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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율 May 27. 2023

루트임팩트에서 일하고요, 헤이그라운드 팀입니다.

지금의 직장으로 이직한 후 유독 무슨 일 하는 회사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최근에도 지인이 회사에 대해 물었는데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 회사는 흔하지 않은 일을 한다. 사람들이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내 설명이 지루하지 않을까 고민한다. 결국 다 생략해 버리고 말을 돌린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사람들이 회사가 하는 일을 잘 알아주길 바란다. 궁금한 누군가가 차분히 읽을만한 글을 써보기로 했다. 나는 루트임팩트에 다닌다.


루트임팩트는 사회 곳곳의 체인지메이커를 발굴하고, 이들이 지속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임팩트 생태계를 조성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입니다.


비영리 사단법인이라고 하면 흔히들 시민 단체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 같다. 비영리 조직은 정말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루트임팩트는 조금 특별한 위치에 있다. 하나의 사회문제에 집중하기보다, 체인지메이커라는 조직과 개인을 지원해 생태계 전체가 성장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각각의 체인지메이커가 집중하고 있는 사회문제가 해결되리라 믿는다.


체인지메이커는 다양한 사회·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을 뜻한다. 누구든 체인지메이커가 될  수 있다. 카페 음료를 텀블러에 담아 테이크아웃하고, 집안 콘센트를 반드시 뽑은 뒤 출근하고, 친환경 비누나 세제를 사용하고, NGO에 매달 후원하고, 장애인 이동권 관련 뉴스를 누군가에게 공유하는 등 개인의 일상에서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여하는 사람들 모두가 체인지메이커다.


개인적 차원의 체인지메이킹을 넘어서 비즈니스의 형태로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가는 회사나 단체를 임팩트 지향 조직이라고 부른다. 임팩트 지향 조직인 소셜벤처, 사회적 기업, 비영리 단체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연결, 협력하면서 사회적, 환경적 임팩트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생태계가 바로 임팩트 생태계다.


너네 회사는 무슨 일 해? 라고 물었을 때,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입니다." "기후위기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입니다."와 같은 설명을 들을 줄 알았을 텐데, 루트임팩트 구성원들은 "체인지메이커가 뭐냐면~"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숙명.




그래서 루트임팩트는 체인지메이커를 위한 임팩트 생태계를 어떻게 조성하고 있을까. 루트임팩트는 임팩트 지향 조직이 함께 모여 일할 수 있는 코워킹 오피스 헤이그라운드, 임팩트 지향 조직의 리크루트 정보를 알 수 있는 커리어 플랫폼 임팩트커리어, 임팩트 추구 인재를 포함한 체인지메이커가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컨퍼런스와 성장프로그램, 자금과 유무형의 지원이 필요한 비영리 조직을 위한 임팩트필란트로피 제1호 기금, 임팩트 지향 조직을 위한 공동 직장 어린이집 모두의 숲 등을 운영한다.



헤이그라운드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체인지메이커들이 함께 일하고 성장하는 코워킹 커뮤니티 스페이스입니다.



그중에서도 나는 헤이그라운드 팀에 속해 있다. 헤이그라운드는 임팩트 지향 조직만 입주할 수 있는 코워킹 오피스다. 빅이슈, 에누마, 아쇼카, 루트에너지, 어썸스쿨, 뉴웨이즈, 공감인, 기후솔루션, 비투비, 키뮤, 임팩토리얼(모레상점), 씨드앤, 빠띠, 자란다, 두핸즈, 다시입다연구소, 누구나데이터 등 아주 많은 회사가 입주해 있다. 이들 조직은 환경, 아동, 빈곤, 육아, 장애인, 주거 문제 등을 해결하고 있다. 몇 곳을 좀 더 소개하면,


빅이슈는 빈곤 해체를 미션으로 하는 조직이다. 홈리스 상태에 놓여본 사람들이 '빅이슈'라는 잡지 판매를 통해 합법적 수익을 올릴 기회를 제공한다. 지하철에서 빨간 조끼를 입고 "빅이슈"를 외치는 분을 한 번쯤 마주쳤을 것이다. 영리 조직도 있다. 임팩토리얼은 책임소비 쇼핑몰 '모레상점'을 운영한다. 환경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더 나은 소재로 잘 만들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만 판매한다. 제품을 취급하지 않는 조직도 있다. 뉴웨이즈는 뽑고 싶은 정치인이 너무 많아 고민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젊치인(젊은+정치인)의 도전과 성장을 돕는 에이전시이다. 젊치인 육성 플랫폼뿐 아니라 누구나 정치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 콘텐츠를 만든다.


