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일기
좋은 날씨다. 아직은 걷기만 해도 낮에 땀이 나지만, 밤엔 긴 팔을 걸쳐도 좋다. N 씨와 S 씨는 곧 내가 자기네들을 잊을 거라며 서운해했지만 사실 나는 쉽게 누군가를 잊지 못한다. 겉보기에 좀 냉정해 보여도 속마음은 그게 아닌 경우가 많다.
갑자기 많은 사람들을 한 공간에서 접하니까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고 또 신기하기도 했는데,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그런지 그것도 금세 익숙해졌다.
잠깐 나갈 일이 있어 사무실에 들렀는데 120명이 쓰는 공간에 토요일인 오늘 아무도 없었다. 넓은 공간에서 혼자 일하려니 괜히 느슨해졌다. 점심을 과하게 먹지도 않았는데 졸렸다. 전엔 졸리면 15분씩 자고 나서 다시 일하고 그랬는데 이젠 그렇게 쪽잠을 자는 게 불편해서 졸려도 자지 않는 습관을 들이기로 했다. 일어서서 스트레칭도 해보고 관자놀이도 눌러보고 억지로 낑낑대니 또 그런대로 졸음이 달아났다.
일을 마치고 회사 앞 피트니스 센터를 방문해보았다. 주말이라 그런지 회사원들은 없고 죄다 어르신들이다. 60대는 넘어 보이는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열심히 운동을 하더라. 저 나이가 돼도 삶의 모습은 별반 달라질 게 없겠구나 싶었다. 편안해 보이기도 하고 지루해 보이기도 하고.
부대끼게 했던 여름 날씨가 지나가니까 부담감도 사라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9월은 추석이다 뭐다해서 빨리 지나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