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가족들이 대변을 본 후 물을 내리지 못하게 하는 이상한 습관이 있습니다.
이런 제 이야기를 글로 써도 될지, 혹시나 혐오스러운 소재가 되지는 않을까 망설였지만, 오래 고민하고 미루다가 결국 글로 남기기로 했습니다. 내 나이 반백을 바라보며 그즈음의 할머니 모습이 떠올라 불현듯 닮아 늙어가는 저를 발견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런 할머니를 더 오래 추억하고 싶었고,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위대한 사랑을 유산으로 남겨주신 감사함을 언젠가 제가 없는 세상에서도 살아 있게 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가족들의 변에는 많은 정보가 들어 있었습니다.
남편이 사무실에서 혼자 소주에 왕뚜껑을 말아먹었는지, 버거킹을 시켜 먹었는지,
아들이 슈크림 붕어빵을 사 먹었는지 요플레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는지 그 흔적은 냄새로도, 색으로도 확인이 가능했지요.
때때로 덩어리 큰 음식을 씹지 않고 삼킨 날에는 여지없이 형태까지 확인할 수 있었지만, 잔소리는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어제 뭐 먹었구나?” 하며 관심을 표현하는 정도로만 썼습니다. 저는 그런 방법으로 가족을 사랑했습니다.
처음 제가
“똥 내리지 마”
라고 외쳤을 땐, 그냥 재밌어하던 가족들이
점차 소변도 대변도 물 내리는 걸 잊은 듯 볼일만 보고 나와버리고,
“덕분에 나는 세상 편하고 좋아!”
라고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듯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었죠.
그 또한 행복했습니다. 그런 소소한 웃음거리는 가족을 더 단단하게 하고, 우리만의 이야기로 소중하게 남았으니까요. 저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저의 그 관심이 가족들로 하여금 자신이 먹는 음식에 조금 더 관심을 갖게 했고, 자연스레 함께하는 집밥 식사가 늘며 대화거리도 많아졌습니다.
이제는 오더가 들어오면
음식이 나오기까지
대략 15분을 넘기지 않을 만큼
쾌속 주방장급 손놀림도 갖추게 되었답니다.
과거사가 되었지만
가끔 본인의 요리 솜씨를 뽐내며
난장을 해놓은 주방과 맞바꾼
맛있고 새로운 요리도 얻어먹어보았더랬죠.
할머니 말씀에
“물김치 떨어트리지 말아라”
라며 엄마께 하시던 말씀이 떠오릅니다.
나이가 들면
씹을 힘도 소화시킬 힘도 없어
부드러운 것에 소금 들어간 발효 음식이 최고 보양식이다
라시던 말씀이요.
저는 혼자 첫 끼니이자 마지막 끼니(하루 한 끼만 밥을 먹는 저입니다)를
할머니 표현으로 ‘싱건지(물김치 또는 동치미)에 밥을 적셔 먹고 있더군요.
이 음식은 똥검사를 해도 조사가 안 되는 완전범죄입니다.
다 흡수되고 더 나올 잔여물이 없는 식사!!
내가 벌써 음식을 즐길 나이를 넘어서고 있구나 싶은 생각과,
추억거리로 남겨보자는 마음과,
가족 간의 애틋함, 먹는 즐거움과 같은
소소한 삶의 행복으로 전해지기를 바라며 글을 이어가 봅니다.
저희 할머니도 제가 어릴 적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똥 쌌냐? 똥 내리지 마라.”
하시며 똥검사를 하셨고, 그런 극진한 사랑으로 저희 6남매를 키우셨어요.
저는 그 깊은 사랑 안에서 자랐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사랑은 제 안에 살아 있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위대한 유산이 되어 저를 지탱해 줍니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큰 나무는
늘 세상에 쉴 만한 그늘이 되어준다는 걸 믿고
풀 한 포기
작은 잎새
민들레 홀씨라도 좋으니
사랑의 그늘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다 갈 수 있기를 소망하며
오늘 일기 같은 수필을 마무리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처음으로 이런 인사를 올리게 되네요.
일기 같기도
편지 같기도 한 사람, 사랑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