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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란 May 24. 2017

서점 기획2

도시서점 near my B

서점 기획 : 블루스퀘어 북파크에 이어 이번에는 지역 밀착형 서점 near my [B](이하 니어마이비)에 다녀왔다.

@youngranna

왜 니어마이비 인가?

니어마이비는 송파 위례에 있는 지역밀착형 쇼핑몰 ‘앨리웨이’ 2층에 위치한 카페형 서점으로 지역특화형 라이프스타일 공간을 표방한다.


'지역', '커뮤니티',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는 서점은 이미 일본의 하코다테 츠타야를 통해 소개된 적이 있지만(참고: 서점의 미래 하코다 츠타야를 다녀오다)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니어마이비는 서점 기획의 측면에서 의미 있는 시도로 볼 수 있다.

☞ 쓰다 보니 글이 길어져 우선 서점 기획에 대해 살펴보고 왜 위례 신도시 인지, 누가 만들었는지, 왜 만들었는지 순으로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다.


@youngranna


서점 기획 1. 당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합니다.


니어마이비는 입구에 전시된 그림으로부터 시작해 꽃(꽃집), 커피(카페), 책(서가) 순으로 경험하도록 구성했다. 전시회에 가지 않아도 그림을 볼 수 있고 꽃집에 가지 않아도 꽃향기를 맡을 수 있다.

@youngranna

동네에서 일상적 문화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은 츠타야를 만든 마스다 무네아키가 <지적 자본론>에서 밝힌 서드 스테이지 시대에 동네 주민의 가치를 높이는 '제안'으로 볼 수 있다.

물건이 부족한 시대 ‘퍼스트 스테이지’를 지나 상품이 넘쳐나는 시대 ‘세컨드 스테이지’도 지나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소비 활동을 전개하는 지금은 ‘서드 스테이지’. ‘고객 가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제안 능력’ - 지적 자본론 p.47
@youngranna

이러한 '제안'은 커피를 주문할 때도 이어진다. 보통 원두를 신맛/고소한 맛 2개 타입으로 분류하는 프랜차이즈 카페와 다르게 이 곳에서는 4개의 원두를 준비했다.

@youngranna

또 하나 차이점은 대부분 커피를 선택하고 원두를 선택하는 것과 다르게 원두를 선택하고 커피를 선택한다는 점이다. 단순한 순서의 차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익숙한 메뉴보다 생소한 4개의 원두를 먼저 선택하도록 제안해 주문하는 고객에게 새롭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youngranna

마침 마포에서 얼마 전 맛본 프릳츠가 후보군에 있어 반가웠다. 물어보니 프릳츠 원두가 산미가 가장 강하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고소함/쓴맛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youngranna

물론 그라인더에도 자세한 설명이 적혀있기 때문에 처음 온 사람들도 쉽게 선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선택'의 폭을 넓게 제공해 '경험'할 수 있도록 한 점에서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youngranna

베이커리에서도 이러한 제안을 계속되는데. 치즈케이크만 4종류가 있었다. 블루베리 크림, 시나몬 크림 등 크림의 종류와 비주얼만 다른 여러 가지 버전을 만들었다. 누군가 블로그에 이 곳을 '디저트 카페'라고 설명한 걸 봤는데 단일 메뉴(치즈케이크)로 디저트 카페라는 칭호를 얻은 것은 '궁극의 효율'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youngranna



서점 기획 2. '소비'를 제안합니다.


익숙하고 저렴한 커피에서 이미 '제안'과 '선택'을 경험한 고객에게 이번에는 '소비'를 제안한다. 보통 상점이나 전자제품 가게에 갔을 때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팔기 위한 진열'이다.


그런데 이 곳은 '제안하기 위한 진열'인 것처럼 보인다. 곳곳에 비치된 발뮤다 공기청정기, 프린트 베이커리의 그림들.

@youngranna


특히 미세먼지로 바깥을 돌아다니기가 무서운 요즘. 그래도 이 곳은 깨끗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갑자기 안심하고 있는 나의 모습.


공기청정기로 공간에서 심리적 안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머물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 공기청정기 몇 대로 가능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그렇다면 우리 집에도 한 대?'


자연스럽게 소비로 이어질 수 있겠구나. 이게 바로 '소비 제안'인가 싶었다. 프린트 베이커리 그림들도 마찬가지다.


그림이 있으니까 보기 좋네.

못 안 박고 이렇게 걸어놓을 수 있구나.

가격도 별로 비싸지 않네?

@youngranna

'그렇다면 우리 집에도 한 점?'


전략적 제휴라는 건 이렇게 이루어져야 하는 거구나.

@youngranna



서점 기획 3.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책'을 제안 합니다


아무리 봐도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이곳에는 약 3천 여 권의 책이 진열되어 있다고 한다. 작은 서가에 어떤 책들을 진열해 놓았을까. 예상했던 대로 지역 주민을 위한 요리, 여행 위주로 서가가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도 '제안'은 멈추지 않았다.

