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5일 출간
안녕하세요. 시사람, 함채윤입니다. 9월 15일. 브런치에서 연재하고 있던 '살아만 있어도 고마운 사람들' 이야기를 포널스 출판사와 함께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저의 글을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무한한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앞으로 브런치 북에는 각 에피소드의 요약본들이 자리를 대신해 줄 것입니다.
실버 간호사의 골든 메모리
2022년 졸업 후 대학병원 웨이팅 기간 동안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며 있었던 일과 저의 생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출간은 전혀 염두하고 쓴 글이 아니라 일기에 가까운 글이었기에 저의 솔직한 기분과 생각이 들어있습니다.
오랜 시간 우울증과 불안증과 싸우다 지치고 갑작스러운 공황증상에 진절머리가 나 삶을 포기하기로 결심했을 때,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된 가족들의 도움으로 죽도록 아픈 날마다 '살아야 한다. 살아야 한다.' 머리에 되뇌었습니다.
저는 쉬는 것을 잘 못합니다. 가만히 누워있자면 숨이 막히고, 해야 할 일이 없으면 온몸이 간지러워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근무하고 있는 요양병원에 입사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이곳 환자분들에게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아 나는 왜 마음대로 죽지도 못하나 숨어서 끅끅 운 적도 많았는데, 환자 분들도 저와 같았습니다. 할머니들은 늘 입을 모아 속삭였습니다. '얼른 죽어버리고 싶어. 계속 살아서 미안해' 그러면 저는 '나는 할머니랑 이렇게 손잡고 얘기하려고 살아요. 아프지 마요. 그럼 저도 아파요.'라고 답했습니다.
저는 간호사이니까요. 나도 죽고 싶다고 말할 순 없었거든요. 거짓말이래도 살자, 살자, 오래오래 같이 살자 말하다 보니 언제부터였을까요. 정말 살고 싶은 날이 찾아왔습니다. 살고 싶은 날이 한 시간, 반나절씩 찾아오더니 언젠가부터는 대부분의 날이 살고 싶은 날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약도 꾸준히 먹어야 하고, 오프 날이면 지겹다는 글이라도 끄적여야 아, 내가 살아있구나 깨닫는 바보지만 내 삶에 이리도 많은 사랑이 찾아와 주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제가 이곳에서 느낀 우리 병동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스러움을 여러분도 아낌없이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책이라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할 수는 없어 아쉬운 마음이지만, 저는 확신합니다. 이분들은 저뿐만 아니라 여러분을 본 날에도 곱고, 예쁘고, 홀딱 반해버리겠다며 아낌없이 사랑을 주실 분들이라는 것을요. 사랑은 늘 이 자리에 놓아두겠습니다. 기쁜 날이든 슬픈 날이든 언제든 들렀다 가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