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입었을 당신에게.
아버지의 월급날, 월급봉투를
할머니에게
빼앗기는 모습을
창문을 통해서 보았다고 했다.
아버지의 퇴근 시간에 맞춰
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노란 봉투를
순순히 할머니에게 내어 주었다고 했다.
봉투를 받아 들고
비단 치마를 말아 쥐고
유유히 시내로 사라지는 할머니...
나는 아버지의 가난을 이해하지 못했다.
가난의 불편함을 알아 버린 그때부터
아버지를 미워했다.
부족한 생활은 끝이 보이지 않았고
고단함과 가난에 절어 버린 자존감은
땅바닥에 내려놓은 지 오래였다.
마음속에서 일어난 화는 안으로 파고들어
쌓여만 갔다. 분명했으며 파괴적이었다.
그 화는
고스란히 아버지에게로 향했다.
나는 아버지의 자존심을 구겨버렸고
아버지는
방 한 구석에 구겨진 채 숨죽이고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기억이 확실치 않지만..
아버지는 소싯적 이야기를 늘어놓았고
과거의 자신을 소환하여
나에게 보이고 싶어 했다.
무시.
방치.
무관심.
녹아내린 자존감은 바닥에 흘러내려
슬픈 무늬만을 남기고.
첫사랑과의 데이트날,
아버지가 쥐어 주었던 동전 서른 개는
땅바닥에 집어던졌다.
처음으로 아버지의 매운 손맛을 느낀 날이었다.
나의 볼이 붉어졌으며
아버지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초라하게 구겨진 어깨를 보며 뒤돌아 섰지만....
아빠.. 아빠..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납니다.
어쩌면
곱게 다려진 흰 와이셔츠를
입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족들에게 넉넉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몸이 아프지 않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에게 그리고 자식에게 받은 상처들이
몸의 병을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 한 소절 멋들어지게 지어보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억으로만 남은 그 모습들이
더 이상 선명하지 않습니다.
자꾸 아련해지는 그 사람이
이 나이가 들고 보니 너무나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