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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들 빙자 여행러 Sep 26. 2020

[남부 말레이시아] 장난감 그 이상, 또 하나의 왕국

레고랜드

언젠가 싱가폴에 갔는데 싱가폴 사람이 "아이가 있다면 이곳에서 레고랜드를 가봐도 좋다"는 말을 들었다. 당연히 레고랜드는 싱가폴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2018년 10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방문 기회가 생겼을 때 별생각이 없었는데 누군가 말레이시아에 레고랜드가 있다는 얘기에 두 군데인가 생각했다가 결국 레고랜드는 말레이시아 싱가폴 근방에 있다는 것을 알고 다시 '애빙려(애들 빙자 여행)' 모드로 급전환하여 준비를 시작하게되었다.


레고랜드는 쿠알라룸푸르에 없다


문제는 방문지인 쿠알라룸푸르에 없고 여기서 5시간정도 떨어진 '조호바루'란 도시에 있다는 것. 짧은 일정에 거기까지 가야할지에 대해 고민 그리고 간다면 과연 어떤 교통수단으로 가야하는지 등 모든 것이 다시 도전으로 느껴졌다. 일정을 이리저리 빼서 1박 2일을 만들어 봤다. 다행히 쿠알라룸푸르 아웃의 국적기는 대부분 밤 12시라 1박 2일은 이틀의 시간이 주어진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지내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시내는 지하터널 등 에어컨이 나오는 길로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쿠알라룸푸르 시내에 숙소(레지던스호텔)를 차리고 숙소 수영장을 이용(날씨는 따뜻했으나 수영장 물은 차가워서 오래 있지는 못했다. 아마도 온수가 함께 나오지는 않았다)하고 주변 식당을 이용하면 불편함은 전혀없었다. 물가 때문인지 굳이 숙소에서 식사를 해먹을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고 비상용 컵라면은 언제나 준비했던 것 같다. 시내 가까운 곳이 주요 쇼핑 스팟으로 1킬로 정도 떨어졌으나 이곳의 땡볕을 생각하면 아이들과 함께 걸어가기에는 무리였다. 그래서 사전에 'Grab'이란 동남아 우버앱을 다운받아 사용했는데 매우 훌륭하고 편안하게 다닐 수 있었다. 우린 네식구에 유모차도 있기에 '우버블랙' 같은 고급차를 불렀다. 일방통행이 많고 시내 트래픽이 많은 이 나라는 거리는 1킬로 정도였으나 실제 비용청구는 우리돈으로 약 5000원정도 나온 것 같다.


레고랜드를 가는 옵션은 3가지가 있다.


1. 레고랜드까지 가는 고속 버스 탑승

2. 비행기를 타고 조호바루 공항 이동

3. 직접 렌트해서 간다.


1번은 오전 7시쯤 근처 호텔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면 약 5시간쯤 걸쳐 레고랜드에 도착한다. 문제는 오전 7시에 아이들 준비시키고 수 많은 짐과 유모차를 끌고 택시를 불러 버스를 타기엔. 그리고 만에 하나 아이들이 버스에서 응가나 쉬야로 버스를 세워야 하는 불상사까지 생각하면 가장 저렴하고 편안해 보여도 선듯 결정할 수 없는 방식이었다. 2번 역시 공항을 이용하는건 실제 이동 시간은 짧으나 많은 짐과함께 공항 대기하고 다시 공항에서 레고랜드까지 이동하는 부분 등 모든 것이 수월하지는 않았다. 3번은 그래도 시간을 조절할 수 있고 나만 힘들게 5시간을 운전하면 모두가 편안한 상황이라 우린 3번을 선택했다.


말레이시아의 운전대는 오른쪽에 있다


렌트는 쿠알라룸푸르 시내 르네상스 호텔 AVIS 렌트카에서 차를 픽업했다. 물론 한국에서 모두 예약을 했고 우리는 짐도 많아서 카렌스급 승합차(?)를 선택했다. 비용은 1박에 455링귓을 지불했다. 그랩을 타봐서 이미 예상은 했으나 역시나 운전대는 오른쪽에 있었다. 당황은 하지 않았다. 일본에서도 운전한 경험이 있었는데 "항상 오른쪽 어깨에 차선을 얹고 다니듯 운전하라"는 가르침을 떠올렸다. 그럼에도 적응 시간은 필요했는데 바로 시내의 트래픽잼과 마주치면서 그 시행착오는 많이 줄였다.


