 전달한다.


* 채널을 켜 두고 늘 집중해 듣기만 한 건 아니지만, 언제부턴가 특정 시간대마다 들려오던 여성 뉴스 리포터(앵커) 모이라 스튜어트(Moira Stuart)의 목소리에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허스키한 저음에 무심한 톤으로 영국식 발음의 뉴스를 읽어주는 그 여성은 해당 시간대 프로그램 진행자(주로 Tim Lihoreau)와 유머 섞인 짧은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데, 다른 시간대나 요일의 뉴스 리포터들에 비할 수 없는 특유의 존재감이 매력적이었다. 심지어 모이라의 뉴스리딩을 듣기 위해 기다리게 될 정도였다.


* 어느날 문득 그의 이름을 검색해 보다가 여러 번 놀라게 되었다. 풀 네임은 Moira Clare Ruby Stuart, 대영제국 훈장의 하나인 OBE의 수여자로, 전직 BBC 앵커, 게다가 ‘영국 방송인=당연히 백인’일거라는 편견(;)과 다르게 갈색 피부에 곱슬머리 외모를 갖고 있었다. 알고보니 아프리카계 캐리비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영국 텔레비전의 뉴스 앵커가 된 여성이라고 한다.


* 가장 놀라웠던 건 1949년생, 1981년부터 2018년 초까지 BBC에서 일하다가 클래식FM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보도 기록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채널의 책임자 샘 잭슨(Sam Jackson)이 모이라 영입을 환영하면서 ‘방송의 전설(broadcasting legend)’이라고 언급한 것이 전혀 과장이 아님을 알게 된다.


* 모이라는 클래식 FM에서 평일 뉴스 전달 이외에도 직접 프로그램의 프리젠터를 담당하기도 했다. 잠깐씩 지나쳐 가던 짧은 뉴스리딩만으로 어떤 음악이나 프로그램을 넘어서는 호기심을 이끌 수 있다니, 목소리가 한 인물의 내공 뿐 아니라 시대의 무게감까지도 전달하는 힘을 가질 수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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