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십 조각들을 잘근잘근 씹으며

자살 인형_프리다 휴즈

by 윤소희

자살 인형


- 프리다 휴즈


이제 그들은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한다

아이들을 고아로 만들면서

오븐 속에 처박은 머리를

상상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땅콩을 주워 먹으면서

내 어머니의 죽음을 보고 즐긴 사람들은

그녀의 추억을 각자 하나씩 들고 집으로 가겠지

생명이 없는 - 기념품

아마 그들은 비디오를 살지도 모른다


그들은 내가 내 어머니의 말들을 순순히 내놓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들이 만들어낸 괴물의 주둥아리를 채우기 위해

그들의 자살 인형 실비아라는 괴물.




2005년에 개봉된 영화 <실비아>에서 기네스 펠트로가 실비아 플라스 역을 맡았다.

이 시의 제목도, 이게 전문인지조차 알 길 없지만

이 시에는 엄마를 ‘자살 인형’으로 ‘생명 없는 기념품’으로 만드는 것에 대한 딸의 분노가 담겨 있다.


엄마 실비아 플라스가 가스 오븐에 머리를 넣고 있을 때, 3살이 채 되지 않은 프리다는 갓 돌이 지난 남동생 니콜라스와 함께 바로 옆방에서 자고 있었다. 어쩌면 일어나서 엄마가 마지막으로 준비해 놓은 우유와 빵을 먹었을지도 모른다.


몇 년 전 끝내 아들 니콜라스도 자살로 생을 마감한 걸 보면

고아처럼 남겨진 그들의 삶의 무게가 어땠을지 조금은 짐작해 볼 수 있다.


호기심의 불꽃으로 이글이글거리는 눈빛들. 갑자기 소리를 낮추고 소곤대는 목소리들...


뉴스 보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너무도 간단하고도 무참히 가지를 쳐내고 씹기 쉬운 가십 조각으로 만드는 것 같아서.

하지만 싫다고 하면서도 혼자만 뒤쳐질까, 그 가십 조각들을 잘근잘근 잘도 씹어 먹는다.

땅콩과 함께, 팝콘과 함께, 커피나 콜라도 한 잔 하면서.


플라스.png 테드 휴즈와 실비아 플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