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 속 현존과 탈존의 얽힘

무용 수의 신체와 자기 객체화

by 유하리 예술철학자

무용은 단순한 신체의 훈련이나 시각적 예술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자아와 타자, 신체와 존재 사이의 긴장과 전이를 담은 존재론적 수행이다. 특히 무용수는 훈련의 시간과 무대 위의 순간 사이에서 자아의 분리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며, 자신의 몸을 도구로 삼는 동시에 타인의 몸으로 살아간다. 이 글에서는 하이데거의 존재론, 특히 현존재(Dasein)와 탈존(ek-sistenz) 개념을 중심으로 무용에서의 자아 분리, 신체성, 그리고 존재의 전환 과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무용수는 반복된 훈련 속에서 자신의 신체를 정밀하게 조절한다. 이 과정은 자아의 감정이나 내면보다도 먼저, 신체를 외부의 기준(캐릭터, 퍼포먼스)과 질서(규칙)에 맞게 객체화하는 행위다. 인간은 도구를 사용할 때 그것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고 목적을 해내기 위한 수단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신체를 유기체적인 도구로써 활용하는 무용가에게, 몸은 쓸 수 있도록 준비-됨(zuhanden) 상태의 도구로 놓인다. 그렇기에 무대 전까지의 신체는 준비되기 위한 훈련해야 하는 실존적 신체이나, 무대로 올라가는 순간 자신의 몸을 목적지향적으로 다루며, 그 안에서 자아는 잠정적으로 물러나 있다.


이때 신체는 자아의 확장이라기보다, 자아와 분리된 상태로 존재한다. 무용수는 캐릭터에 분하기 위하여 감각과 반응을 철저히 통제하며, 자신의 신체를 '타자처럼, ' '도구처럼' 다루는 법을 익힌다. 이는 무용이 예술이기 이전에 하나의 기술적 존재양식을 요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살아있는 신체를 다루는 예술로 완벽하게 목적을 가시화하기 위한 준비된 도구로 만들기 위한, 오랜 기간의 신체를 훈련시키는 고된 시간은 필수적이다.


무대를 단순히 훈련된 몸을 재현하는 공간이라고 말한다면, 이것은 무용이 가지는 미학적 함의를 축소하는 오류이다. 무대 위에서 무용수는 자신을 완전히 타인의 정체성, 감정, 서사 속으로 투입한다. 그는 더 이상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몸은 훈련된 기술의 흔적을 지우고, 무대 위 세계 내 존재((In-der-Welt-sein)로서 자기에서 떨어져 나와 극 중 인물이나 주제의 상징으로 변형된 신체로서 존재하도록 한다. 이를 하이데거의 개념에 따르면, 이는 현존재(Dasein)가 자기 자신을 넘어서 초월적으로 탈존재하는 순간이다.


무용수는 자발적으로 자신의 자아를 비우고, 자신이 아닌 존재로 춤을 춘다. 단순한 역할 수행을 넘어, 자신의 존재방식 자체를 전환하는 실존적 결단이다. 무대 위의 움직임은 감정의 재현이 아니라, 그 가상된 세계의 존재를 위치시켜 내는 탈존재 방식의 실천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무용은 자아를 표현함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아를 지워내는 방식으로 존재한다. 무대 위와 아래는 현실과 만들어진 세계, 그리고 현존재와 탈존재가 뒤얽힌 상태가 열린다.



무용에서 신체는 자아의 경계를 넘어서는 통로이기도 하다. 신체는 자아의 고유한 감정과 기억을 담고 있지만, 도구로 사용하는 순간부터 그것을 벗어나는 열림의 공간이기도 하다.

몸은 자기 안에 머무르지 않고, 다른 세계 속 존재를 가능하게 하도록 열려 있으며, 무대 위에서의 신체는 더 이상 개인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공적 상징, 공동의 감정, 보편적 정서를 전달하는 예술적 매개체로 기능한다. 무용수의 신체는 실존적 매개체로, 그 안에서 '나'는 비자기화(de-subjectification)되며, 새로운 정체성과 의미 안에서 존재한다.


그러므로, 무용수는 타인이 되기 위한 자기 해체에 능한 인물이며 자신을 초월하는 존재로, 현존과 탈존을 자유자재로 하도록 훈련된다. 무용을 표현의 예술이라고 정의하게 되면, 무용 미학이 가지는 동시대적이며 인간 존재의 경계를 넘어서 확장시켜 나가는 예술로서의 해석 가능성을 축소시키기에 위험한 접근이다.


무용수는 완벽하게 타인이 되기 위해, 자기 자신의 자아를 해체하고, 그 자리를 새로운 존재로 채운다. 여기서 몸은 더 이상 자기 것일 수 없다. 무용수는 자신의 신체를 철저히 훈련하여 다시 새로운 존재를 담을 수 있는 존재이다. 이는 단순히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방식을 통째로 바꾸는 철학적 실천이다.


무용수는 자신이 변신가능한 무대라는 세계 내에 특정한 존재 가능성을 택하고, 그에 따라 움직임, 호흡, 에너지의 흐름까지 변신시킨다. 이는 곧 존재의 재구성이며, 무용을 통해 무용수는 스스로의 자아를 초월하는 경험을 한다.


하지만, 현대 무용이 가지는 포스트 휴먼적인 접근, 인간과 기계를 공진화하고 신체를 재구성하며, 행위자-무대-네트워크를 형성해 내는 현대적 실천들을 하이데거적인 관점에서만 해석한다면 이는 동시대성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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