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먼저 걷는 도시

2장

by 영주

도시는 사람보다 먼저 깨어난다.
지하철 첫차가 움직이기 전에, 빌딩의 불빛은 이미 켜져 있다.
청소차가 도로를 지나가고, 편의점 간판이 밤새 깜빡인다.
사람은 그저 그 속도에 맞추기 위해 하루를 계획한다.

도시의 시간은 효율로 측정된다.
회의, 보고, 일정, 마감.
모든 게 분 단위로 쪼개지고, 어긋나지 않게 관리된다.

이곳의 시간은 감정보다 빠르다.
그 속도는 한 사람의 피로나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래서 도시에서의 하루는 “살았다”보다 “버텼다”라는 말로 끝난다.
기쁨이나 슬픔이 정리되기도 전에, 다음 일정이 온다.
그렇게 생각할 여유가 사라진다.
생각이 생기는 순간, 속도에서 밀려난다.
이곳에서는 사유가 사치가 되고, 여유는 불안의 시작이 된다.

이곳에선 멈추는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늦는 순간, 자리는 사라지고, 기회는 닫힌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서두르고, 동시에 지쳐 있다.
사람들은 결국 ‘자신의 속도’보다 ‘도시의 속도’에 맞춰 산다.

한 번 늦으면 기회가 사라지고, 일정이 밀리면 존재감도 희미해진다.
그래서 모두가 앞서가기 위해 서두른다.
하지만 속도를 높일수록 삶은 더 피로해지고,
느낌은 더 무뎌진다.

하지만 시간도 결국 인간이 만든 것이다.
시계를 만든 것도, 일정을 짠 것도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가 시간을 다루는 게 아니라,
시간이 우리를 다루는 것처럼 보인다.
알람이 우리를 깨우고, 캘린더가 하루를 정한다.
우리는 시간을 관리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그 속도에 끌려다닌다.

사람들은 시간이 늘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무엇이 부족한지는 모른다.
도시의 하루는 늘 바쁘지만, 그 바쁨이 꼭 살아 있음과 같지는 않다.

느림은 낭비가 아니다.
그래서 가끔은 일부러 속도를 늦춰야 한다.
사람의 속도로 걸을 때만, 도시는 다시 사람의 얼굴을 보여준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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