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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나까스이따 Aug 22. 2020

점점 흩어져 가는 듯한 느낌

다시 다 같이 만날 수 있을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지금 생각하면 그 조그만 공간에 40명 넘게 들어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 곳에 앉아 같이 수업을 듣고 많은 시간을 보냈었지. 생긴 것 하나부터 성격, 배경까지 모두가 달랐지만 그때는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몇 년이고 같이 지냈잖아. 중학교, 고등학교 다닐 때는 점점 머리는 커지는데 내 두발 하나 내가 기르고 싶은데로 기르지 못하게 한다고, 자유가 없다며 짜증내고 답답했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 그때를 회상하면 큰 걱정 없이 장난치고 운동장 뛰어다니며 공 차고 놀면서 즐거웠던 기억이 더 많이 나는 것 같아.



고등학교 3학년, 인생에 있어 큰 선택중 하나인 진로에 대한 선택을 하게 되었지. 공부를 잘했던 잘하지 못했던, 대학에 갈지 안 갈지를 정해야 했고, 대학에 가면 어디에 가서 무엇을 공부할지를 정해야 했어. 대학에 가지 않으면 조금 더 사회생활을 빨리 시작해야 했고. 학교에서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들었던 학생들에게 갑자기 너무나도 큰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기가 처음으로 찾아온 것이지.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하고 싶은지 솔직히 잘 몰랐어.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나 자신에 대한 이해보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는 법을 학교에서 더 많이 배웠었거든. 그러니 성적에 맞추어서 그중에 가장 취업에 유리한 학과를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되었고 주변을 봐도 소수 몇 명을 빼고는 대부분 나와 같은 선택을 했던 것 같아. 그렇게 다 다른 대학, 학과로 진학을 해서 서로 흩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그때는 여전히 다 비슷해 보였어. 학교, 학과는 달라도 수강신청을 해서 수업을 듣고 시험을 보고 학점을 받고 내가 하고 있는 것들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았거든.


그러다 대학을 졸업하고 주변을 보니, 조금 더 다양해져 있더라. 안정을 우선해 공무원이 되거나 혹은 공사에 취업하는 친구들,  사기업에 취업한 친구들,  하고 싶은 일이 뚜렷해 사업을 하는 친구도 있었고, 조직생활이 안 맞아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친구들도 있더라고. 각자 하는 일이 너무 다양해서 서로가 하는 일을 설명해 주지 않으면 이제는 각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잘 모를 정도가 되었어.


일을 한 지 3,4년쯤 지나고 주변을 보니 친구들이 슬슬 결혼하기 시작하더라고. 네가 무슨 결혼이냐 하며 만나면 비웃으며 놀릴 테지만, 한 두 명씩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는 것을 보니, 이제 정말 각자 자기의 길을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 결혼을 하면 가장이 되고, 그러면 가장으로서 내리는 선택들도 그 전과는 많이 달라지고 우리는 또 더 다른 길을 더 멀리 걷게 되겠지.



그렇게 예전에 다 같이 한 곳에 있던 우리가 다양하게 각자의 길을 걸어가는 것을 요새 많이 느끼는 것 같아. 태어날 때부터 자라는 환경까지 원래 우리는 다 달랐고, 학교라는 제도가 아니었으면 만나지 못했을 인연이기도 하니 어찌 보면 이제는 흩어져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게 당연하고, 길게 보면 사회인이 된 지 10년 정도가 지난 이제는 그렇게 느껴지는 게 당연한 것 같아. 각자 사는 게 많이 바빠져 자주 만나지는 못하게 되었지만, 만날 때마다 가장 순수했던 시절에 함께했던 소중했던 시간으로 돌아가게 되지. 요새는 그 추억이 우리를 이어주는 유일한 매개체이지 않을까라고도 생각해.  실제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지만, 현실에 찌든 우리가 서로 만나 유일하게 솔직하게 맘 놓고 있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고.



예전처럼 다시 다 같이 한 곳에서 만날 기회가 있을까. 우리를 한 곳에 묶어두었던 학교라는 제도처럼 어른들을 다시 한번 다 모이게 하는 어떤 국가적인 제도가 있지 않은 한 힘들지 않을까. 지금은 졸업하고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있을 것이고 그만큼 서로 더 많이 달라져 있을 테지만, 내 안에는 아직도 학교를 다닐 때의 순수했던 소년이 그때의 추억을 가지고 어딘가에서 웅크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실제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지만, 현실에 찌든 우리가 가끔은 현실에서 벗어나 그때 친했던 친구들끼리 그때의 옛 별명을 부르며 맘 놓고 즐기며 추억을 회상할 수 있을 정도면, 그걸로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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