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나의 반걸음 차이
집에 있다가 문득, 가방을 들고 나왔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지만, 발이 먼저 움직였다.
도서관까지 걷는 길, 나의 그림자는 앞서가고
마음은 아직 집 앞에 머물러 있었다.
책을 반납하고 위층 카페에 앉았다.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한 시간쯤,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머리가 묵직하고, 마음은 멍했다.
시간은 흐르는데, 나는 흘러가지 못하는 기분이었다.
길을 걷다 벌레에 찔려
낯선 병원에 들렀다.
창가에 비친 내 얼굴이 조금 낯설었다.
어디쯤 와 있는 걸까,
지금의 나는.
읽으려 샀던 책을 팔면
그 책이 독서모임 선정도서로 돌아오고,
건강을 위해 운동을 시작하면
다시 몸이 아파온다.
모든 일이 반걸음씩 어긋나 있는 듯했다.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인생의 박자는
내가 정해놓은 리듬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게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세상은 늘 나보다 앞서 뛰지만
나는 내 걸음으로,
내 타이밍으로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