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 고등학생이 요청한 인터뷰.(2025.07.23)
어느날 인스타그램 디엠을 통해 한 고등학생이 심장내과 간호사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진로 인터뷰를 요청했다. 물론 이는 고민도 할 것 없이 바로 수락했지만 나는 '프로수다러'이기에 평소 미래 세대의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들을 이 기회에 덧붙여보았다. 다음은 인터뷰 답변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 대학병원 심장내과 병동에서 일하고 있는 9년 차 간호사 윤모닝이라고 합니다.
먼저 여러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준 OOOO고등학교 예은 학생에게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어요. 나이가 들어서도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싶은 것이 제가 꿈꾸는 어른의 모습이었거든요.^^
지금부터 시작되는 이야기가 학생의 입장에서 조금 어려운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조금 되지만 최대한 저의 경험들이 간호학과를 지망하는 여러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성실히 인터뷰에 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심장내과 간호사로서 맡고 있는 주요 업무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기본적으로 심장은 뇌와 폐를 포함해서 우리 신체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 중에 하나인 만큼 다른 내과부서에 비해서 환자들의 상태변화에 민감하게 관찰하고 반응해야 하는 상황이 많은 장기예요. 그렇기 때문에 심장내과 간호사가 하는 일은 기본적인 병동 간호사의 업무에서 조금 더 심장질환 환자들을 돌보기 위한 특색이 갖추어져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심전도 모니터를 통한 주기적인 환자들의 상태 및 활력징후 확인.
- 유의미한 환자 상태변화 및 검사결과에 대해 주치의와의 의사소통.
- 환자의 처방에 대한 약물 투여 및 처치 그리고 추가 recommendation.
- 응급상황 발생 시 신속한 응급처치 실시.
- 심장 시술 전 준비와 시술 후 간호.
- 그 외 환자와 관련된 타 부서 및 보호자와의 소통.
아무래도 의료진 중에서 간호사가 24시간 동안 환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돌보는 역할을 하다 보니 환자 상태의 변화를 알아채고 그에 따른 신속한 대응과 주치의와의 의사소통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응급상황이 잘 생기는 부서라 긴장감과 부담감을 가지고 일하지만 그만큼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게 잘 느껴지는 직업이라 자부심도 있고 재미있기도 합니다.^^
2. 심장내과에서 다루는 대표적인 질환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심장이라는 하나의 기관에도 진료를 보시는 교수님들이 여럿 필요할 정도로 심장 질환은 심부전, 심근질환, 판막질환, 유전적 질환, 부정맥 등 다양한 영역으로 나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심부전과 심근경색, 심근병증, 부정맥, 판막질환을 들 수 있겠네요. 심장질환은 각각 원인이 다 다르지만 유전적 요소를 제외하고는 일상생활과 많은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나이가 어려도 과도한 스트레스나 과로로 인해 오시는 분들도 있고 90세 이상되신 분들도 기저질환 없이 건강하게 잘 계시다가 오시는 분들도 있는 거 보면요.
3. 심장내과 간호사로 일하시면서 가장 많이 접하는 처치나 시술은 무엇인가요?
심장내과에서 하는 검사나 시술은 다양하게 있습니다만 그중 제일 많이 하는 시술 넘버원은 ‘Percutaneous coronary intervention, PCI’라고 하는 관상동맥조영술을 통한 혈관중재술입니다. 말 그대로 심장을 감싸며 심근세포에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카테터를 위치시켜 혈관 협착정도와 개방성을 확인하고 혈류가 잘 흐를 수 있게끔 스텐트를 삽입하거나 풍선을 통해 확장시술을 하는 등의 시술을 하는 것이죠. 관상동맥이 막히면 심근 세포가 활동을 하기 위한 산소나 영양소가 부족해지면서 경색이 일어나고 세포 괴사가 일어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분들도 익숙하게 들어본 ‘심근경색’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죠.
그 다음으로는 부정맥 시술 중 ‘전극도자절제술’이 있습니다. 기구의 종류와 방법에 따라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Radiofrequency catheter ablation)’과 ‘냉각절제술(cryoablation)’로 나뉘는 데요. 이는 심장 내벽에서 부정맥을 일으키는 비정상적 전기신호가 발생되는 지점을 찾아 고주파 또는 냉각의 방법으로 제거하는 시술이에요. 그 외에도 ‘동기화 심율동전환 (cardioversion)’, ‘대동맥판막삽입술(TAVI)’ 등 심장에 꼭 필요한 다양한 시술이 심장내과에서 이루어지게 됩니다.
4. 지금까지 일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나 사례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와 글쎄요.. 너무 많아서 어떤 에피소드를 얘기해야 할지 고민이 되네요. 그중에 하나를 꼽자면 최근에 있었던 사례인데 제 일기장에 써놓을 만큼 너무 가슴 벅찼던 하루여서 브런치 스토리에도 글을 올렸답니다. 만성 심부전으로 평상시 호흡곤란이 있었던 환자분이셨는데 최근에는 잦은 의식소실도 여러 차례 있다고 하셔서 외래 통해서 입원하신 분이었어요. 병동에 입원하시고 나서 산소포화도가 정상 범위에 있었지만 호흡곤란을 호소하셔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점심시간에 올라오셔서 주치의에게 연락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일단 저의 판단으로 산소공급을 해드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산소포화도 모니터를 적용해 드렸는데 그 ‘혹시나’가 환자분에게 도래했을 응급상황을 예측하는 단서가 되었어요. 1시간 뒤에 환자분의 산소포화도 모니터에 찍힌 맥박수치가 환자분의 몸 안에 삽입된 인공심박동기 수치보다 낮았고 그걸 발견하고 나서 곧바로 달려가 심전도 모니터를 부착해서 보니 ‘심실빈맥(Ventricle tarchycardia, V-tac)’이라고 하는 응급 부정맥이 오기 전에 나타나는 ‘심실조기수축(Premature ventricle tarchycardia)’가 multiple로 관찰되었어요. 이는 응급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신호였기 때문에 주치의 선생님이 점심을 한참 먹고 계실 때였지만 곧바로 전화했고 우려했던 V-tac과 의식소실 (loss of consciousness, LOC)가 자주 나타나면서 중환자실로 전동 보냈죠. 이 모든 게 입원하고 나서 불과 2시간 안에 이루어진 일이랍니다. 빠른 환자 상태 발견으로 치료 과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져서 다행이었지만 만약 ‘혹시나’라는 판단이 없었으면 환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었을 응급상황을 뒤늦게 발견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9년째 이 일을 하고 있는 저로서도 소름 돋았던 하루였어요. 그래도 환자를 죽음에서 생명의 길로 옮겨놓았다는 생각에 제 개인적으로는 뿌듯함을 넘어 가장 명예로운 하루가 아니었나 싶었답니다.
