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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이 넘지 말아야 할 '선'

밈이 웃긴 이유 (2) 선의의 위반

한편, 자극의 부조화가 발생한다고 무조건 웃긴 것은 아니다. 그 자극이 불쾌감을 준다면 그것은 밈으로 진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극의 부조화는 이전 글에 잘 설명해두었으니 아직 보지 않은 분은 이전 글을 먼저 읽고 오시길 추천한다.


자극의 부조화가 발생하되, ‘선의’가 전제되어야 (적어도 악의가 없는 유머여야) 유머로 받아들여진다는 말이다.


간혹 예능 프로에서 웃음을 위해 상대에게 무안을 주거나, 출연진 한 명을 배척하는 등의 행위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듯 말이다.


이러한 불쾌의 적정선을 설명해주는 것이 ‘선의의 위반’이다.



선의의 위반


선의의 위반이란 ‘올바르지 않은 자극이지만 악한 의도가 없는 자극’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도 똥오줌 이야기에 재미를 느끼는 동갑 친구, 혹은 적정선에서 서로를 놀리는 친구들처럼 말이다.


삶 속 불성실한 모습(술값으로 월급 탕진, 다이어트 혹은 금연 실패 등)을 셀프디스 유머로 활용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똥 밟았네’에 웃는 어른들


2021년 전국을 뒤흔든 밈 ‘똥 밟았네’를 보자. EBS 애니메이 션 ‘포텐독’은 반려견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똥을 밟았다는 내용으로 ‘똥 밟았네’라는 노래를 기획했는데, 이는 한 네티즌의 트윗이 리트윗 되면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웃음포인트는 한둘이 아니었다. 어린이용 교육방송인 와중에 K팝 안 무를 오마주해 꽤 복잡한 안무라는 점, 똥 얘기를 굉장히 공들여서 본격적인 콘텐츠로 제작했다는 점 등.


화제의 감독을 인터뷰해 보니 감독의 딸이자 평범한 회사원이 제작한 안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또 한 번 웃음을 자아냈다.


무엇보다 수능특강을 가르치는 EBS에서 ‘똥’에 대해 진지한 노래를 만들었다는 점이 이 콘텐츠에 유머러스함을 더한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생각된다.


학교폭력, 멈춰!


또 다른 예시로 ‘멈춰’가 있다.


국내 학교폭력의 심각성이 두드러지면서 방지 대책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대중의 목소리가 커졌고, 이에 대구광역시에서는 2012년에 ‘폭력 멈춰’ 운동을 소개했다. 점차 전국적으로 학교들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멈춰 운동을 도입했다.


본래 의도는 폭력의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손을 내밀고 ‘멈춰!’를 외치면, 주변 학생들도 방관에서 그치지 않고 함께 ‘멈춰!’를 외쳐주며 피해자의 편에 선다는 것이다. 캠페인 영상에서도 피해자가 ‘멈춰!’를 외치니 무슨 주문에 걸린 양 가해자가 즉시 폭력을 멈춘다.


벌써 우습다.


절대 웃을 일이 아닌 학교폭력을 이 현실성 없는 캠페인이 오히려 우습게 만든 셈이다.


이제 사람들 사이에서는 ‘멈추길 원해도 내 외침이 효력이 없을 것을 알 때’와 같은 맥락에서 사용되는 밈이 되었다. ‘코스 피 하락 멈춰!!!’처럼 말이다.



이처럼 밈을 보는 사람 관점에서 과하지 않은 수준으로 (선의) 놀리는 (위반) 밈은 언제나 재미있게 활용된다.


결국, 밈은 유머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유머 코드는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나 세대가 공유하는 일정한 문화 속에서의 부조화, 혹은 선의를 위반할 의지가 있을 때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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