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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징카 May 14. 2023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음주운전자

호주 퍼스에서 일주일


2019년의 일이다.

입사를 앞두고 돈을 다 털어서 호주에 갔다.

사촌언니가 때마침 호주에 있었고 우리는 여행을 위해

호주 퍼스에서 만나기로 했다.



우리가 머물렀던 에어비앤비

퍼스의 숙소엔 친절한 부부가 있었다.

파일럿인 중년 남자와 그와 결혼 해 호주에 정착한 30대 베트남 여자였다.






그리고 귀여운 고양이까지

아쉽게도 이름은 기억이 안난다.




우리가 머문 방, 해가 든다

그들의 집은 매우 안락했고

우리가 머문 곳은 2층에 있는 방이었다.

아침과 저녁마다 층을 오가며 호스트들에게 인사하고 함께 밥을 먹기도 했다.




기억엔 없지만 호스트가 해준 립 요리로 추정


하루는 여자 호스트가 함께 맥주를 한 잔 하러가자고 했다. 자기 친구를 부를테니 여자 4명이서 한 잔씩 하자기에 망설임 없이 좋다고 했다.




나와 언니는 맥주를 한 잔씩 마셨고

호스트와 호스트 친구는 와인을 마셨다.

그러면서 결혼에 대한 얘기, 삶에 대한 얘기를

이래저래 길게 나누었는데 사실 언니와 내 가치관으로는 딱히 동의가 되지 않는 말들이라 그렇구나 하며 얘길 들었다.


그게 레드 플레그였던가



흔들린 사진 만큼이나 흔들린 마음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호스트는 제대로 걷지 못하는 듯 했다. 시내까지는 지하철을 타고 온지라 함께 세 명이서 그녀를 챙기며 역으로 들어가 무사히 지하철을 탔다. 그리고 무사히 에어비앤비 집 근처 역에 내렸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갑자기 세워 둔 자기 차로 가더니 차를 타고 집에 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와 언니에게도 차에 타라고 손짓했다.


우리는 절대 안된다며 극구 말렸다.


그러나 그녀는 고작 차로 2-3분 거리라며 자꾸 차에 타려했다. 우리는 그녀를 있는 힘껏 차에서 떨어트려 놓으려고 했으나 그녀는 안하무인으로 차에 타더니 시동을 걸고 유유히 우리를 떠나버렸다.


차로는 3분, 걸어서는 10여분 좀 되었으려나.


호스트의 친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우리는 어두운 길을 걸어 호스트의 집으로 향했으나 그 잠깐의 시간은 정말 최악이었다.


끝까지 말리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함께 불안과 걱정이 엄습했다. 우린 빠른 걸음으로 호스트의 집으로 걸어갔고, 제발, 하는 마음으로 집의 문을 열었다.


그랬더니 그녀가 활짝 웃으며 "어서와! 봐봐 아무일도 없었지?" 라고 했다.


그 말에 안도하면서도 사촌언니와 나는 매우 화가 났다. 2주 간의 호주 여행이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음주운전은 어떤 방식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 될 수 없다.. 한국에서도, 호주에서도, 그 어디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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