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단순한 거 얘기하자, 날씨 같은 거 말이야
"쏨바디야,
심오한 거 말고 단순한 거 얘기하자 우리 응? "
우리 엄마가 나에게 종종 하시는 말이다.
날씨가 추워지고는 한동안 쉬고 있지만, 겨울을 제외하고 시간 되는 날은 엄마랑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하고는 했는데 그럴 때 우리 모녀는 대화를 자주 하는 편이다. 이것저것 얘기하다 보면 나의 대화는 종종 또 미지의 세계로 빠지고는 하는데 바로 철학적인 소재다. 가령 인간의 실존 문제 같은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는 게 환장 포인트이다.
나 : "엄마 있잖아,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존재인 것 같아. 생각보다 더"
엄마: "그렇지 뭐 다 외롭단다"
나: "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고 대화를 많이 해도 그 공허함이 느껴지는 건 그런 공허함을 진정으로 나눌 사람을 못 찾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와 상관없이 필연적으로 가져가는 부분일까?"
엄마 : "그만하자~~ 또 심오한 얘기 한다! 단순한 거 얘기하자~"
처음에는 엄마 당신도 맞장구 잘 쳐주시다가 한계에 다다르시면 이제 그만하자고 말씀하신다. 나 또한 단순한 일상적인 것들을 공유해야 한다고 머릿속으로는 생각하지만, 살면서 떠오르는 삶에 대한 단상들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을 때가 있다.
엄마: "쏨바디야, 사람들은 단순한 거 얘기하는 것 좋아해. 너무 그렇게 심오한 거 복잡하고 말고."
나 : "알아 나도 아는데, 그냥 이거 저거 얘기하다 보니깐 나온 거야~"
엄마: "사는 것도 복잡한데 대화까지 복잡한 소재로 얘기하면 머리 아프거든"
나: "알았어~~~ 알았다고" (한 귀로 흘려들으며 딴청함)
오늘도 노력해본다.
심오한 거 말고, 단순한 거 얘기해야지.
근데 그래서 우리 인생의 목적은 뭐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