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사례로 본 3가지 주주권 행사 유형과 PR인의 스탠스
국민연금이 특정 기업에 대해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소식이 들리면, 시장과 기업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보통 경영권 다툼이나 지배구조 변화 등 급진적인 변화의 전조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업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홍보인들은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 중 하나 일 것이다.
그러나 홍보인이라면 막연히 두려워하기 보다는, 국민연금이 어떠한 프로세스에 의해서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수탁자 책임 원칙(스튜어드십 코드)’에 기반한다.
이는 단기적인 경영 개입이나 경영권 분쟁을 목표로 하기 보다는 , 기업의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 이익을 위한 행위임을 전제로 한다.
국민연금이 기업 이슈를 다루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쨰, 중점관리사안
둘째, 투자 목적 변경
셋쨰, 예상치 못한 우려
각 유형에 별로 적용되는 기준과 절차 등이 다르며, 무엇보다 국민연금의 기업에 대한 개입의 강도가 다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 한다고 한다면, 단순 개입 여부 보다는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지를 구분해서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점관리사안은 기업 내부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때 작동하는 단계다. 일회성 사고보다는 지속적인 저평가 요인에 집중한다.
중점관리 사안의 대상 분야는 크게 4가지다.
① 배당 정책 : 과소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 미흡
② 임원보수 : 경영 성과 대비 과도한 보수 지급
③ 법령위반 : 횡령, 배임 등 법 위반
④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지속적인 반대에도 개선이 없는 경우
대표적인 케이스는 배당 정책이다. 수년째 배당 성향이 업계 평균을 밑돌거나,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반대 목소리가 지속됨에도 경영진이 실질적인 개선책을 내놓지 않을 때, 국민연금은 이를 지배구조나 주주환원 정책의 구조적 문제로 인식한다.
이 단계의 핵심은‘경고 대화 관리 강화’라는 점진적 프로세스다. 기업에게 개선할 시간을 부여하되, 변화가 없으면 다음 단계로 이행한다는 원칙을 보여준다.
1단계 : 비공개 대화대상기업 지정
- 기업과 비공개 면담을 통해 사안에 대한 문제 인식 및 개선 요청
↓
2단계 : 비공개 중점관리기업 지정
-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중점관리 대상으로 지정하고 경고 성격의 관리 강화
↓
3단계 : 공개 중점관리기업 지정
- 기업명을 시장에 공개해 평판 리스크를 부여
↓
4단계 : 주주제안
- 주주총회 안건 상정 등을 통해 실질적 주주권 행사 실행
※ 사례1: LG화학
과거 LG화학 사례를 살펴보면, 배당 정책에 대한 주주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음에도 뚜렷한 개선이 없자 국민연금은 즉각적인 공개 압박 대신 약 1년간의 ‘비공개 대화’를 선행했다. 이후에도 변화가 불충분하다고 판단되자 비로소 ‘비공개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하여 관리를 강화했다.
가장 많이 알고 있는 방법으로 지분 보유 목적의 변경 공시가 이에 해당한다. 보유 목적이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 혹은 ‘경영참여’로 변경되는 것은, 국민연금이 단순한 투자자를 넘어 주주로서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의미다.
이 단계에서는 정관 변경 요구, 이사 선임 및 해임 주주제안 등 경영의 본질적인 부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 사례 2: 한진칼 (2019)
조양호 회장 일가의 횡령·배임 이슈 당시, 국민연금은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했다. 이는 해당 사안을 일회성 리스크가 아닌 주주가치 훼손의 중대 사안으로 규정한 것이다. 비록 정관 변경 주주제안은 부결됐으나, 시장에 국민연금의 개입 가능 범위를 보여준 상징적 사례였다.
※ 사례 3: KT (2021)
지배구조 이슈가 있었던 2021년, 국민연금은 투자 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하고 대표이사 연임 안건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경영참여’ 단계가 아니더라도, ‘일반투자’ 변경만으로 명확한 반대 의사를 전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마지막은 예외적인 상황, 즉 돌발 리스크다. 대규모 횡령·배임이나 중대한 법령 위반처럼 단기간에 기업 가치와 신뢰가 훼손될 위험이 있는 경우다.
이 경우 앞선 ‘중점관리사안’의 긴 절차는 생략된다.
1. 비공개 대화를 통해 즉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2. 사안이 중대하면 곧바로 주주제안 등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한다.
이는 ‘확인 후 즉시 행동’의 구조로 속도감 있는 진행을 통해 시장의 변동성을 최소화 하고 수탁자 책임을 다하기 위한 조치다.
기업 홍보 담당자들은 국민연금의 스탠스 변화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국민연금의 개입 유무에 따라 기업의 이미지가 무너지는 ‘낙인 효과’와, 경영진의 리더십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불확실성’까지 동시에 엄습할 수 있다.
특히, 주주총회를 앞두고는 국민연금이 움직이면 외국인 투자자와 의결권 자문사가 도미노처럼 동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 걷잡을 수 없는 리스크로 퍼진다.
그렇기에 더더욱 홍보인이라면 무엇보다 ‘절차’를 이해하고 이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슈 사안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매뉴얼 중 어느 단계에 해당하는지를 냉정하게 파악하고, 특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 등에서 오가는 논의의 기류를 감지하여, 이것이 단순한 문제제기 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문제 제기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언론과의 소통이다. 국민연금의 초기 단계 활동(비공개 대화 등)이 포착될 때, 언론은 이를 ‘주주제안’이나 ‘전면전’ 같은 자극적인 프레임으로 확대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때 홍보인의 역할은 명확하다. 홍보인이라면 정확한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언론을 통해 정해진 매뉴얼과 절차에 따른 통상적 과정’의 일부임을 설명하고, 단계별 의미를 차분하게 전달해야한다. 각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사의 톤을 조절하고 과한 해석을 막는 것, 그것이 불필요한 시장의 오해를 줄이고 기업 가치를 지키는 홍보의 핵심 디테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