5. 신입 간호사가 심장내과에 적응하려면 어떤 점을 준비하거나 연습해야 할까요?
일단 팩트로 말씀드리자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환자 상태를 사정할 줄 알고 치료과정을 이해해야 적절한 간호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앞서 말씀드린 다양한 심장내과 질환들과 그 각각에 따른 진단, 임상양상, 증상, 검사, 치료과정, 간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심장내과에서는 심장에 작용하는 중요한 약물들이 많기 때문에 한 약물에 대한 성분과 약물기 전, 용량과 용법, 적응증, 부작용, 주의사항 등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간호사는 처방에 따른 약물을 투여하는 역할도 있지만 적절하지 않은 처방에 대해 주치의랑 소통할 줄도 알아야 하거든요. 처방을 수행하고 처치하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다 잘하게 되어있지만 처방을 거르는 것은 시간이 지나도 그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못하거든요.
그 외에도 실력 있는 좋은 심장내과 간호사가 되려면 관찰을 잘해야 합니다. 앞서 강조한 환자상태를 관찰하고 사정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선배 간호사들을 관찰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신규 간호사는 대학교에서 배운 이론적 지식은 많을지 몰라도 임상에서 이루어지는 경험적 지식은 부족하기에 선배간호사들을 관찰하면서 좋은 점들을 쏙쏙 잘 관찰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답니다. 그래서 저는 코드블루라고 하는 응급상황이 생기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떨고 있는 신규간호사들에게 무섭다고 뒤에 숨지 말고 다른 선생님들이 어떻게 하는지 관찰이라도 하라며 등 떠밀곤 합니다. 눈으로 관찰하는 간접경험도 무시 못할 임상적 지식이 되거든요^^
6. 간호사가 되고 싶은 학생이나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지금까지 제가 소개한 심장내과 간호사의 역할에 대해서 어떻게 받아들이셨을지 궁금해요. 사실 저는 간호사라는 직업을 원해서 했다기 보단 제가 꿈꾸던 진로와 방향이 비슷해서 선택한 케이스인데요. 처음에는 계속 가슴속에 물음표를 가지면서 ‘이 길이 맞나’ 스스로에게 묻고 물어가며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9년째 일해오고 있는 지금 현재로서 이 물음표에 대한 답을 한다면 저는 ‘잘 선택한 길이다’라고 말하고 싶네요. 물론 정말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저의 경제적인 직업이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아주 가치 있고 명예로운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이 길에 있었던 힘듦이나 고됨은 다시는 겪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저를 성장시켜 준 고마운 과정이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건 저의 소소한 재미이긴 한데 나이가 들어서도 제 청춘에 이 값진 일을 하며 지나왔다는 걸 잊지 않기 위해서 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답니다. 환자들이 지금껏 저에게 해줬던 감동적인 말들도 하나하나 기록으로 남기고 있어요. 마치 저만의 트로피처럼요.^^
願いだって未来だって 僕らはむしろ曖昧な方が良い
소원도 미래도, 우리는 오히려 애매한 쪽이 더 좋아.
飛び方もなんとなくで良い
날아가는 방법도 그냥 대충이면 괜찮아.
きっと きっと そっちの方が長く飛べるや
분명히, 분명히 그게 더 오래 멀리 날 수 있을 거야.
- Takuto & Miyakawakun, '神風エクスプレス'
여러분들도 진로에 대한 많은 고민들이 있을 거예요. 저도 안 그래도 생각이 많은 편이었는데 그 시기에는 더 고민이 되었거든요. 하지만 저는 위의 노래 가사처럼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이기 때문에 다양한 꿈을 꾸고 도전할 수 있는 것 또한 청춘이기에 가능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고 연륜이 쌓이면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것, 알려진 것, 보장된 것에 안주하기 마련이거든요. 앞선 선배들의 조언, 어른들의 충고, 여러 경험담들도 좋은 자료로 참고하되 저는 그 틀 안에 갇혀 자신의 가능성에 한계를 두지 않는 여러분이 되길 바라요. 앞으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하지 못했다고 조급해하거나 자신을 몰아세우지 말고 천천히 시간을 가지면서 자신을 믿고 세상에 나가면 저처럼 늦게라도 길을 찾아 나갈 수 있을 거예요. 깜깜한 밤이 주는 어둠 때문에 스스로 별인 사실을 잊지 말고 남들이 뭐라 해도 밤하늘의 별처럼 어딜 내놔도 빛날 수 있는 사람임을 꼭 기억하시길 바라요. 얼굴을 본 적 없는 여러분이지만 어딜가든 제 온 마음을 담아 응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