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글쓰기.
1.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그 공허함에 마음이 급해진다. 글을 매일 쓰면서부터 그런 생각이 차츰 줄어들었다. 글을 쓴다는 건 멋진 일이다. 기록하는 건 기념하기 위해서고, 기념하는 건 기억하기 위해서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한다. 기억하는 게 뭐라고 내 마음에선 공허함이 눈 녹듯 사라지고 이리도 위로가 충만해지는지. 책을 읽고, 또 하루를 살아내고 글을 쓰는 이유는 지극히 이기적인 이유다. 어쩌면 지극히 인간적인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의미를 찾고 싶어 하고, 저 너머를 궁금해하고, 무언가를 동경하고 의지하고 바라는 인간의 욕망. 글쓰기가 없었다면 나는 이 많은 것들을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듯 모두 놓쳐 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그 많은 모래알 중에 단 몇 알이라도 주워 담는 심정으로 나는 글을 쓴다. 가만히 있으면 안정감을 느끼기보다는 왠지 모를 불안과 공허를 느끼게 되는 사람들.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그게 무엇인지 몰라 망설이는 사람들. 시간이 없다며 늘 쫓기듯 살면서도 정작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시간을 죽이는 사람들. 어떤 새로운 일을 벌이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생각의 정리, 마음의 정리. 그러지 않고는 다 놓쳐 버린다. 글쓰기는 훌륭한 대안이 된다. 글쓰기는 위로요 치유다.
2. 말보단 글이 편하다는 말을 한 동안 자주 사용했다. 사실 지금도 그렇다. 그러나 그 말을 어느 순간부턴 조심하게 되었다. 비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초고와 퇴고의 차이랄까. 한 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지 못하지만, 한 번 쓴 글은 수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나는 언제나 가면을 쓸 시간을 번 것 같은 기묘한 안정감을 느꼈던 게 아닐까. 완전한 말과 완전한 글은 모두 존재할 수 없겠지만, 글은 아무래도 말보다는 시간을 벌 수 있어서 적당히 날카로운 면을 숨길 수도 있고 적당히 뉘앙스마저도 다듬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내가 원하는 대로 수정할 수 있으니까. 게다가 훌륭한 글을 쓰는 사람의 실체를 대면하고 실망했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니까. 그래서 나는 말에 대한 일종의 동경 같은 게 생겼다. 더 조심하게 된다. 그리고 글을 쓸 때도 진정성을 담으려고 더 애쓰게 된다. 화려한 미사여구는 점점 피하게 된다. 말도 글처럼 나아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