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다운 적막

건강함: 삶의 여백을 채우는 고독

by 김영웅
122153333_3654210804623675_7040454230515561805_o.jpg

적막다운 적막.


혼자 있으면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와는 달리 실존적인 문제에 직면하는 순간이 절대적으로 늘어난다. 업무상 만남이나 일부러 누군가와 약속을 잡지 않으면 하루 종일 한 마디 하지 않을 날도 많다. 입은 그저 음식이 들어가는 입구로써의 기능에 그치고, 적막한 고독은 삶의 여백을 충만하게 채운다.


많은 사람들은 여백에 충만한 고독이 싫어 자기 대신 움직이고 말하는 무언가를 찾는다. 예전 같으면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를 찾았지만 이젠 별 망설임 없이 인터넷에 접속하여 그 허기를 채운다. 텍스트의 시대를 넘어 어느덧 동영상의 시대다. 넘치는 정보의 홍수 속에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읽고 무언가를 본다.


문득 이러한 만남들의 방향이 너무 일방적이라는 점이 두려워졌다. 압도적으로 늘어나는 소셜 네트워크는 언뜻 보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폭넓은 인간관계를 제공해주는 것 같지만, 그것의 일방향성을 생각하면 우리의 여백을 가득 채우고 있는 고독이 과연 사라졌는가 묻게 된다.


홀로 있을 때의 조용한 고독은 인터넷에 기반한 일방적인 인간관계로 인해 시끄러운 고독으로 바뀌었을 뿐, 여전히 고독은 고독으로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의 소리와 시계의 초침 소리 대신, 관심과 인정을 원하는 여러 목소리들이 우리 여백을 채우고 있다. 나는 이 여백이 오늘따라 섬뜩하게 느껴진다. 여백은 여백다워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아서 두려워진 것이다. 그리고 난 오히려 적막을 바라게 된다. 뭇사람들의 포장된 목소리들로 이루어진 적막이 아닌 아무 말도 없는 텅 빈 적막을.


고독을 해소시켜 주는 건 관계의 양보다는 방향이라는 생각이다. 적은 수라도 상관없다. 다만 신뢰하고 서로 주고받는 작은 관심과 사랑이 담긴 쌍방향의 소통이면 족하다. 나머지는 그냥 적막으로 놔두자. 적막이 적막 다울 수 있도록. 그 텅 빈 공간을 채우려고 아등바등하지 말자. 고독이 삶의 일부임을 알고, 고독 또한 풍성한 삶을 이루는 필수 요소임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일상의 작은 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