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업 이야기: AI로 자동화된 공장에서는 어떤 도구를 사용할까?
제약 공정에서 사용돼 온 자재들은
사람의 손을 기반으로 설계돼 있었다.
사람이 열고, 사람이 들고, 사람이 측정하고, 사람이 투입하는 구조다. GMP에서 사용하는 자재란 결국 사람의 작업을 도와주고 편하게 만들어주냐의 문제였다. 자재 규격의 상당 부분은 기술적 요구라기보다 작업자의 편의와 숙련도를 반영한 결과였다. 이 구조는 오랫동안 잘 작동해 왔다.
가장 익숙한 예가 피펫이다. 피펫은 사람 손으로 일정량의 액체 시료를 옮기는 데 특화된 기기다. 처음에는 한 번에 하나의 팁만 사용하는 단순한 구조였지만, 여러 개의 팁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개량되며 생산성과 효율을 높여왔다. 그러나 그 발전의 방향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사람 손에 맞춰진 도구라는 점에서다.
하지만 자동화가 공정의 중심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이 전제는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사람이 자재를 직접 다루지 않는 공정에서는 자재가 굳이 사람 손에 맞춰져 있을 이유가 없다. 오히려 그 전제가 남아 있는 한 자동화는 언제나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자동화 공정에서 병목은 이제 기술이 아니라 사람 손에 맞춰진 장비와 자재다. 기계적으로는 불필요한 형상과 규격이 관성처럼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람 손에 맞춰진 피펫은 자동화 샘플링 장비로 대체되고 있으며 시료 이동은 모터로 정밀 제어되는 로봇 팔이 수행한다. 반복성과 정밀도 측면에서 로봇은 이미 인간의 숙련도를 넘어섰다.
AI와 로봇의 발달로 더욱 복잡한 움직임이 가능해짐에 따라 이 변화를 더욱 극적으로 보여주게 될 것이다. 사람이 손으로 열기 쉬운 포장이 아니라 장비에 바로 연결되는 구조가 더 필요해질 것이다. 사람이 감각으로 판단하던 상태를 센서와 데이터로 읽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변화된다. 이에 따라 작업자의 숙련도를 전제로 하지 않아도 변동성이 통제되는 시스템에 호환이 되어야 한다. 이때 장비와 자재는 더 이상 사람 손에 맞춰 만들어지지 않는다.
물론 테슬라의 옵티머스처럼 완전히 사람과 닮은 휴머노이드 개발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 글에서 다룰 이야기는 공장에서 벌어지는 AI 로봇과 생산성에 대한 것이다. 이 사업을 출발하는 질문은 크게 2개였다.
공장에서 사용되는 AI 로봇이 굳이 두 발과 두 팔이 있을 필요가 있을까?
한 번에 10,000개 분량을 옮기는 자동화 기계에 기존에 사용하던 자재를 100개 이어 붙인다고 과연 호환될 수 있을까?
그럼에도 현실은 아직 과거의 기준에 머물러 있다. 우리는 여전히 사람을 위한 자재를 사용하고 있고 자동화 프로젝트 역시 그 전제 위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부분의 자동화 프로젝트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집중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별것 없어 보이는 자재가 그 장비와 소프트웨어의 발목을 잡는다. 사람 손에 맞춰진 자재를 억지로 자동화 시스템에 끼워 맞추다 보니 결국 자동화는 부분 최적화 머무르고 공정 전체의 안정성은 확보되지 않는다. 이 간극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소모품과 자재의 문제다.
이 문제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2018년의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의 공장 자동화 실패이다. 머스크가 지향해 온 다크 팩토리는 불이 꺼진 상태에서도 돌아가는 공장, 즉 사람이 상시적으로 개입하지 않아도 작동하는 생산 시스템을 의미한다. 그러나 모델 3 초기 양산 과정에서 테슬라는 큰 실패를 겪었다. 당시 테슬라는 기존 자동차 생산 구조를 거의 그대로 둔 채 로봇을 대규모로 투입했다. 사람 손으로 하던 작업을 로봇이 그대로 모사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그 결과, 작은 오차나 로봇 오류 하나가 컨베이어 벨트 전체를 멈추게 만들었고 자동화된 라인은 오히려 새로운 생산성을 낮추게 되었다. 결국 테슬라는 자동화 설비 일부를 철거하고 사람을 일부 공정에 다시 투입했다. 수동 조립 인력을 대폭 늘리자 생산 병목은 빠르게 해소되었다.
머스크는 이후 인터뷰에서 '인간을 과소평가하고 자동화를 너무 믿었다'며 과도한 자동화가 실수였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이 실패의 본질은 로봇 기술의 미성숙이 아니었다. 사람이 하던 방식을 그대로 로봇에게 시키려 했던 설계 기준 자체가 문제로 보인다. 사람과 동일하게 일하도록 설계된 로봇은 기존 작업의 장단점을 그대로 물려받았고 인간보다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운 로봇은 오류를 피할 수 없었다. 로봇은 사람의 대체물이 아니라 전혀 다른 장점을 가진 생산자다. 만약 로봇의 특성에 맞춰 자재와 공정이 처음부터 정의돼 있었다면 이 실패는 전혀 다른 성공으로 이어졌을지도 모른다.
내가 보는 진정한 자동화는 로봇을 사람처럼 행동하게 만드는 데서 완성되지 않는다. 로봇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환경과 자재를 재정의하는 데서 완성된다.
그래서 나는 이 변화를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명확한 사업 기회로 보고 준비하고 있다. AI 시대의 공정에 맞는 자재는 아직 제대로 정의되지 않았고 표준도 없다. 기존 자재 회사들은 여전히 사람 중심의 기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자동화 장비 회사는 자재까지 책임지지 않는다. 그 사이에는 분명한 공백이 존재한다.
AI 기반 공정에 최적화된 자재는 공정 설계 단계에서부터 함께 정의돼야 한다. 단순한 소모품이 아니라 데이터 관리와 밸리데이션 논리까지 포함하는 시스템 패키지여야 한다. 앞으로의 공장 자동화에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는 충분히 발달할 것이다. 그리고 공정을 실제로 안정화시키는 것은 결국 AI와 자동화 공정에 친화성이 높은 자재들이 될 것이다. 이 자재들은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지속적인 수요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믿는다.
물론 제약 공정에서 사용되는 자재에 대한 규제의 벽은 여전히 높다. 의료기기 수준의 품질평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진입 장벽이 된다. AI 친화적 자재를 정의하고 그 안전성과 일관성을 규제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쪽이 시장을 선점하게 된다.
GMP 규제는 변하지 않는다. 다만 그 규제를 만족시키는 방식은 바뀔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
그리고 AI 시대에서는 사람은 대체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 손에 맞춰진 자재는 분명히 대체될 것이다.
그 대체를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의 문제로 준비하고 있다.
제목 사진 출처: Plant Automation Systems for Efficient Operations - Orise (CC BY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