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이 지났다.
까만머리라곤 눈씻고 찾아보기 힘든 이 낯선 마을에 도착한지 벌써 일주일째다. 내가 찾은 유일한 즐거움이라곤 제법 분위기 있는 카페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smile" 카페이름 치고 좀 밍밍하다. 카페 주인은 인상 좋은 백발의 통통한 아저씨다. 알이 두꺼운 금테 안경을 쓰고 곧잘 커피를 잘 내리신다. 심심한 마을에 있으니 좀이 쑤셔서 나는 의도치않게 아침형 인간이 되어버렸다.
카페가 오픈하기를 기다렸다가 문을 열면 하루의 첫 손님이 되는게 오늘로 벌써 세 번째다. 관광객이 드문 이 마을에 까만 머리의 동양인을 세 번이나 보자 카페 아저씨도 이제 내게 제법 친근한 표정을 지으신다. 일주일도 채 안지나 세 번째면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눴을 법도 한데 우리는 대화를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외국어라고는 영어 조금 하는 내가 영어를 조금도 모르는 외국인과 대화를 하기란 불가능했다.
우리는 각자의 언어로 말하며 드문드문 서로를 이해했다. 일테면 어제 해질녘에는 갑자기 밖을 보라며 아저씨가 내 손을 잡고 문 밖으로 나갔다. 이 곳에서도 보기 드문 하늘이란다. 보랏빛과 붉은 빛이 뒤섞인 수채화같은 하늘이었다.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뚜렷한 목적없이 여행길에 나선 내가 이 낯선 마을에 온 지 일곱밤이 지났다. 그 사이 달이 많이 차올랐다. 내일쯤이면 보름달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보름달이 차면 당신이 많이 보고 싶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