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by 김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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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


나이를 먹어도 절대 손에서 놓지 못할 물건 중 하나는 한국 과자다. 11년의 미국 생활에서도 한국 과자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구해 먹었다. 클리블랜드나 인디애나에 거주할 때, 한 시간 가량 차를 타고 가야 도착하는 한인 마트나 중국 마트에서 한국에서보다 두 배 가량의 돈을 지불하면서 사 먹었던 새우깡 맛은 내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나에게 한국 과자는 한국 라면과 거의 동급으로 내 마음속 깊이 각인된 한국 그 자체인 것이다.


큰 일을 저질러버렸다. 쿠팡이라는 방법을 통해 과자를 배달시켰다. 미국 가기 전 나의 최애 과자는 감자깡이었다. 귀국하고 나선 변심하여 꼬깔콘 군옥수수맛으로 갈아탔다. 감자깡에겐 미안한 마음이지만, 대신 오늘 묵념하는 마음으로 오피스를 같이 사용하는 동료와 함께 배달된 과자 박스를 뜯어 감자깡을 제일 먼저 한 봉지를 까먹었다. 그런데 웬걸. 감자깡을 한입 먹는 순간 십여 년 전 감자깡과 함께 하던 그 시절의 짙은 향수가 모락모락 피어나면서 눈물샘을 자극하며 나는 지난 십 년을 회상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할 수 있는지 내게 물으며 나는 꼬깔콘으로 변심한 나를 용서해야 하나 혼란스러웠다. 그러는 와중에도 나는 계속해서 감자깡을 흡수하고 있었는데, 순간 묘안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꼬깔콘 군옥수수맛도 먹어보는 것이었다. 나의 천재성에 감탄하고 역시 나는 troubleshooting의 명수구나, 하며 자뻑에 취한 상태에서, 내 마음을 정확히 가늠하기 위해 꼬깔콘 군옥수수맛 한 봉지를 곧장 뜯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꼬깔콘을 한입 먹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감자깡은 과거에 묻고 나는 꼬깔콘 군옥수수맛과 나의 현재를 함께 해야 하겠구나, 하는 운명을 느껴버렸던 것이다. 아아, 미안하다. 감자깡. 사랑한다. 꼬깔콘 군옥수수맛. 그러나 감자깡도 오늘처럼 과자 세트로 묶여서 오면 하나씩 먹어주리라. 옛정을 생각해서 내 너를 내치진 않으리라.


*사진 속에 감자깡이 없는 이유는 이미 먹어버렸기 때문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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