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라는 것

어른의 ‘안 본 눈’에 대하여

by 윤해

우리는 코론의 한 식당에 앉아 있었다. 처음으로 우중 다이빙을 경험하고 돌아와, 저녁 식사를 기다리던 참이었다. 오른쪽으로는 낮은 담처럼 보이는 벽이 있었고, 벽 너머로 맞은편 주유소의 지붕이 내려다보였다. 비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하늘은 어둡고 먹먹한 보랏빛이었다. 이윽고 천둥이 쳤다.


천둥이 치고 십 초를 기다리면 번개가 친다. 아마도 초등학교 시절에 배웠을 상식을 떠올리며 마음속으로 십 초를 세었다. 십, 구, 팔, 칠, 육, 오, 사, 삼, 이, 일.


빛줄기와 함께 예상치 못했던 남편의 한 마디가 떨어졌다.


“와, 나 번개 처음 봐.”


남편은 아이처럼 연신 창밖을 바라보며 다음 번개를 기다렸다. 서른이 넘도록 번개를 처음 본 사람이 있다니. 게다가 그 사람이 나와 공통분모가 아주 많은, 꽤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나의 남편이라는 사실이었다. 바다 건너 코론에서 하필이면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날, 창가에 앉지 않았다면 몰랐을 사실이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이 새롭게 느껴졌다.




아이를 키우면 세상을 한 번 더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아이는 어른들이 사고 싶어 하는 ‘안 본 눈’으로 세상을 본다. 아이의 곁에서 그 눈과 표현을 빌려 보는 세상은 분명 새로울 것이다. 대개는 어른이 될수록 세상이 익숙해지고, 시간은 더 빠르게 흐른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은 아직도 새롭고, 어른도 여전히 ‘안 본 눈’을 가질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소년만화의 주제가처럼 의지와 용기가 필요하다. 어른이 ‘안 본 눈’을 갖기 위해서는, 흘러가는 일상을 멈춰 세울만한 사건을 스스로가 만들어나가야 한다.




작년의 나는 처음으로 프리다이빙을 배웠다. 바다에서 수업을 받던 첫날에는 두려움에 2미터도 채 내려가지 못했다. 그랬던 내가 이번 코론 여행에서는 처음으로 난파선 사이를 누비고, 듀공과 헤엄을 쳤다.


프리다이빙을 배우며 나는 느리지만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긴장을 덜어낼 수 있게 된 나, 급한 성격이 조금 누그러진 나. 잘 자고 새벽 운동을 나서는 나, 더 깊은 수심에 도전하는 나. 이런 새로운 나의 모습들이 낯설지만 꽤 마음에 든다.


프리다이빙은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다. 이제는 만나고 싶은 다이빙 포인트가 구글 맵 위에 빼곡하다. 앞으로도 용감하게 성장하는 내가 되기를, 아직 경험하지 못한 삶의 영역을 계속 만나기를 바란다.


이것은 나의 첫 코론 여행에 대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