뉴웨이즈의 뉴웨이즈메이트(좌) 임팩토리얼의 모레상점(중) 빅이슈코리아의 빅이슈매거진(우)


헤이그라운드 공간에 대한 설명을 하기도 전에 입주 조직이 하는 일부터 설명하는 이유는 임팩트 지향 조직이 헤이그라운드의 정체성이기 때문이고, 이들 비즈니스의 다양함이 와닿아야 헤이그라운드가 더 잘 설명되기 때문이다. 아주 예전의 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으로 아프리카 봉사, 후원 ARS 전화, 광화문 시위 정도만 떠올렸다. TV엔 매번 그런 장면만 나왔으니까. 과거에 비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는 조직이 많아졌다. 심지어 요즘은 봉사도 기부도 시위도 더 간편하고 재밌게 할 수 있다. 임팩트 지향 조직이라는 표현을 처음 들으면 사뭇 납작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그 조직들은 저마다 개성 있는 방식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면 생각보다 재미있는 세계가 열릴지도 모른다.


임팩트 지향 조직은 비영리 조직처럼 법인격 형태를 부르는 말이 아니다. 사회적 기업처럼 인증받는 명칭도 아니다. 어떤 회사가 임팩트 지향 조직이고 어떤 회사는 임팩트 지향 조직이 아닐까. 당근마켓의 사업은 물건의 사용 기간을 늘려 폐기물을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당근마켓은 스스로를 임팩트 지향 조직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인권이나 기후 문제 같은, 사회 문제라고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이슈보다 라이프스타일이나 문화의 영역을 다루는 임팩트 지향 조직도 있다. 임팩트의 크기가 얼만해야 임팩트 지향 조직이 될 수 있는 걸까. 임팩트 지향 조직의 경계를 구분하는 칼 같은 기준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몇 해 전부터 임팩트 지향 조직을 정의하고 조직의 임팩트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논의가 생겨나고 있으며 루트임팩트 역시 이를 고민하고 있다.


성수시작점(좌)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우)


임팩트 지향 조직이 멋진 공간에서 안정적으로 일하며 함께 성장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헤이그라운드의 존재 목적이다. 초창기 루트임팩트는 임팩트 지향 조직을 성수동으로 모으기 시작했고 2017년 헤이그라운드 1호점인 성수 시작점을 오픈했다. 현재는 서울숲점까지 성수동에만 2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양 지점 통틀어 약 100개 기업, 약 1000명이 입주해 있다. 코워킹 오피스이기 때문에 각 입주사는 사무공간을 전용으로 계약하고 라운지, OA실, 휴게공간, 회의실, 폰부스 등은 모든 회사가 공유한다. 멤버십 비용이 다른 코워킹 오피스 시세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


성수시작점은 지어질 때부터 임팩트 지향 조직과 함께 논의해 공간을 디자인했다. 각자도생 하던 임팩트 지향 조직은 이제 같은 공간에서 서로가 존재함을 인지하고 업을 이어나간다. 공간의 형태 역시 목적을 따른다. 복층으로 뚫린 라운지는 다른 층을 이용하는 멤버일지라도 자주 마주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다양한 행사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한 공용 공간이 곳곳에 있다. 다양성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공간을 개선하며, 탄소배출량 절감을 위해 시설을 점검한다.


네트워킹 파티(좌) 키뮤 작품 전시(우)


고객과의 관계도 영리 기업의 서비스 제공자-구매자 관계와는 조금 다르다. 헤이그라운드 팀은 입주전 인터뷰를 통해 임팩트를 지향하며 커뮤니티에 기여할 수 있는 조직을 찾는다. 우리는 입주 조직이 어떤 일을 하는지 모두 알고 있다. 그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팝업 공간을 제안하고, 행사를 지원하고, 다른 멤버를 소개해주는 등 임팩트 지향 조직에 도움이 되는 기회를 찾아주기 위해 노력한다. 루트임팩트에 입사하고 헤이그라운드로 출근하면서부터 멤버가 만드는 친환경 제품을 먼저 구매하게 되었고, 멤버가 주최하는 전문가 강연도 더 자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멤버를 소개하는 전시를 보고 멤버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읽는다. 사실 여느 회사처럼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앞에 앉아 메일에 회신하고 자료를 찾고 회의하며 보내지만,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가치관이 비슷한 여러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가끔 이벤트까지 즐길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건 내 일터의 최대 장점이다.


