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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쏨바디 Aug 20. 2021

#6 회사원인 그녀는 어쩌다가 음반을 내게 되었을까

노래 가사에 틀린 문법이 등장하는 이유



모든 노래는 작사가, 가사를 지은 사람이 있다. 

내 노래의 작사가는 나 자신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가사에 엄청나게 공을 들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음반이 이미 발매된 지금 시점에서는 좀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 당시에는 너무 완벽하게 하고자 한다면 천년이 걸릴 것 같았다. ( 물론 변명이다 ㅎㅎ) 


어느 날 우연히 본 기사에 사람들의 외로움이 코로나의 no-contact (비접촉)로 인해 더 극심해졌다는 글을 보았고, 거기서 처음 영감을 얻었다. 우리 인간과 인생의 본질은 외로움이고 관은 1인용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결국 사람 간의 사랑이 필요한 거구나.


하지만 이러한 애초의 의도와 다르게 나의 가사는 본의 아니게 변질되어버렸는데 이는 바로 '주어 일치'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나름 사전 조사를 하고 작사해 보겠다고 구글링을 해 보았을 때, 가사의 주어는 최대한 일치되어야 한다는 글을 보았다. 그러니깐 노래 가사상의 주어가 I (나)였다가 We (우리) 였다가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나는 그녀를 보았어 우리는 도전해야 해" 이러기보다는 최대한 일관된 주어로 노래 가사를 시작하고 끝나는 게 듣는 청자의 입장에서도 가사를 듣고 비교적 이해하기가 쉽다는 얘기다.

(물론 이게 100% 맞는 말은 아닐 것이다 다만 내가 그때 찾아본 그 글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을 뿐)


사실 나는 위에서 언급한 본래 취지에 맞게 We (우리)를 주어로 가사를 쓰고 싶었는데 가사 1절 부분에 내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잠깐 언급하고자 했기에 I (나)의 주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 글의 권고사항대로? 모든 가사의 주어를 I로 통일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전체 가사의 주어가 I(나)로 되어버렸다. 


이는 내가 말하고 싶었던 사람들의 외로움이 나의 외로움으로 곡해되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래서일까 나중에 노래를 들어본 나의 친한 친구들이 나에게 혹시 요즘 많이 외롭냐고 묻는 질문에 일일이 해명해야 하는 해프닝 아닌 해프닝도 있었다. (나중에도 언급하겠지만)


더불어 이 가사에는 더 큰 문제도 있었으니 바로 '잘못된 문법'이었다. 사실 최종적으로 음악 파일 마스터링을 의뢰하기 전에 가사 검수를 정확히 했었었어야 하는데 내가 놓친 부분이었다. 가사 중 "Entire of my life "라는 부분이 있는데 정확히는 "My entire life"가 문법에 맞는 표현이다. 하지만 발견한 시점은 이미 모든 녹음과 마스터링까지 완료된 상황. 참고로 1곡당 마스터링의 비용은 대략적으로 15만이며, 나는 총 2곡을 의뢰하였다.


이 모든 것을 번복하고 30만 원을 다시 지불하면서까지 뒤엎을 것인가를 하루정도 고민했다. 최선을 다하고 못하는 것과 가사를 틀리게 쓰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이기에. 하지만 내 음악이 발매 후 30만 원 이상의 경제적인 가치를 가져다 줄리는 만무하다 생각해서 그냥 그대로 발매하기로 하였다. 이미 생각보다 너무 많은 돈을 투자했다. ( 잊지말자 나는 가난한 직장인이다. 현실 자각)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에게 힘을 실어준 지인의 1마디. "뭐 어때? 가끔 가수들이 가사 중간 부분 축약한 노래들도 있잖아. 그 부분을  그냥 너의 의도적인 개사, 일종의 너의 바이브(Vibe)로 생각하면 되지 ". 그래서 그렇게 되었다. 틀린 문법이 노래로 나오게 된 경위에는 이런 배경이 있는 것이었다. 


다음 글에서는 보컬 선생님, 프로듀서 선생님 그리고 나 이렇게 뜻밖에 진행된  3자 미팅에 대해서 얘기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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