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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시 Oct 17. 2023

우리 때 보다 지금 아이들 '돈해력'이 부족한 이유

경제문해력, 부족하지만 점점 더 필요해지는 세상

“온라인 리뷰는 사람들의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적당히 긍정적인 리뷰가 매우 긍정적인 리뷰 보다 더 설득력이 있다”, 

“학생들이 교실 안팎에 진정한 기업가 정신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경영학 서적이나 마케팅, 창업과 같은 수업에 나올 법한 이 내용은 2022년 미국대학입학 자격시험인 SAT의 ‘쓰기와 읽기’ 파트에 출제된 지문 일부입니다. 쓰기와 읽기는 우리나라로 치면 ‘언어 영역’에 해당하는 과목이죠. 


미국 교육부는 일상에서 경제·경영 관련 지식을 익히고 있어야 이해하고 풀 수 있는 SAT 지문비중을 다양한 과목에서 늘리고 있습니다. 일상 경제 교육의 중요성을 정부가 나서서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입시와 연관성을 높여야 교육에 더 적극적인 건 미국이나 한국이나 매한가지이니까요.


“이 전세 계약해도 사기 아니지?” “가처분 문제로 배액배상 특약을 한다는데 무슨 말이야?” “보험 가입하라는 거 다 사기지?” “은행 대출 상품들 이율은 같은데 왜 이렇게 다 다양해? 뭐가 다른 거야?”


주변 친한 지인들로부터 종종 들었던 질문입니다. 경제지 기자인 제가 경제에 대해 좀 더 잘 알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에 급할 때 저를 찾으며 묻는 단골 질문들입니다. 우리는 매일 일상에서 경제와 연관된 상황을 수도 없이 접합니다. 


경제는 삶이라는 말이 왠지 두루뭉실하고 추상적이어서 와 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는 삶입니다. 경제적 지식과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금융 문맹’은 생존을 할 수 없다는 앨런 그린스펀의 말은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명성과는 반대로 금융 이해력(2019 OECD의 금융 이해력 수준 조사 결과)은 OECD국가 중 평균 이하의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럼 경제적 문해력을 압축해 말하는 ‘돈해력’은 대체 무엇일까요?

영상과 이미지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서 문해력의 중요성은 이제 아이 뿐 아니라 어른에게 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역량이 되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풀이 방법을 알아도 수학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답을 찾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문해력은 문장을 읽고 이해하는 기본적인 능력으로, 공부를 하는데 기초적이면서도 필수적인 역량입니다.

문해력 앞에 ‘경제’가 붙은 경제 문해력(돈해력)은 일상에서 접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경제적인 사고’로 이해하고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당연히 경제 개념과 용어 등의 지식이 기본적으로 습득이 된 상태여야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겠지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공교육에서 경제교육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음에도 아직 우리나라에선 대부분의 학교와 가정에선 정기적으로 경제 교육을 실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경제는 자연스럽게 알아서 배우는 것 아니냐는 생각과 학교나 가정에서 제대로 경제 교육을 받지 못한 우리 부모 세대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체계적으로 가르쳐야 할 지 감을 못 잡는 경우가 있습니다. 좀 더 나아가선 현실적으로 ‘입시’와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사실 80년대 생 전후인 우리 세대는 돈을 직접 사용하며 실물 화폐에 익숙해져 있고, 경제적으로 지금 우리 아이들 세대 보다 덜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랐기에 상대적으로 근검 절약 등이 몸에 베어 있어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경제 교육이 이뤄진 세대입니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ICT)와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영상과 이미지가 범람하며 문해력에 취약해진 만큼 결제 수단이 간편해지고 무분별한 소비가 범람하는 세상이 되면서 경제 문해력인 ‘돈해력’ 역시 우리 아이들은 취약해져 있습니다. 




우리 부모님들과 달리 직접적인 경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입니다. 

몇 해 전부터 청소년 사채인 일명 ‘댈입’이 사회적 문제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댈입은 10만원 이하의 소액을 초고금리로 단기 대출하는 불법사금융의 일종입니다. 당장 게임머니가 필요하거나 사고 싶은 물건이 있는 청소년들이 이율 등에 대한 이해 없이 10만원, 20만원 돈을 빌리기 시작하는 것인데, 어느 청소년이 댈입으로 최대 1000%까지 불어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게 됐다는 기사를 접하고 크게 놀란 적이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결제 시스템으로 거래를 하다 보니 당장 필요한 물건을 갖도록 해주는 사채가 아이들에겐 거절하기 힘든 달콤한 유혹으로 다가왔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경제적 개념이 자리 잡히고 경제적 사고를 할 능력이 갖춰진 청소년이라면 어떻게 대처했을까요?


경제 교육은 빠르면 빠를수록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어릴 때 체득될수록 ‘경제적 사고’는 당연시되고 보다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한 조건을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큰 역량을 발휘하는 대표적 민족인 유대인들은 아이가 태어나고 6개월부터 경제 교육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지금 이 책을 보고 계신 부모님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있다는 것 자체로도 이미 자녀의 경제 교육이 시작된 것과 같습니다. 


사실 입시 보다 더 중요한 경제 교육이지만 이제는 입시와도 무관해지지 않은 만큼 필수가 된 세상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현장의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문과 아이들 중 상당수는 상경계열에 진학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취업이 잘되는 이유가 가장 크며, 창업에 대한 욕구도 점점 더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작 현재의 상대평가 시스템 안에서 고등학생들은 등급을 받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경제 과목을 선택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비중은 매해 확연하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교학점제가 전국적으로 시행되면 진학하려는 대학의 전공과 연관이 높은 과목의 학점을 이수해야 진학률이 높아지게 됩니다. 의대에 가려면 생명과목을 들어야 하고 경영학이나 경제학을 전공하려면 경제 과목을 들어야 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경제 교육에 대한 부모님들의 관심은 지금 보다는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다 SAT를 본 떠 설계된 우리나라 수능은 1993년 시행된 이후 줄 곧 SAT의 영향을 받아오며 변화를 거듭해 왔습니다. 서두에 언급한 SAT의 출제 지문들에서 경제, 경영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를 우리나라 수능 역시 반영할 확률은 상당히 높습니다. 


입시를 떠나 경제 교육은 아이의 행복한 삶과 직결되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부모님들이 먼저 움직이셔야 합니다. 

미래 학자 앨빈토플러는 가장 느리게 변화하는 분야로 법률을 꼽았고, 두번째로 가장 느리게 변화하는 곳은 정부도 아닌 바로 학교라고 언급했습니다. 반면 기업과 가계(가정)는 변화에 비교적 발 빠르게 대응이 가능한 곳이라고 언급했죠. 공교육의 변화를 마냥 기다리기 보단 우리 가정에서부터 경제 교육을 시작해야 합니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대한민국 부자들의 금융행태를 분석한 ‘웰스리포트 2023’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슈퍼리치에 해당하는 300억원 이상의 자산가들이 돈에 관심을 갖게 된 주요 계기로 ‘부모 교육과 가정의 분위기’를 가장 많이 언급하고 있습니다. 


우리 가정에서부터 경제 교육을 적기에 시작하고 말고는 향후 펼쳐질 아이의 긴 인생에서 커다란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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