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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영 Jun 17. 2024

[인생x영화] 뒤를 돌아보는 것

<덩케르크>


인생은 혼자다. 그래서 우리는 더 강해져야 한다. 각박한 일생에 살아남으려면 나아가야 한다. 지금 가만히 있는 것은 오히려 도태되는 것일 수도 있다.


경제 용어 중에 '붉은 여왕 효과'라고 있다. 루이스 캐럴(Lewis Carrol)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편인 <거울 나라의 앨리스(Through the Looking-Glass)>에는 앨리스가 붉은 여왕과 함께 달린다. 계속 달려도 나무 아래를 벗어나지 못하자 앨리스는 붉은 여왕에게 묻는다. "아무리 달려도 왜 나무 아래를 벗어나지 못하나요. 제가 사는 곳은 이러지 않는데." 그러자는 붉은 여왕은 앨리스에게 말한다. "여기서는 힘껏 뛰어도 제자리야. 제자리를 벗어나려면 더 빨리 뛰어야 해". 붉은 여왕이 사는 세상은 한 사람이 뛸 때 다른 사람들도 그 속도로 뛰는 세상이었다. 그 후 '붉은 여왕 효과 (레드 퀸 효과)'는 내가 아무리 변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그 이상을 뛰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범죄심리학자 박지선 교수가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유재석을 보고도 그런 말을 했다. 가만히 유지하는 것은 그만큼의 노력을 계속하는 것인데, 유재석은 그걸 하기에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우리 인생도 적용되는 것 같다. 유지하는 것도 너무 어렵다. 그러면 나아가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해본다. 너무 달리다 보면 주위에 놓치는 것이 있지 않을까. 나아가는 것도 좋지만 속을 다 채우지 않은 채로 달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90년대 대한민국은 이미 그런 사고를 겪은 적이 있다. 속을 채우지 않은 채로 수익에 몰두해 삼풍백화점이 무너졌고, 성수대교도 판이 그대로 가라앉았다. 놀랍게도 아직도 이런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한 그룹은 자신의 수익 때문에 노동자의 사망을 모른 체했다. 우리나라에서 제빵으로 큰 점유율을 가지고 있기에 불매 운동도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 전진만 집중했던 그들에게 무엇이 남았을까.






담요를 나눠주던 시각 장애인은 병사에게 살아남은 것만으로 고맙다고 한다. 기차를 타고 가는 병사들을 본 영국 시민은 창문을 두드리며 맥주를 건넨다. 모두 그들에게 박수를 친다. 처칠도 철수가 승리였다고 말한다. 전쟁에서는 적의 침공에 대비해 더 많은 사상자를 내는 것이 성공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남을 죽이는 것보다 우리 편이 최대한 많이 살아남았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더 큰 전진을 위해 잠깐의 후퇴는 성공적이었다고 말한다. 철수했지만 끝까지 싸울 거라고.



전쟁에서 철수는 승리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 철수 작전은 명백한 승리지요.






너무 전진을 하다 보면 놓치는 것이 많다. 등산을 갈 때도 올라갈 때 보이지 않는 것들이 내려갈 때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코미디언 고명환은 그의 책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전진의 반대말은 후퇴가 아니라 역진이다." 이 말은 앞으로 막막한 현실을 보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충실하라는 뜻에서 쓰였다. 나는 더 폭넓게 해석해 본다. 너무 지쳐갈 때 가끔은 돌아가도 좋다. 우리는 뭐가 그리 각박하기에 주위를 돌아보고 가지 않을까. 가끔 달리고 있을 때 잠깐 멈춰서 돌아가보는 것은 어떨까. 가끔은 철수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철수하면서 놓쳤던 꽃이 보이고 전력도 보강할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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