미리 블로그에서 말레이시아는 고속도로 이용시 톨게이트에서 교통카드(터치앤고)만 사용하니 구매하여 충전하라고 자세히 알려줬다. 우선 렌터카에서 10링귓 충전 카드를 구매했고 고속도록 들어가기 직전에 충전하라고 했다. 편도 50링귓정도면 될꺼라고. 맨 왼쪽 톨게이트에 충전금액이 부족하면 충전할 수 있는 사람있는 부스가 있다고도 했다.


말레이시아에서도 훌륭한 구글맵을 다운받아 사용했는데 자고 일어나면 빌딩이 하나씩 지어는 쿠알라룸푸르 시내에서 네비가 정확히 sync되지 않아 가끔 당황되기도 했다. 특히 고속도로를 타기위해 네비를 따라가다가 지하도로 표기가 보여 들어갔다가 네비가 작동을 안하면서 길을 잃고 식은 땀이 난 경우도 있었다.


전날 현지에 사는 교민을 통해 말레이시아 고속도로의 특징으로 다음과 같이 설명해 주셨다.

"휴게소는 기대하지 마세요. 아무것도 먹을 것이 없어요. 그리고 2차선 도로에 여기 사람 엄청 속도 내면서 운전해요 사실 조호바루까지는 3시간에 주파한적도 있어요. 식사하고 출발해도 충분합니다."


근데 이 분의 말은 모든 것이 틀렸다. 휴게소는 나름 훌륭했다. 화장실도 그만하면 깨끗했고 편의점에 커피/빵/과자/음료 좋았고 그곳에서 교통카드 충전할 수 있어 좋았다. 과속하는 차량은 간혹 있었으나 100킬로만 밟아도 큰 무리는 없을 정도였다. 도로는 밀림일 줄 알았으나 나름 상태는 훌륭했다. 교통 체증도 있어 최소 5시간은 걸렸다.


레고 호텔의 가성비


당시 레고호텔 가격은 1박에 25만원정도였다. 레고랜드와 레고호텔이 연결되어 있어 편리하다는 의견이 많아 이용하게 되었는데 아이들이 매우 만족하여 아깝지 않았다. 로비부터 펼쳐진 레고 블럭들의 향연에 아이들은 너무나 즐거워했다. 방에도 레고 블럭들이 비치되어 있었고 구석구석 레고로 만든 소품 등 어린이를 위한 앙증맞은 포인트들이 많았다. 더군다나 더블침대는 물론 아이들을 위한 2층 침대 등 작지 않은 공간을 알차게 사용할 수 있었다.

레고호텔은 레고 브랜드 철학을 철저하게 지키며 경험을 선사하고 있었다.

주변에 작은 몰이 있다는 블로그들의 증언이 있었으나 우리는 그곳에 갈 시간이 없을 정도였고 그것이 제외하면 밤에 호텔주변은 암흑 천지였다. 특히 저녁을 해변 휴양지 근처에서 한국식으로 먹고 들어왔을 때 마침 호텔 로비에서 마술사의 공연이 진행중이었고 숙박하는 어린아이들이 함께 구경하고 있었다. 좋은 프로그램이라 생각됐다.

조식 장소도 레고스러웠다.

호텔에는 일식 부페와 이탈리아 식당이 있었으나 이용하지는 못했고 아침 조식을 일식 부페 식당에서 애용했다. 말레이시아 현지식과 다양한 빵 그리고 과일들이 비치되어 있었는데. 과일이나 음료들의 다양성이나 퀄러티가 만족스럽진 않았으나 조식으로서 간단하게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수준은 됐다. 더군다나 레고랜드와는 작은 거리를 앞에두고 위치해 있어 진정 레고랜드를 이용하기에는 최적의 위치는 말할 것이 없었다.


