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혼자 나선 산책길, 적막을 이루는 자연의 작은 소리에 여전히 귀 기울일 수 있는 내 모습이 좋다. 참 다행이란 생각이다. 마음에 적잖은 위로가 된다. 아직 타성에 젖지 않은 모습이 내 안에 남아 있는 것 같아서, 아직 나를 한 발자국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남아 있는 것 같아서, 아직 선하고 아름다운 것들의 힘을 의지하고 소망하는 마음이 들고 그것을 기뻐할 수 있어서.
가끔 이런 순간을 맞이할 때면 내 마음은 순식간에 어떤 그리움으로 가득 차게 된다. 무엇이 그리운 건지는 분명하지 않다. 어쩌면 대상을 잊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건 그리 중요하지는 않은 건지도. 다만, 내가 무언가를 사무치게 그리워한다는 것, 무언가를 간절히 바란다는 것만이 지금 이 순간 중요한 것이다.
나의 어딘가가 비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게 모든 것의 시작이지 않을까. 이 일상의 반복적인 깨달음 없이 무언가를 정해두고 그것을 그리워하고 바라야만 한다고 주입되기 이전에 가득 채워진 그 무엇에 대해 아무리 많이 듣고 배운다고 해서 과연 그것을 잘 알게 될 수 있을까. 특히 인간 내면의 밝음과 어두움에 대해선 더 그런 것 같다. 먼저 내 안의 공허와 어두움을 인지하고 인정하는 것, 나는 나약하고 부족하다는 걸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바른 시작에 놓여야 할 기본적인 마음 아닐까. 그것 없이 축적된 ‘바른’ 지식은 과연 무슨 힘을 가질 수 있을까. 성찰과 깨달음 없이 진공 상태에서 누적되는 지식은 공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