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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잘지내니
By 나란 브런치 작가 . Mar 07. 2017

'감정적 허기'에 빠지다


노량진 신원문고에서 패션잡지(마리끌레르 2017년 3월호였나?)를 슥슥 넘기다 배우 이시영 인터뷰에서 멈췄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것

뛴다. 한강공원이나 올림픽공원을 매일 7km씩. 한 달에 100km를 뛰는 것이 목표다.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는다. 나와 한 약속이니까. 어떤 사람은 왜 그렇게 무리하느냐고 하지만 내게는 달리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러닝이야말로 게을러지지 않고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고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방법이다. 일이 많을 땐 매일은 힘들지만 적어도 일주일에 다섯 번은 뛰려고 노력한다.


나 역시 헬스장에서 러닝머신 뛰고 나온 길이었는데... 도로 들어가야 하나 싶었다.


7km 라니... 나는 러닝머신 스피드 6.5와 8 사이를 수 차례 바꿔가며 30분인가 40분 동안 3km 뛰고 이마에는 땀범벅 다리 힘이 쪽- 빠져서 진동 마사지 머신으로 종아리, 허벅지 오른쪽 왼쪽 열심히 풀어주고 나왔는데...

게다가,

운동한 몸에 대한 보상으로 핫도그를 명랑하게 한 입, 그래도 가시지 않은 허기를 채우기 위해 컵밥 거리를 서성이던 중이었는데...

그녀는 나에게 '감정적 허기'를  줬다.

"먹는 프로그램 하니까(백주부 님과 함께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것 같은데) 매일 뛰어야겠지."

"쟨 연예인이고 난 일반인이야." 세뇌하며 스스로를 달랬지만 나의 감정적 허기는 더해만 갔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와 동생에게 명령하듯 말했다.

"치킨 시켜"  


아이러니하게도 상처(스트레스)를 받으면 '감정적 허기' 상태가 되어 먹을 걸 더 찾게 된다고. (이 단어 역시 신원문고에 서서 본 패션잡지에서 얼핏 본 단어다.) 집에 와서 좀 더 찾아보니 딱 '나'.


1. 이유 없이 단 걸 찾는다.
2. 배가 고프지 않은데 먹을 걸 주워 넣는다.
3. 배 부름을 느끼지 못해 계속해서 단 걸 주워 넣는다.

왜일까?
'탄수화물이 당길 때 먹는 카페라테나 케이크, 과자 등의 당은 그 자체로 중독성이 있을 뿐 아니라 배부르다 느끼게 해주는 렙틴 호르몬 흡수를 저하시켜 자꾸만 더 무언가를 먹게 만든다'라고 한다(기사 참고).


그래서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단백질! 삼겹살을 먹으라는데...


삼겹살? 감정적 허기 상태에서 삼겹살을 먹으면 당연히 소주랑 같이 먹어야 되는데 그러면 또 소주는 쌀로 만든 거니까 결국은 탄수화물이고... 한 병으로 끝날 수가 없고 계속 마시게 될 텐데... 그러면 도루묵 아닌가(하는 건 내 생각...).


신체적 허기의 시대는 갔나?

이제 감정적 허기 시대로?

나는 위와 같은 경우가 꽤 많은 편에 속한다. 배고파서 밥을 먹는 경우보다 그냥 일하다가 머릿속에 단 게 생각나서 편의점으로 뛰쳐나가거나, 주말에 혼자 조조로 영화 한 편 보고 나오자마자 인스타그램에서 맛집을 검색해 가서 먹는다거나, 야근을 하고 집에 가는 길에 스타벅스에 가서 프라푸치노 한 잔 사서 택시를 탄다던가 하는. 뇌가 지쳐서 또는 스트레스받아서 심리적 결핍을 먹는 것으로 채우려는 현상.

 '감정적 허기'에 정도가 있다면 나는 상습범(...ㅠㅠ). 병이라면 중증일 거다(ㅠㅠ).


최근 읽고 있는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했다가는 몰매 맞았을지도 모른다.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라는 책인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루마니아에서 소련 강제수용소로 이송된 소년의 5년의 삶을 그린 내용이다. 아직 읽는 중이지만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배고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몰입이 꽤나 잘 된 덕분에 최근에는 음식을 남기거나 빵을 마음껏 사 먹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등가죽이 배에 붙어 꼬르륵 소리를 달고 사는 수용소 사람들. 그들이 겪는 게 바로 '신체적 허기'다. 물론 전쟁, 수용소 같은 단어를 불러와 신체적 허기를 이야기하는 건 과한 감이 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다 알지 않을까. 이제 신체적 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것을.


그렇게,

감정적으로 허기져서, 즐거움 없이, 입 안으로 음식을 꾹꾹 채워 넣는. 음식을 위장에 채워 넣기 전에 사진부터 찍는. '허기'가 '허영'이 되어가는. 이상한 증상이 출현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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