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틀릴 수 있다

이기적인 나

by 김영웅

당신도 틀릴 수 있다.

연애와 결혼 간극을 서투르게 넘어서던 신혼 초, 아내와의 말다툼이 잦아졌다. 너무 사랑했지만, 또 한편으론 내가 아닌 사람이 나와 같은 시공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했고, 그러는 데에는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여러 가지 다양한, 그러나 아주 하찮은 일들로 시작되었던 말다툼의 끝은 결국 나를 이해해달라는 요구로 이어지곤 했다. 특히 내가 그랬다. 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이해하고 받아주지 못하냐는 식으로 나는 아내에게 호통을 치곤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부끄러움을 느낀다. ‘있는 그대로’라는 말을 내가 너무 내 중심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 말을 했던 내 마음의 저변에는 ‘나는 언제나 옳다’라는 심리가 있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결혼하기 전과 같이 나는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게 있는데, 그걸 아내에게 모두 받아달라는 요구와도 같았다. 그런데 아내 역시 나와 동등한 사람이고, 그녀 역시 동일한 요구가 있었을 것이다. 이십 대 후반에 결혼을 했으니 그 나이까지 둘이 아닌 혼자 사는 삶이 주는 편리함과 유익을 결혼 후에도 여전히 고수하고 싶은 은밀한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었을 것이다.


그때 나는 언제나 옳았다. 이 무모하고 경솔한 마음가짐을 객관적으로 보게 된 건 그로부터 수년이 지났을 때다. 그 깨달음을 얻기까지 아내에게 상처를 주었던 내 모습은, 여전히 남아있어 가끔씩 고개를 쳐드는 내 이기적인 자아를 느낄 때마다 겹쳐져서 마음이 무겁고 괴로워진다. 나는 언제나 옳지는 않았다.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이 당연하고도 당연한 생각을 하게 되기까지 가장 아끼고 사랑해야 할 대상인 아내의 감정과 마음이 소모당했다는 생각이 들 때면 나는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어디론가 대가리라도 박고 숨고 싶다.


있는 그대로 사랑해달라는 요구. 위로받고 싶은 마음. 누군가에게 맞춰지는 인생이 아닌 투박하지만 솔직한 나를 이해해달라는 요구. 요즘 유행하는, 소위 ‘나를 찾기’ 흐름에 편승하여 스스로의 은밀한 이기심을 충족시키는 사람들.


함부로 말하지 말자. 기독교에서 원죄라고도 해석되는 자기애와 건강한 자기애라고 할 수 있는 자존감 사이의 엄연한 차이를 잘 분별하자. 당신은 항상 옳진 않다. 당신도 틀릴 수 있다. 그것도 자주. 당신의 게걸스러운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결국 또 소중한 타자가 소모되고 희생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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