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범한 여자 Jun 16. 2024

난임병원에는 아이를 데려오지 마세요

미래엄마일기_1

나도 내가 이렇게나 꼰대일 줄은 정말 몰랐다.


그날, 그곳에서 아이 울음소리를 들을 때까지는...




어렵사리 예약한 난임병원의 첫 번째 진료일.


결혼 후 3년 시간이 흐르면서 산부인과와 비뇨기과만 5곳이상 다녔다.


더 이상 자연임신을 기대하기 어려워 찾은 난임병원은 우리나라 출산율이 0.6대라는 걸 믿기 어려웠다.


날씨가 화창한 토요일 오전 8시.

병원 대기실은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차 있었고 환자와 보호자들은 모두 표정이 없었다. 약속이나 한 듯 무채색 옷을 입은 사람들은 앉을자리를 찾아 초점 없이 고개만 움직이고 있었고 40명 이상 수용가능해 보이는 대기실에는 침묵만이 맴돌았는데 우리 부부도 앉을자리가 없어 어정쩡하게 한쪽에 서있었다.



난임병원에 예약하고 방문했지만 대기는 필수였다.


이미 블로그를 통해 대기가 어마어마하다는 걸 알고 간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의사 선생님을 바로 볼 수도 없어서 간호사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기본차트가 생성된 다음 다시 대기를 거쳐 담당의를 만나는 시스템이었다.

난임병원으로 유명한 ㅊ병원 출신으로 구성된 실력파 선생님들과 연구진이 있다고 했는데 공장식으로 돌리는 건 거기나 여기나 매 한 가지였다.


난임병원은 어린이와 노인이 없다.

당연한 말일수 있지만 노키즈존도 노시니어존도 아닌데 딱 2~40대 남녀가 앉아서 있는 모습은 정돈된 듯하면서도 사뭇 차가웠다.


어린아이와 노인이 없다 보니 병원 대기실에서 들릴법한 왁자지껄한 소리도 없고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간호사가 환자와 대화할 때도 귓속말이 기본이고 부부가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도 결제할 때 뿐이었다.

환자만 50명이 넘게 모여있는데 아무 소리도 없이 다들 멍하니 본인이름이 호명되기를 기다리는 모습이 흡사 삶의 낛이라곤 없이 보였다.

물론 조금 지나서는 우리도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과 동화되어 각자 무표정하게 내 순서가 언제 오는지 접수화면만 노려보게 되었다.


1시간 반 대기 후 3분도 안 되는 진료를 마치고 추가 검사를 위해 대기하던 그때.


모두를 주목하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응애~~~~!


아이가 있어?

난임병원에?



난임병원에 아이를 데리고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글을 몇 개월 전에 본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그럴 수도 있지. 첫째를 맡기고 올곳이 없었거나 사정이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그 적막 속에서 아이가 2~3분가량 울어대자 나는 그 소리가 너무 듣기 싫어졌다.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둘째겠지만 첫째도 품어보지 못해 간절한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서 울려 퍼지는 아이의 울음소리는 이미 가진 자의 여유만만한 웃음소리같이 들렸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더니 난임병원에 아이를 데리고 오지 말아 달라는 글쓴이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그곳만큼은 부디 난임치료를 위해 모인 그곳만큼은 거기에서 만큼은 상처받고 싶지 않은 간절한 마음을..


조용하던 대기실에서 살짝 웅성이는 소리가 나고 사람들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시 핸드폰 속으로 빠져들었다.




아이가 있는 친구들을 만나도 선뜻 안아보겠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지나가다 만나는 아이들에게 미소는 애써 지어줄 수 있지만 고개를 빨리 가로젓게 되는 이 시기에 난임병원에서 아이의 울음소리는 생각보다 큰 고통이었다.


그래서 내 마음을 더 잘 달래야 겠다고 생각했다.

끝이 정해지지 않은 여정이기에 내가 나를 잘 달래고 챙겨서 가지 않으면 얼마 못가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있다면 우리 너무 예민해지지 말자며 이야기를 같이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난임일기가 아닌, 미래엄마일기로 나의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감자와눈사람_배아모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