코로나에 대한 규제가 점점 완화되며 작년부터 행사 수요가 늘었다. 멤버가 아닌 조직 또는 개인까지 헤이그라운드로 연락해 공간을 대관할 수 있는지 문의하곤 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헤이그라운드를 경험하고 헤이그라운드에 입주한 조직을 알아갈 수 있도록 올해 초에 대관 전용 공간 헤이그라운드 브릭스를 오픈했다. 브릭스는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 지하 1층과 서울숲점 3층에 위치한다. 6인부터 120인까지 수용가능한 총 10개 공간이 있다. 브릭스 공간을 운영하는 방식 역시 임팩트와 무관하지 않다. 임팩트와 관련된 행사, 여러 조직이 협력해 주최하는 행사, 문자통역 서비스 등을 이용해 참여자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행사 등에 큰 폭의 할인율을 제공한다. 또한 양지점은 RE100에 참여하고 있으며, 브릭스 성수는 배리어프리 환경을 위해 무대 슬로프, 휠체어 진입 가능한 주방 시설을 갖추었다. 기획하고 만들기까지 정말 힘들었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유용하게 써줬으면 좋겠다.


루트임팩트가 하는 일


출근해서 '임팩트'를 언급할 때마다 벌주를 마셔야 한다면 우리 회사 사람들은 오전 중에 모두 만취할 것이다. 임팩트, 임팩트 생태계, 임팩트 지향 조직, 임팩트 추구 인재. 루트임팩트에 입사한 후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심지어 회사 이름에도 임팩트가 들어간다. 네이버에 임팩트를 검색하면 3인조 가수가 가장 먼저 나온다. 무슨 연관성인지 공구 쇼핑 사이트도 등장한다. 임팩트라는 골프 용어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임팩트가 이름에 들어간 식품이나 제품 리뷰도 많다. 회사에서 말하는 의미와 동일하게 쓰인 ‘임팩트’ 정보는 거의 찾을 수 없다.


임팩트는 사회·환경 문제가 개선되어 인간의 삶과 지구의 상태가 긍정적으로 변화한 상태를 의미한다. 충분하면서도 추상적이다. “예술이란?” “존중이란?”  “~란?”을 붙이는 순간 문장에서 풍기는 진지함에 어쩔 줄 몰라지는 단어들이 있다. 회사에서 임팩트는 그런 존재다. 하루에 수십 번을 말하면서도 “임팩트란?” 하고 누군가 묻는다면 갑자기 벙찌게 될 것이다. 누군가 “음… 내가 생각하는 임팩트는~” 하고 시작해버리면 결론 없는 대화의 장이 열릴 것 같다. 이 단어가 회사 바깥으로, 생태계 바깥으로, 유명해지면 좋겠다. 그럼 회사를 설명하기도 훨씬 더 쉬워질 텐데. 임팩트도 예술이나 존중처럼 알긴 알지만 진지하게 논하기엔 사뭇 쑥스러운 정도의 단어로서 인지도가 생기기를, 언젠가 공구 이름이나 골프 용어보다 네이버 검색 우위를 차지하는 날이 오기를,





루트임팩트는 내가 처음으로 4년 넘게 다닌 회사다. 회사로 헐렁헐렁 출근하자마자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하루종일 입에 달고 있지만 그래도 꽤 진심으로 일하고 있다. 글을 읽은 사람들이 루트임팩트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아는 것을 넘어서 생태계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보내주길 원한다. 세상엔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문제가 정말 많다. 관심 가는 사회 문제를 풀어가는 조직이 어디인지 잘 모르겠다면 언제든 알려줄 수 있다. 관련 콘텐츠를 다루는 소식지나 언론사도 추천 가능하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사회 문제 하나쯤 가슴속에 품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임팩트 지향 조직 하나쯤 응원하며 살기를 바란다.




* 상기 내용은 루트임팩트 홈페이지의 소개글, 매거진 루트임팩트 콘텐츠, 그리고 조직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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