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4
어렸을 때 엄마가 가지로 나물을 해주면 난 코를 찡긋 찌푸리며 "윽, 가지 싫어 물컹거려서."라며 손도 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한번 맛본 가지나물은 속살은 물컹이는데 보라색과 검은색 그 어디쯤인 껍질을 씹으면 뽀드득거리는 이상한 식감이 싫었다. 일단 색깔부터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뒤로 쭈욱 가지와 거리 두기를 하던 나는 대만에서 생활하면서 가지의 매력을 재발견하게 되었다. 가지를 튀겨서 새콤달콤한 소스를 얹은 어향가지 튀김, 다진 돼지고기와 소스로 버무린 가지 볶음등의 가지요리는 그동안 가지에 대한 나의 편견을 와장창 무너뜨렸다.
'가지가 이런 식감이 나기도 하는구나.'
물컹거려서 싫게 느껴졌던 가지의 속살은 뽀드득 거리는 껍질과 조화를 이루어서 쫀득하면서 폭삭한 부드러운 맛을 내며 소스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식감을 만들어 냈다. 가지로 한 다양한 요리들의 레시피로 음식을 만들어 보았지만 딸아이도 신랑도 가장 잘 먹는 레시피는 가지구이 덮밥이다. 한 번씩 가지로 튀김을 하기도 하는데 가지 튀김에 새콤달콤한 간장소스를 찍어먹으면 치킨 안 시켜 먹어도 된다. (튀긴 음식이야 뭘 튀겨도 맛있지만... 쩝...)
가지가 싫을 때는 오만가지 이유로 입에 대기도 싫더니, 대만에서 맛본 맛있는 가지요리가 가지에 대한 나의 견해를 송두리째 바꾸어놓았다. 이제는 가지만 생각해도 입에 군침이 도니 말이다. 역시 세상만사는 마음먹기에 달렸다더니 맞는말이군.
가지구이 덮밥 레시피
재료: 가지 2개
양념장: 간장 1.5스푼, 물 3스푼, 굴소스 1.5스푼, 참기름 1스푼, 꿀 2스푼(올리고당, 설탕, 스테비아등 대체가능), 후추 톡톡
만드는 방법
1. 가지는 3등분으로 길게 잘라 한쪽 면에만 칼집을 내준다. (가지가 익으면 부드러워지기 때문에 너무 얇지 않게 자른다.)
2.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약불에 가지를 구워준다.
3. 앞뒤로 노릇하게 구워졌으면 만들어둔 양념장을 붓고 중 약불로 졸여준다. (양념장을 가지에 끼얹으면서)
4. 밥 위에 졸여진 가지를 얹고 기호에 따라 계란 프라이와 쪽파 또는 통깨로 마무리해 준다. 계란프라이를 반숙으로 해서 노른자를 터뜨린 다음 가지와 함께 비벼 먹어도 맛있다.
*양념은 기호에 따라 싱거우면 간장을 추가하고 단맛이 싫으면 설탕이나 단맛을 내는 재료를 줄여서 간을 맞춘다. 가지의 크기에 따라 양념은 가감하며 간을 맞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