@youngranna
가족과 안 친한 사람들을 위한 책 TOP 100
솔로를 탈출시켜주는 책 TOP 100
자존감을 높여주는 책 TOP 100
셀프 인테리어
자연으로 일탈을 꿈꿀 때 읽어야 하는 책
학창 시절 몰래 읽어야 하는 책 TOP 100
베스트셀러

일반적인 서점 분류 소설/에세이/과학/인문으로 나누지 않고 상황별로 책을 분류했다. 이러한 분류는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이 가족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랑 놀아주지 않는 아빠에게
여자 친구 없는 아들에게
취업 실패로 자존감을 잃은 딸에게
리모델링을 생각 중인 신혼부부에게
추억팔이 하고 싶은 노부부에게


서로 책 한 권 건네며 '이거 읽어봐. 너한테 도움되는 책 이래.'하면 사이가 돈독해질 수도.

@youngranna

서가와 책은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라 조금 아쉽긴 했다. 우선 책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 점. 그리고 판매되는 것에는 욕심이 없다는 듯 읽히기 위해 꽂혀있는 책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테이블 중 책을 읽는 사람은 없었다는 점. 대부분 노트북을 켜놓고 작업하거나 공부하는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평일 기준. 주말에는 다를 수 있음. 아이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됨)

@youngranna

'어떻게 하면 동네서점에서 책을 살 것인가'에 빠져있는 요즘이라 무척 아쉬웠지만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제안'한 점은 아주 칭찬해 칭찬해.


☞ 지금부터는 서점 기획과 무관하지 않은 부분이기 때문에 추가 정리한 부분


왜 위례 신도시 인가? 

송파구 위례는 경기 성남, 하남 일대와 함께 조성된 수도권 유일 강남권 신도시로 4만 가구 약 10만 명의 계획인구를 가진다. 현재는 절반 수준도 입주하지 않았지만 꾸준한 인구유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도시라는 것. 무엇보다 '서드 스테이지' 시대에 가치를 중시하는 고객들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도시라는 것 등을 이유삼을 수 있다.



누가 만들었나?

요즘 기획자에서도 밝혔듯 기획은 만드는 사람이 봐온 것, 보여주고 싶은 것 들을 기반으로 한다. 물리천문학을 전공한 대표가 과학과 다른 학문의 교류를 추구하는 서점 북파크를 만든 것처럼. 혹은 독립서점 땡스북스에서 일하며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하던 직원(현 사적인 서점 정지혜 대표)이 자신만의 책 처방 서점 '사적인 서점'을 만든 것처럼.


그렇다면 니어마이비를 만든 대표도 서점 기획과 본인의 행적 상 어떤 연결선 같은 게 있을까? 물론 이번에도 내가 접근할 수 있는 건 공개된 정보뿐이었는데 다행히(?)  한 줄기 실선을 그을 만한 이력이 있었다.


손지호  
네오밸류 대표
부동산 디벨로퍼
(*2005년 자체 개발사업으로 인사동에 아트스페이스 개발)


정확하게는 니어마이비를 만든 건 손지호 대표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네오밸류에서 분양한 아파트 상가 시설 '앨리웨이' 안에 '니어마이비'가 들어가 있는 셈이니까. 그래도 영수증에 찍힌 대표명이 손지호 이니까. 그가 모든 컨펌을 했겠지 생각했을 때,

@youngranna

흥미로운 이력은 바로 '인사동에 아트스페이스를 개발한 이력'이다. 문화공간에 대한 선 투자 및 개발 경험을 근거로 니어마이비가 지역특화형 라이프스타일을 표방한 서점이라는 주장(?)은 납득이 되기 시작한다.  


그가 '지역', '커뮤니티', '복합문화공간'을 중요시한다는 건 다른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다. 이미 업계에서 그는 상업시설을 분양하고 손을 털고 나오는 보통의 디벨로퍼와 달리 상업시설 일부 혹은 전부를 직접 보유·관리하고 그 안에 들어갈 콘텐츠까지 개발하며 '디벨로퍼 업계의 마크 저커버그'로 불린다.


왜 만들었나?

부동산 디벨로퍼가 상업시설을. 그것도 서점을 기획한 이유를 유추할 수 있는 인터뷰를 끝으로 글을 마무리 한다.


"분양 상가 중 활성화된 상업시설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상업시설이 활성화되려면 기획자가 기획 의도에 따라 운영해야 합니다. 콘텐츠도 그에 맞춰서 들어와야 하죠.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도 필요하고요. 그러나 시행사가 분양 후 떠나버린다면 이 역할을 수행할 사람이 없습니다. 수익이 되지 않는 사업 분야이지만 상가를 발전시켜야 하기 때문에 네오밸류가 앞장서서 하고 있습니다."


*정리한 내용은 아래 사진을 통해 대부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진도용 금지 임을 밝힙니다. (사진 내에 인물을 제외하려고 노력했으나 혹시 사진에 찍힌 분이 이 글을 보신다면 이야기 해주세요. 해당 사진 삭제하겠습니다.)


*참고 자료

위례 신도시 설명 참고  : SBS CNBC (http://land.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7052148881)

손지호 네오밸류 대표 인터뷰 1 : 서울경제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11&aid=0002942875)

손지호 네오밸류 대표 인터뷰 2 : 매일경제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7&no=126555)

손지호 네오밸류 대표 인터뷰 3 : 연세대학교  PEOPLE (https://www.yonsang.com/yonsang/newsletter.asp?mid=Y01_05&act=view&idx=234&bid=8)


@youngra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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