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보다 먼저 교과서 국정화를 시행했던 나라가 있다

배운 국민은 정권을 비판하기에 정권은 교육을 통제한다

by 영진킴


1.


교과서 국정화를 두고 벌어진 싸움이 기-승-전-결에서 '전'쯤 온 듯하다. 이 교과서를 쓸 연구학교로 지정된 곳이 이제 딱 한 곳 남았고, 그 학교 학생과 학부모 조차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싸움이 끝났구나, 교과서 국정화는 실패로 결론 났구나, 생각하기는 이르다. 대부분 느끼기로는 '결'쯤 온 듯 받아들이지만 말이다. 생각해보면 교육부가 국정화 방침을 발표한 게 2015년 12월이다. 그렇게 문제가 많았는데, 벌써 3년 차 아직도 정부 내 추진 동력이 남아있다는 거다. 연구학교로 지정된 그곳에서 내년쯤, '써 보니까 나쁘지 않더라' 평이 나오거나 요행히 학생 평균 학업 성취도가 개선되기라도 하면(이 경우 국정화 교과서 덕분이라기보다 아마 자신들의 위치에 눈을 번쩍 뜬 학생들이 이 악물고 공부해서일 확률이 높다고 보지만) 생각해보라. 정치권에서 교과서 국정화를 확대하자는 말 안 나올지. 그래서 아직 국정화 논의는 '결'이 아니라 '전'이다.



아직도 버젓이 '올바른'이라고 써놓다니! (출처: http://www.moe.go.kr/history/)


2.


교과서 국정화 뉴스를 볼 때마다 생각나는 나라가 있다. 아니, 북한 말고. 사람들은 <북한=공산주의>니까 세상에서 제일 나쁜 거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사실 북한 체제의 폐해는 공산주의의 결과물이 아닌 경우가 더러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수령님을 추종하는, 다수의 이념을 허락하지 않는 북한 체제의 특성은 사실 전체주의(Totalitarianism)의 폐해에 가깝다. 너 개인은 나라를 위해 몸 바치고, 나라는 너의 모든 것이라는 식의 한 몸 주의 말이다. 국가와 행정'직'에 임명된 대통령을 동일시하는 요새 일부 누구의 모습과 좀 닮기도 했다. 여하튼 그래서 전체주의, 그러니까 토탈리타리아니즘이 샘솟아 독재 가도를 달렸던 그 나라가 떠올려진다. 바로 이탈리아다.



3.


이탈리아도 국정화 교과서의 과거가 있다. 우리 모두 한 마음으로 나라를 발전시키자는 그때 그 시절, 그러니까 베니토 무솔리니의 집권 시절의 일이다. 물길이 아름다운 베네치아와 나폴리 토마토 피자 소스가 있기 이전에 이탈리아는 무솔리니의 전체주의 지배 국가였다.


무솔리니는 1922년부터 1945년 잡혀 죽을 때까지 독재했다. 집권 후 가장 처음 밀어붙인 개혁이 무엇이었을까? 바로 1923년 시도한 <Riforma Gentile>다. 교과 과정을 입맛대로 바꿔서 '충성스러운 시민'을 양성하는 게 목표였다. 국정화 교과서의 시초다. 무솔리니는 이를 두고 가장 파시스트다운 개혁이라며 칭찬했다. 무솔리니의 파시즘을 공부하다 보면 가장 놀라운 점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사상교육이 어릴 때부터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아주 매우 잘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무솔리니 집권 당시 이미 성인이었던 이탈리아 사람들은 당연히 반발심을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들을 힘으로 제압할 수 있는 전체주의 국가를 만든 후, 충성스러운 아이들을 키워내면 이들이 새로 사회를 구성할 텐데. 나이 들고, 올바른 역사를 기억하는 이들이 죽고 없어지면 된다. 그래서 교육이 당장 밥 먹고 사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거다.



4.


무솔리니 얘기 나온 김에, 하나 더 드는 생각. 우리 요새 고학력자 취업이 힘들다면서, 직업교육 위주로 고졸도 직장을 가질 수 있게 교육체제 개편하자는 말이 많다. 이론상으로는 공감하지만 실행 방식은 아주 조심스레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이것도 이탈리아 파시즘 정권 무솔리니가 추진한 바 있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 가장 시급한 문제는 고학력자 사이의 높은 실업률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교육은 정권에 비판적인 지성인을 끊임없이 양산하고 있었다. 이미 이르게는 1908년 발표된 <La riforma della scoula media>에서 학자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사회에 불만을 가진 지성인 계급이 존재한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위험하며 용납하면 안 될 현상이라고 판단했다. 그들은 지식과 교양을 위해서가 아닌, 사회적 입지를 얻기 위해 졸업장을 따려는 이탈리아 청년들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참고: Richard J. Wolff (1984) ‘Fascistizing’ Italian youth: The limits ofMussolini's educational system, History of Education: Journal of the History of EducationSociety, 13:4, 287-298, DOI: 10.1080/0046760840130403)


정권에 비판적이라는 건, 그만큼 배워서 안다는 뜻이기도 하다. 모르는 걸 비판하기 쉽지 않고, 설사 모르고 비판하더라도 어느 시점이 지나면 결국 반대 여론에 밀려 어버버 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배운 지성인은 그들을 지배하려는 계급에게 '용납할 수 없는' 위험 요소가 된다. 나만 너무 삐딱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하면 된다. 동시에 상방 여력도 터주면 문제가 없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교육을 '덜' 받을 옵션은 점차 늘어가는데 '더' 받을 옵션은 같은 속도로 늘지 않는 듯하다는 거다.



5. 결론.

교과서 국정화, 그러니까 정부 주도의 획일적인 역사 교육은 '국가=국민'이라는 전체주의에서 추진된 바 있다. 교육을 받은 똑똑한 지성인은 정부에 위험이 되니까 가급적 교육을 못 받게 하자는 정책도 파시스트 이탈리아에서 추진된 정책이다. 무조건 반대하자는 게 아니라, 누가 왜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지 잘 생각해보는 호기심을 갖고 살자.


끝.


커버사진: 로마 Palazzo Braschi 무솔리니 파시스트 당사 전경(출처: http://rarehistoricalphotos.com/headquarters-fascist-party-1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