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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잘지내니
By 나란 브런치 작가 . Oct 13. 2016

이런 회사 없나요

'사심 프로젝트' 허용해주는...

사심 프로젝트

얼마 전 출판사와 일할 기회가 있었다. 작가 꿈나무인 나에게는 재미있는 시간이었지만 메인 업무가 아니었음에도 욕심 있는 나에게는 하루하루가 치열한 내적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2개월이었다.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물론 일을 대충할 수는 없지만 세상에서 가장 잘하고 싶은 일을 전력 질주하지 못하는 때에 달려드는 속상함이랄까.

그렇게 고군분투의 시간이 지나고 다행히 책은 예쁘게 만들어졌다. 심지어 베스트셀러를 문 앞에 두고 있다.


편집자님을 잘 만났다. 나보다 다섯 살 많은 언니, 공대 나온 출판사 편집자라는 이색적인 커리어가 나에게 '멋지다'를 떠올리게 한 건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능력자임을 자주 드러내셨기 때문이리라.

편집자님과 실제로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일에 대해 느끼는 보람 따위에 대하여.

인터뷰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내가 기획하고 편집한 책이 잘되면(많이 팔리면) 그래도 눈치는 안 보인다고...!

실제로 편집자님의 올해 책은 대부분 대박이 났는데(왜냐하면 우리 책도 대박 예감이니까) 다음 책도 들어보니 승률이 꽤나 좋을 것 같다. 단순한 감은 아니다. 요즘 에세이 흐름상 소위 말하는 잘 팔리는 작가의 부류에 해당되는 분이었기 때문이다.

잠들기 전에 내일 걱정을 하며 편집자님과의 이런저런 대화를 되새김질했다.

그리고 이런 회사가 있을까? 차린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심 프로젝트'를 허용해주는 회사 같은 거.


일 년에 4-5권 책을 만드니까 그중에 1권은 사심이 담긴 책이면 어떨까. 아무래도 회사이니까 100%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책을 기획하고 만들어야겠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기획이 포함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을 테니까.


(대부분의 우리는 대중적인 것을 소비하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것 들 중에는 대중적이지 않은 게 많지 않다. 나에게 꾸준히 노출된 것,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된 것을 소비하는 게 가치 있다고 무의식 중에 생각하게 된다. 동네책방을 사랑하지만 책은 교보문고 가서 사는 경우는 아주 극소수이고 결혼식 때 혼수로 많이 한다는 여성 가방이 가장 대표적인 예인 것 같다. 그러므로 우리는 항상 대중적인 기획을 하기 어렵고 매번 그것을 사랑하기 어렵다. )


그러니까 한 권쯤은 개인의 취향을 듬뿍 담아 만들어 보는 거다. (사심 프로젝트를 위해 업무를 100% 해내는 게 조건이어서는 안 되는 게 제 1의 조건이다)

출판기획에 국한된 생각은 아니다. 일반 회사도 모두 성과가 나는 일을 중심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사심을 담으면 일이 소소해지기 쉽다. (어릴 때부터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장난감, 인형을 쪼물딱 쪼물딱 거리 기를 좋아하며 자란 우리이니까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 그건 사심 프로젝트가 되기 어렵다)


사실 사심 프로젝트가 필요한 이유는 창의적인 어른이 되기 위해서다. 어른이 되면서 이성적인 판단으로 머리가 가득해진다. 업무를 유지하는 데에는 도움이 많이 되겠지만 창조적 파괴적 성과를 내는 건 어렵다. 판을 뒤집어야 하는데 매일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1+1=2 가 아닌 걸 인정할 용기가 없어지니까. 휴가, 여행으로 해결되는 부분 아닌가? 할 수 있다. 또 다른 더 큰 이유가 있다.


그건 바로, 더 이상 그럴 이유가 없어졌으니까. 현재가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으니까. (참고: 요즘 젊은것들의 사표)

그러니까, 회사에서 내 미래를 책임질 게 아니니까 서로 윈윈 하는 방법으로 1년에 한 번씩 사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어떨까...?

만약 회사에서 팀의 업무가 1-2개월 단위의 프로젝트로 돌아가는 경우 팀원이 돌아가며 사심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얼마나 사심 가득한 프로젝트였는지 공유해보는 거다. 취미보다는 전문적이고 일보다는 취미스러운 그 중간지점의 어느 중간 즈음....?

그러면 좀 더 천천히 현재를 때려치울 수 있고 좀 도 나이스 하게 현재 회사에 기여할 수 있을 텐데.

다사다난 9월에 이어 체념의 10월을 보내던 중에 유토피아보다는 조금 현실적인 몽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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