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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웅 Jun 16. 2023

시대의 요구: 참 목회자, 참 설교자

방영민 저, ‘책의 숲에서 만나는 하나님’을 읽고

시대의 요구: 참 목회자, 참 설교자


방영민 저, ‘책의 숲에서 만나는 하나님’을 읽고


인생의 낮은 점을 지나고 캘리포니아에서 새로운 시작을 할 즈음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나는 신앙 서적을 시작으로 영성/신학 서적으로 막 진입을 했고, 하나님을 더 알고 싶은 뜨거운 마음이 들어 성경과 함께 신학교에서 사용하는 조직신학 책과 성서해석학 책을 조금씩, 나의 미천한 이해력으로 이해할 수 있는 데까지 읽어보려고, 비록 진도는 안 나갔지만, 발버둥 치기 시작하고 있었다. 간증이나 설교 위주의, 상대적으로 읽기 편하고 감정적 위로/공감/치유 등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읽는 책이 아닌, 지적인 부분까지 해소시켜 주고, 성경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눈을 갖게 해 주며, 성경에만 갇히지 않고 시대와 문화를 관찰하고 해석하여 그리스도인의 변하지 않는 정체성과 사명과 삶의 방향성에 대한 통찰력을 갖게 해 줄 수 있는 책을 고르기란 내 능력을 벗어나는 일이었다. 나는 갈급했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진정한 구원은 언제나 외부에서 오는 법일까. 그 당시 페이스북에는 기독교 서적에 대한 서평가들이 여기저기서 등장하여 춘추전국시대를 이루고 있었다. 방영민 목사도 그중 하나였다. 세월이 지나며 대부분의 서평가들은 시들고 말라 자취를 감추었지만, 방영민 목사는 쇠하지 않고 꾸준히, 그것도 갈수록 깊어져가는 통찰력과 필력으로, 서평을 올리고 있다. 방영민 목사의 서평을 초창기부터 읽어오던 팬으로서, 그리고 책 선정에 있어서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던 수혜자로서, 마침내 그의 서평들이 정갈하게 옷을 입고 종이책이라는 모습으로 내 손에 들려 읽혔다는 사실에 나는 기쁨과 감사를 느낀다.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분야에서 계속해서 읽고 쓰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싶다면, 방영민 목사의 서평을 초창기부터 차례대로 읽어보면 된다. 단순한 기계적인 요약 수준을 넘어, 방영민 목사가 지양하는 인상비평이 아닌, 오랜 관찰과 깊은 성찰을 통과한 통찰이 서서히 견고해져 가는 과정을 목도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해내지 못하는 것들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 사람을 나는 존경한다. 방영민 목사도 그중 하나다.

 

프롤로그에 소개된 것처럼 이 책은 방영민 목사가 써왔던 250여 편의 글을 여섯 개의 주제로 나누어 네 편씩 선별한 서평 모음집이다. 여섯 개 주제는 교회, 제자도, 설교, 하나님 나라, 시대와 사명, 예수의 십자가이다. 각 부를 여는 서론도 읽을 만하다. 거기에는 저자의 생각과 신앙이 잘 담겨있다. 책을 만들며 일목요연하게 재구성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여섯 개의 주제가 서로 다른 것 같지만, 내겐 하나로 읽혔다. 저자의 탄식과 소망, 그리고 그것을 향해 뚜벅뚜벅 전진하는 저자의 성실함과 복음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져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 실린 저자의 바람에 더하여 나의 저자에 대한 바람으로 이 감상문을 마치면 어떨까 한다.


저자 스스로가 강조하는 것처럼, 목회자는 기획하고 행정하고 기술에 능통한 기업가와 같은 자가 아니라, 본래 읽고 쓰고 말하고 기도하는 자일 것이다. 이 시대엔 그런 목회자들이 드문 것 같아 평신도인 나는 안타까운 심정을 넘어 불안하기까지 하다. 길 잃은 양이 될까 봐, 하나님 말씀을 읽지 못하는 눈먼 자가 될까 봐, 하나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귀먹은 자가 될까 봐, 그리고 성경에서 말하고 있는 하나님 나라가 무엇인지,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여기에 있는지 모른 채 기계적으로 숨만 쉬며 이벤트화 되어버린 교회 예배에만 참석하게 될까 봐 두렵다. 나 역시 교회의 회복, 기독교의 회복을 갈망한다. 이 부분에서 목회자의 회복이 시급함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나는 바란다. 방영민 목사처럼 꾸준히 작은 등불로 어두운 곳을 비추는 목회자가 많아졌으면 하는 것. 그가 존경하는 마틴 로이드 존스, 존 스토트, 김남준, 김영봉 목사처럼 훌륭한 설교자가 되길 바라고, 삶과 신앙이 하나가 되어 하나님의 말씀이 살아있는 텍스트가 되어 그의 설교에서, 그의 글에서 넘쳐서 흘러나오는, 훌륭한 인격과 성품을 갖춘 목회자가 되길 바란다.


#플랜터스

#김영웅의책과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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