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택시를 탔다. 기사님은 혜화쪽으로 가려다 한성대에서 카카오택시콜을 받고 나를 태웠다는 말을 했다.
야간 택시 운전을 한지 올해로 열여섯해가 되는데 요즘 눈이 침침해져서 여간 힘든게 아니란다. 눈이 침침해지니까 혹여 실수로 사고를 낼까 예민해지게되고 또 예민한 상태로 운전을 하니 피로가 떠 쌓인단다. 집에선 아내분에게 자기 힘든일 이야기 하기가 미안스러워서 말도 못한다고 했다.
아니, 힘들고 슬픈일은 아내분에게 말씀하셔야죠. 좋은일만 나누면 얼마나 외롭습니까. 남자들이 그래요. 힘들고 슬픈일은 말하려고 하지도 않고 들으려고 하지도 않아요. 그런 일일수록 더 들어주고 또 말하고 그래야합니다. 안그러면 자기 옆사람이 어디다가 그런 말을 하겠어요. 그 사람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에요. 그냥 오늘 하루 있었던 일, 좋았던 일, 화났던 일, 슬펐던 일, 짜증났던 일 그거 다른 사람한테 말안해요. 당신이 특별한 사람이니까, 당신에게 말해주는 거에요. 문 밖에 나가면 세상이 얼마나 거칠어요. 하루 종일 세상에 시달리고 온 아내분에게 이쁘다 이쁘다 해주세요. 얼마나 이쁩니까, 당신의 한 사람. 세상에 단 한 사람이에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나는 다소 당돌하게 말했다. 기사님은 멋쩍게 웃더니 '그게 그런가?' 하신다.
카카오택시 이야기가 나와서 어쩌다 카카오톡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가족끼리 카톡을 자주 하냐고 물어봤다. 기사님은 가족단체톡방이 있어서 자주 이야기를 하는데 큰 딸애하고 어딘지 어색하다고 했다. 본인이 먼저 살갑게 얼굴보면 인사도 하고 안아도 주고 하면 좋을텐데 그게 잘 안된단다.
나중에 후회말고 따뜻한 말한마디 아까워하지 말고 생각날때마다 꼭 해주세요. 라고 나는 당부했다. 고맙게도 기사님은 기분 나쁘게 듣지 않고 그래야겠다며 오늘 근무 끝나고 들어가면 아내분도 안아주고 다 큰 따님도 안아주겠다고 했다.
"기분 좋은 드라이브였어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하고 택시에서 내렸는데 후텁지근한 여름밤이 시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