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쁨 탈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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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g


삶이든 사람이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건 마음이 덜 바쁠 때라는 생각을 문득 해본다. 살기가 너무 바쁠 땐 마음도 사랑도 온전하기 어렵다. 그냥 바쁘다는 표현보다는 삶에 끌려가고 있을 때란 표현이 더 맞겠다.
서글픈 건 자꾸 이런 상태에 적응하고 타협하는 것. 적응이란 어느 정도 욕심을 내려놓는 것, 즉 기대를 점점 낮추는 걸 말한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이 크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아니까 마음이 자동으로 방어모드에 들어간다. 적응하지 않으면 마음이 자꾸 허해지니까 하는 수 없지만, 이런 느낌은 싫은데.

한동안 일에 집중하기 위해 라는 핑계로 따로 글을 쓰지 않았다.

결과는, 그래서 역시 사람은 한 우물을 집중해서 파야해라는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평소에 하던 다른 일들을 내려놓는다고 해서 일의 효율이 대단히 좋아지는 건 아니라는 걸 다시 확인했달까. 삶이란, 생활이란 생각보다 이 일과 저 일이 얼키고 설켜 은근한 영향을 준다.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쓸데없는 일처럼 보이는 잡다한 취미들은 나름대로 내 생각을 정리하는 데 저마다의 몫으로 보탬이 되어주고 있었다. 평소 사람들과 나누는 잡담은 내 머릿속을 돌아다니는 잡스런 생각을 배출하는 역할을 했고, 운동은 개운한 몸과 정신상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그림과 일기는 머릿속 생각을 구체화하는 데 도움이 됐고, 상관없는 분야의 독서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시선을 얻는 동력이 됐다. 이런 걸 억지로 다 꾹꾹 누른 채로 일에 집중하는 건, 적어도 내겐 그다지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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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쓰다 만, 9년 전의 글을 지금 발견했다.

두서없이 주절주절 써둔 걸 보니 아마도 출퇴근길 핸드폰으로 끄적였던가 보다.

그 시절의 내가 했던 생각을 남겨두기 위해 발행 버튼을 눌러둔다.

이 나이가 되어서 돌아보는 나의 어린(!) 시절은 마냥 귀엽고,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 나이 먹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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