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조건 없이 행복하라, 쫄깃 보들 수제비

ep. 08

by 유자씨




먹고 싶었던 음식을 배불리 먹었을 때.

내가 갖고 싶었던 물건을 손에 쥐었을 때.

내가 이루고 싶었던 일들을 이루어 냈을 때.


그때마다 나는 만족하며 살아다고 착각했다. 하지만 내 마음속 허기짐은 끊임없이 나를 허기지게 했고, 허기짐은 나를 더 외롭고 공허하게 만들었다.


갖고 싶은 것들을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갈구하면서, 정작 그것들이 내 손에 들어왔을 때 만족하고 감사하기보다 그다음 이룰것들을 떠올렸다. 그렇게 계속해서 이루고 싶고, 갖고 싶은 것들을 추구하기만 하고 정작 만족할 줄은 몰랐다. 만족하면 이 자리에 멈춰 도태되어 버릴 것 같아서. 다른 사람들은 저만치 걸어가는 길을 나 혼자 이곳에 서서 가만히 안주해 버릴 것만 같아서. 만족과 안주의 차이는 정말 한 끗이라 결국엔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 나서야 비로소 진짜 만족은 다름 아닌 내 손에 쥐어진 것들 속에서 찾을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살아나가는 것이 고되고 힘들어 앞이 보이지 않을 때 바라보아야 할 곳은 다름 아닌 내 코앞이었다. 내가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할 때 내가 바라보아야 할 곳도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다. 행복하기 위해서 조건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도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다. 이 세상 모든 문제의 답은 내안에서 찾을 수 있었다.


누군가와 함께해야 행복하고, 무엇을 가져야 행복하고, 어떤 집에 살아야 행복하고, 어떤 것을 먹어야 행복하다는 그 모든 행복의 조건들은 저 신기루 같은 것들이었다. 을 수 없는 신기루 말고, 내 손에 닿을 수 있는 오아시스를 발견하며 살아가기로 다짐했다.


내 코앞에서 커다란 검은 눈동자를 말똥거리며 재잘거리고 있는 나의 작은 우주를 바라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아침에 눈 떠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안부를 물을 수 있는 나의 가족이 있어서 행복하다. 사시사철 건강한 음식을 해주시는 부모님이 계셔서 행복하다. 그 모든 행복들을 내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글쓰기를 할 수 있음에 행복하다.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이렇게 행복한 사람이어서 감사하다. 조건 없이 행복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


추적추적 올 때 뜨끈한 국물에 수제비를 똑똑 떼서 끓여 먹으면 참 맛있다. 딸아이와 함께 밀가루 반죽을 하며 하하 호호 웃는 그 시간들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엄마처럼 수제비를 떼서 넣겠다는 이 조그마한 생명체가 너무 신기해서 자꾸만 웃음이 난다. 그 영원 같은 순간들이, 그 영원 같은 찰나들이 모여 나의 인생이 행복이라는 페이지 위에 놓여있음을 알아차린다. 나의 무(無) 조건적 행복은 그 어떤 것도 방해할 수 없다. 이제 어떤 상황 속에서도 나는 내 손에 쥐어진 행복을 발견하며 살아갈 테니까.




쫄깃 보들 수제비 만드는 방법

재료: 밀가루반죽, 육수 코인 혹은 육수팩, 애호박 반 개, 감자 반 개, 양파 반개, 대파 조금. 까나리 액젓 또는 참치액젓 1스푼, 국간장 1스푼, 맛소금 1 티스푼, 굵은소금 1 티스푼.

만드는 법

1) 물 1리터에 육수 코인 혹은 육수다시팩을 넣고 끓인다.

2) 물이 끓으면 감자를 먼저 넣는다.

3) 밀가루 반죽은 밀가루가 너무 질척이지 않게 물농도를 조절하고 일회용 팩에 넣어 주먹으로 때리거나 발로 지근지근 밟는다. (스트레스 해소용) 그리고 냉장고에 넣어두어 30분간 숙성시킨다.

4) 숙성된 밀가루를 얇게 펴서 끓는 물에 떼어 넣는다. 애호박과 파를 넣고 액젓, 국간장, 소금을 넣고 간을 맞춘다.

5) 한소끔 끓어오르면 쫄깃하고 부드러운 수제비 완성!

* 취향에 따라 고춧가루를 추가해서 맵게 먹어도 되고, 김치를 넣어서 김치 수제비로 먹어도 맛있다.




나의 무(無)조건적 행복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