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장중딩이 영 뭔가 마음에 안 든다.
껄렁거리는 태도, 곱지 않은 어휘 선택, 구부정한 자세.
다감하고 사근사근하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에도
어김없이 삐딱선을 탄 듯 건들거리는 말투.
토요일 오후,
친정집에서 점심 식사를 함께 하기 위해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참지 못하고 기어이 잔소리가 터져나왔다.
엘리베이터 거울 앞에 나란히 서서
거울 속의 장중딩의 눈을 보며 우다다다 따발총을 날린다.
좀 똑바로 대답할 수 없어?
에서 시작한 잔소리는
눈은 왜 그렇게 게슴츠레하게 뜨냐,
왜 짝다리로 그렇게 불량하게 서있냐,
뭐가 그리 힘들다고 맨날 그렇게 이마에 내천자를 그리며 인상을 쓰고 있냐,
부위별로 회를 뜨듯, 장중딩의 신체부위를 조목조목 뜯어가며 이어진다.
거울 속의 내 얼굴은 점점 벌게지는데,
거울 속의 장중딩은 귀를 닫고 숫제 눈을 감은 채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요... 하는 표정.
장중딩의 평온이 깊어질수록
에미의 분노 게이지는 치솟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친정집 앞에 쿠팡에서 배달된 물건이 있어서 가지고 들어가니
반품하려고 내놓은 거라고 도로 밖에 두라고 하신다.
-할아버지, 저도 반품할 거 있어요.
-응? 니네 집에 온 걸 여기서 반품을 어떻게 해.
-아뇨. 여기에 반품할게요.
-뭘?
-우리 엄마요. 아무래도 손상품이 온 것 같아요. 반품 좀 해가세요.
-반품 기한 지났어. 반품비도 엄청 비싸.
-불량품 보내면, 무기한으로 반품비 안내요. 제조업체 잘못이니까요.
주거니 받거니 이어지는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불량 반품 에미는 기가 막히고.
-이 시끼가 진짜! 확 박스에 담아가지고 도로 엄마 뱃속으로 던져 넣어버린다!!!
P.S 니가 아무리 불량하게 굴어도, 너의 속마음은 실은 우량하다는 거 엄마는 알아.
삐딱할 수 있음은 사춘기의 특징이자 특권, 잘 자라고 있어 감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