1박 2일 레고랜드 공략 전략


레고랜드는 크게 워터파크와 테마파크로 분리되어 있고 각각의 티켓을 따로 끊거나 통합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또한 2일권도 판매되어 어떤 일정을 잡을까 고민이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아침 9시 넘어서 출발하여 실제 도착시간은 체크인 시간에 맞춰 3시쯤 도착했다. 6시면 문을 닫기에 워터와 테마 모두를 하루에 즐기는건 불가능하기에 2일권을 Klook에서 애매했다.


결론적으로 대만족이었고 테마파크 먼저 이용하고 워터파크로 넘어가는 일정은 탁월했다. 3시에 체크인하고 파크 내 레스토랑에서 늦은 점심 식사를 하고 주말에는 따기 어렵다는 어린이 드라이빙 라이센스를 따고 5시쯤 워터파크로 이동했다. 그래도 워터파크라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모두는 피곤에 쩔어있었고 저녁도 먹는둥 마는둥 일찍 잠자리에 든 것 같다.

워터파크와 테마파크 디즈니랜드보다 넓지 않고 딱 알맞은 즐거운 놀이시설이었다.

다음날 회의에서 우리는 테마파크를 제대로 즐기지 못 했다는 판단으로 워터파크보다는 테마파크를 즐기기로 했는데. 주말에는 엄청난 인파와 더위로 다시 점심 식사 후 워터파크로 넘어가 더위를 즐기고 오후 2시쯤 마무리하고 다시 쿠알라룸푸르로 출발했다. 그때 떠오른 생각은 아웃을 싱가폴에서 했다면 굳이 6시간 운전을 다시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왜 그땐 그 생각을 못했을까나...

레고랜드내 다양한 레스토랑이 있는데 이곳은 치킨 레스토랑

현지 젊은이들의 친절


계속 좋았던 날씨는 갑자기 스콜처럼 억수같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현지에서 부탁받은 몇 가지 짐이 있어 차는 짐으로 꽉 차이었다. 고속도로에서 차가 약간 흔들린다는 느낌은 받았는데 지나가는 자동차들이 크락션을 울린다. 젠장 설마. 역시나였다. 뒷 타이어가 펑크가 나있었다. 거의 고속도로 초입이었는데 나도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너무나 당황스러웠고. 시계는 오후 4시를 가르치고 그냥 천천히 운전해서 갈까도 생각했는데 토요일 오후 보험사 등 어떻게 연락을 취해야할지 머리가 노랬다.


우선은 기름도 넣어야하고 가까운 주유소에 차를 세우고 주유소 젋은 직원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랬더니 흔쾌히 도와주겠다며 스페어 타이어가 있는지 묻는다. 글쎄 그런게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하니 손수 이리저리 찾더니 차량 하단에 붙어있단다. 또한명의 젊은 친구가 오더니 둘이서 땅에 등을 데며 너무나 열심히 별다른 장비없이 땀을 닦아 가면서 도움을 주고 있었다. 주유소 주인 또는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이 그들에게 매우 짜증을 내면서 왔다 갔지만 묵묵하게 끝까지 도움을 주었다. 내가 돕고 싶다고 해도 그냥 있으라며 만류했다.


너무나 고맙고 고마웠다. 한 시간 가까이 작업을 해주었는데 뭘 해야할지 몰라 지갑을 보니 현금이 우리돈으로 2만원정도 있었는데 감사의 표시로 줬는데. 전혀 기대치 않았는지 현금을 보니 너무나 활짝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랜 해외 여행 역사에서 겪었던 큰 시련이었고 이 친구들의 도움으로 극복했던 하나의 잊지못할 사건이었다. 언제든 공항에는 일찍일찍 다니자. 마지막으로 우리 아이들은 이제까지 모든 여행에서 가장 즐거웠던 스팟으로 레고랜드를 뽑고 있다. 부모인 나조차도 즐거웠던 추억으로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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