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팔리는 책?

유명세와 책 판매

by 김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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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팔리는 책?

- 유명세와 책 판매.


곧 출간될 책을 떠올리면 (11월 중순 예정이다) 여러 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진다. 우선 첫 책이라는 사실에 대한 흥분과 기대가 있다. 아직도 설렌다. 그런데 이 설렘은 곧 부끄러움으로, 부끄러움은 곧 걱정과 두려움으로 바뀐다. 페북이나 블로그에 올리는 글들은 좋아요를 얼마나 받는지 댓글은 얼마나 달리는지 등 상품성과는 별 관계없는 것들에 관심이 가는 정도로 그치지만, 책으로 만들어지면 아무래도 상품으로써의 책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과연 얼마나 팔릴까, 1쇄는 다 팔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하면 괜한 죄책감마저 느껴진다.


책을 여러 권 써본 지인들은 자기들도 다 그랬다며, 두 번째, 세 번째 책을 쓰다 보면 점점 뻔뻔해진다고, 이것도 과정의 일환이라고 심심한 위로를 건넨다. 그리고 출판사의 섭외로 쓰기 시작한 책이라는 점에서 내가 하는 걱정은 출판사를 너무 띄엄띄엄 본 거라고 말해주기도 한다. 출판사라면 바보가 아닌 이상 절대 손해 볼 짓을 시작하지도 않을 것이며, 섭외까지 할 정도였다면 적어도 손해보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일 테니, 염려는 붙들어 매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사실 나는 은근히 위로가 되었다. 충분히 일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책 출판이 자선행사도 아니고, 따지고 보면 유명하지도 않을뿐더러 잘 알지 못하는 나를 선택해서 의뢰할 정도였다면 출판 기획 그 자체만 해도 1쇄는 완판 되리라는 믿음이 선행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설렘으로 시작해서 죄책감까지 진행된 내 감정은 그렇게 해서 진정이 되곤 했다. 그런데 이 사이클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된다. 이게 문제다.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한다. 잘 팔리는 책이라는 사실에 대해서 내가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출판사 현황을 직간접적으로 조사를 해본 결과에 따르면, 요즈음 잘 팔리는 책들은 거의 다 소위 유명인들이 내는 책들이다. 그들이 그들의 이름을 달고 내면, 글 내용의 깊이나 글이 가진 문장력이나 통찰력, 혹은 공감력과 영향력 따위랑은 아무 상관없이 그저 아무 얘기나 써도 어느 정도 이상은 팔린다. 1쇄 완판을 기대하는 바람 따윈 아마 걱정거리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독자들이 유명인들의 책을 우선적으로 구입하는 책시장도 걱정스럽지만, 출판사들이 아예 처음부터 유명인들을 섭외하여 책 출판을 기획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라치면 분노까지 느껴진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출판사가 먼저 연락해서 책을 하나 내자고 제안하면 딱 잘라 거절하지는 못할 것이다. 누구나 마음 한편에는 죽기 전까지 책 한 권을 꼭 내고 싶다는 욕망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유명인들도 마찬가지일 테고, 출판을 먼저 의뢰해 온 그 제안을 마다할 이유는 당연히 없을 것이다. 그리고 유명인들의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들이 낸 책을 굳이 읽어보지 않더라도 일단 구매해야겠다는 의지까지 가지게 만드는 신비한 힘을 가진다. 이 심리는 아마도 우리가 학창 시절 어떤 연예인들의 현황에 대해서 실제 관심은 없더라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친구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메커니즘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 한다.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단순히 누가 썼는지만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이게 우리가 당면한 서글픈 출판시장의 민낯이다.


배 아프면 너도 유명해지지 그래? 하고 따진다면 할 말이 없지만, 나는 책이라면, 그것이 담고 있는 내용이 반드시 저자의 유명세보다 더 가치 있게 다뤄져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 생각을 곧 출간될 내 책에 대한 생각과 연결해보면, 설렘에서 시작하여 죄책감까지 치닫는 나의 우려는 어쩌면 그저 내가 유명하지 않다는 사실에 대한 유치한 불평 정도로 소급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이것저것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하여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더 만들고 내 이름을 그들에게 인지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도 든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이내 그만둔다. 유명세가 책 판매에 미치는 영향을 비판하는 자가 자기 책 팔려고 유명세를 얻으려고 시도하는 그 자체가 이중적이고 모순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내 안엔 솔직히 이중적인 마음이 있다. 한편엔 유명인의 책이 잘 팔린다는 사실에 대한 회의, 유명세가 책 판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비판. 그리고 다른 한편엔 내 책 판매를 위해 유명세를 획득하고 싶어 하는 욕망, 비판의 대상이 된 사람들 중 하나가 되고 싶은 욕망. 이 두 가지 마음을 나란히 두고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고 있노라니, '나'라는 인간의 가벼움이 보이고, 나아가 보편적인 인간의 욕망이 어떤 것인지도 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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