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MBC드라마 최애 남자주인공 PICK(2016~2020)
매년 수많은 드라마가 나오고, 수많은 남자 주인공들이 쏟아진다. 특별한 매력을 가진 입체적인 캐릭터는 드라마의 주요 인기 요인이 된다. 하지만 100% 마음에 드는 남자 주인공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주인공은 극의 과정에서 성장하기 마련이지만, 인물의 어떤 특성들은 내 마음속 별점을 갉아먹기도 했다. 완벽한 인물이다 싶으면, [분노 표출이 서사에 비해 과하다. 혹 감정 표현에 너무 수동적이어서 답답함을 유발한다(꼭 알아야 할 비밀을 숨기는 경우)...] 등의 방해 요소가 나타난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는 것처럼 세상을 이야기하는 드라마 속 흠없는 인물이 과연 어디 있을까 싶지만, 아무렴 별점을 매기며 시청하는 건 꽤 재밌다. 완벽한 이는 아니더라도 마음에 쏙 드는 아주 매력적인, 인생 남자 주인공을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마침 연말 시상식이 끝났으니 ‘내 맘대로’ MBC 드라마 내 인생 남자 주인공 어워드 TOP3!를 뽑아본다. 상 이름 역시 내 맘대로! (순서무관)
주인만 보면 좋아서 꼬리를 흔드는 애정 듬뿍 멍뭉이의 시선으로 여주인공 '복실'을 바라보기에 주는 상
<쇼핑왕 루이> ‘루이(서인국)’ 2016년 방영, 16부작
멍뭉미 ★★★★★
성장력 ★★★
세상에 무공해 드라마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난 거침없이 MBC의 <쇼핑왕 루이>를 보라고 대답한다. <쇼핑왕 루이>는 너무나도 선한 주인공 복실, 루이가 순수하게 사랑하는 드라마다. 기억을 잃은 루이(서인국)는 복실(남지현)과 함께 살게 된다. 평생을 시골에서 살았던 복실, 기억을 잃은 루이. 눈 뜨고 코베인다는 낯선 서울에서 복실과 루이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간다. 남주인공 루이는 정말 멍멍이…. 그 자체이다! 언제나 순애보처럼 주인만 바라보고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표정부터 행동까지 넘치는 댕댕력을 보여준다. 어쩌면 다소 애 같고 철부지 같지만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좋아한다면 좋아한다 하는 표현에 적극적이고 사랑스러운 남자 주인공이다. 루이는 복실을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고, 누구보다 복실 편에서 복실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대형견’이다. 멍..!
굳건하고 단단한 마음과 행동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진정한 행복을 이끌고, 속도를 맞춰 준 사랑꾼에게 주는 상
<운빨로맨스> ‘제수호(류준열)’ 2016년 방영, 16부작
현명함 ★★★★★
배려심 ★★★★
사랑꾼 ★★★★★
제수호는 아직도 내가 확신하는 역대급 인생 남주인공이다. <운빨로맨스>는 2016년 방영된 드라마지만, 나는 아직도 제수호보다 매력적인 남주인공을 보지 못했다. 어쩔 수 없는 상처로 운명과 미신을 맹신하는 여주 심보늬(황정음)와 달리 남자 주인공 제수호(류준열)는 수학과 과학을 믿는 냉 미남이다. 사람에 대한 불신으로 도통 차가운 성격이지만, 사랑에 빠진 후 보늬가 1순위가 되는 파워 직진 사랑꾼이다. 모든 여자의 로망이라는 ‘다른 사람한테는 차갑지만, 나한테만 다정한 남자’의 드라마 판이 제수호다. (그렇다고 싸가지가 없거나 클리셰적 나쁜 남자 타입은 절대 아니다. 그저 유독 보늬의 엄청난 사랑꾼일 뿐) 보늬의 아픈 사연을 알고 상처를 극복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한다. 누구보다 솔직하지만, 절대 보늬에게 부담을 주지 않게 다가가고, 확신에 찬 행동과 표현을 보여준다. 행동에 확신과 배려심, 애정이 동시에 묻어있다. 가장 좋았던 점은 수호는 내면이 단단하고 건강한 인물이라 역경에도 주저앉지 않고 새로운 길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이에 보늬를 도울 때마다 현명한 선택을 하며, 결국엔 보늬가 스스로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자처한다. 여주인공을 대하는 태도, 배려, 가치관 모든 게 다 바람직한 남주인공. 사랑할 수밖에 없는 모든 요소를 갖춘 사랑스러운 남자다.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 일어선다. 단 1분의 시간으로 삶을 바꾸려는 불굴의 의지의 인물에게 주는 상
현명함 ★★★
극복 의지 ★★★★★
<카이로스>는 두 작품과 달리 로맨스 장르가 아니다. 특별한 러브라인은 없지만, 그럼에도 내가 김서진(신성록)을 뽑은 이유가 있다. 숱한 역경에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처절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대기업 건설회사의 잘 나가던 이사, 부러울 것 없었던 서진은 어느 날 딸을 납치로 잃고 아내마저 잃게 된다. 패닉 속에 서진은 10시 33분, 1분가량 한 통의 전화로 과거 한 달 전 한애리(이세영)와 이어진다. 그 후 김서진과 한애리는 서로 다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나야 한다는 같은 이유로 ‘시간을 가로질러’ 과거를, 미래를 바꾸려고 노력한다. 대개 타입 크로싱 드라마에서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지만, <카이로스>는 가능하다. 특히 <카이로스>가 매력적인 이유는 한 달 전 과거를 통해 한 달 후 미래를 바꿀 수 있고, 한 달 후 미래를 통해 한 달 전 과거도 변화한다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미래)가 얽혀 영향을 주고받는 게 엄청난 짜릿함이다. 서진은 부단한 노력으로 미래 일부를 바꾸지만, 그 대가로 발목을 붙잡는 굴레가 이어진다. 치욕적인 굴레 속에서도 김서진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18살, 붕괴사고로 둔탁한 건물 사이에 깔려서 실낱같은 희망을 기다리며 결국 살아남아 최후의 생존자가 된 그때 그 날처럼. 그래서 숱한 고난 속에도 결국 살아내기 위해 일어나는 남주인공, 김서진을 2020년도의 인생 남주인공으로 뽑고 싶다. 2020년 연말을 뜨겁게 적셨던 드라마 <카이로스>, 김서진은 마치 우리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것만 같다. 2020년, 참 힘들었던 한 해였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삶을 살기 위해 다시 일어서야 한다고, 또 2021년을 살아가야 한다고 말이다.
드라마 캐릭터의 서사와 입체성이 가진 힘은 참 크다. <응답하라 1988> 츤데레 남사친 류준열이 <운빨로맨스>에선 파워 직진 사랑꾼 ‘제수호’가 되고, <별에서 온 그대>의 소름 끼치는 악역이던 신성록은 <카이로스>에선 사랑하는 딸을 위해 포기하지 않는 애절한 아빠 ‘김서진’이 되었다. 그 힘이 우리에게 전달되는 이유는 드라마는 결국엔 ‘인물’,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기 때문 아닐까? 내가 선정한 남주인공들은 사실 단순한 이상형 조건이 아니었다. 스스로 바라는 면을 여실히 충족시켜준 인물, 혹 공감 가서 더욱 응원하고 싶은 인물들이었다. 사람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를 하는 MBC 드라마가 올해도 더 많은 매력적인 인물을 보여주길 바란다. 2021년 MBC 드라마를 진심으로 기다리며!
*사진 출처: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