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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Tube Feb 02. 2021

제33편 '외저설 좌하'

제33편 '외저설 좌하'

훌륭한 통치를 위한 여섯 가지 규칙

"항아리 속의 음식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원 땅을 가지고 반란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은 역시 술이 없는 것이 아닙니까? 그러므로 현명한 군주는 다른 사람이 나를 배반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지 않고 내가 배반당하지 않게 할 것을 믿으며, 다른 사람이 나를 속이지 않을 것을 믿지 않고 내가 속임을 당하지 않게 할 것을 믿습니다."


어려운 시절에 자신의 굶주림을 참아가며 왕에게 음식을 진상한 사람에게 이후에 땅을 하사하고 맡기자 다른 대부가 한 말입니다. 배고프지만 음식을 안 먹었다는 사실과 내가 맡은 땅에서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말이죠. 다른 의미에서 보면 그 사람이 땅을 맡아서 다스릴 만큼 공이 없는데 왜 다른 공으로 그런 상을 주느냐라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냥 군주와의 개인적인 관계 때문에 받으면 안 될 상을 받은 것이니까요.


재미있는 것은 그다음의 말입니다. 군주는 술을 행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군주는 다른 사람이 나를 속이거나 배반하거나 하는 것을 걱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술로 다른 사람이 본인에게 충성하게 만듭니다. 때문에 설사 소인배가 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의 능력이 이익 추구에 도움이 된다면 적재적소에 그 사람을 쓸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용인술의 달인이 돼야 현명한 군주라고 합니다. 군주의 위세, 그리고 상과 벌을 지니고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지금 시대에도 그런 군주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면 기꺼이 찾아가 다스림을 받고 싶습니다.




"판결할 일이 있으면 분명하게 살피고 재물에 청렴하며 백성의 마음을 익숙하게 살피는 점에서는 제가 현상만 못하니, 청컨대 그를 세워 대리로 삼으십시오. 당을 오르내리며 공손하게 예의를 밝히며 빈객을 응대하는 점에서는 신이 습붕만 못하니, 청컨대 그를 세워 대행으로 삼으십시오. 잡초를 뽑아 밭을 일구고 농지를 넓혀 곡물을 생산하는 점에서는 제가 영척만 못하니, 청컨대 그를 대전으로 삼으십시오. 삼군을 지휘해서 진영을 만들고 병사들로 하여금 집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죽음을 바라보게 하는 점에서는 제가 공자 성보만 못하니, 청컨대 그를 대사마로 삼으십시오. 군주의 안색을 거스르면서 간곡히 간언하는 점에서는 제가 동곽아만 못하니, 청컨대 그를 세워 간신으로 삼으십시오. 제나라를 다스리는 데는 이 다섯 사람이면 충분합니다. 장차 패왕이 되고자 하신다면 저 이오(관중)가 여기 있습니다."


현상, 습붕, 영척, 성보, 동곽아. 이들은 모두 각자 분야에서의 능력이 출중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냥 나라를 다스리는 것에서 더 나아가 천하의 패자가 되고 싶다면 관중 본인을 쓰라는 말입니다. 이런 패기, 대단합니다. 한비자를 읽으면서 관중의 팬이 된 결정적인 계기입니다.


리더의 가장 큰 미덕은 좋은 사람을 채용해서 적재적소에 배치해 최선의 능력을 나도록 하는 것입니다. 적재적소라는 말은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높은 위치에 두지 않는 것, 동시에 능력이 넘치는 사람을 낮은 위치에 두지 않는 것, 이 2가지를 모두 포함하는 말일 것입니다. 회사 경영의 절반이 채용에 있다는 말이 결코 과언이 아닌 이유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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