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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그리움 사이를 노래한 평화

슈베르트 Du bist die Ruh - 그대는 나의 안식

by 이제이

Schubert Du bist die Ruh Op 59 No 3 D776


1823년 슈베르트는 시인 프리드리히 루케르트의 시에 곡을 붙였다 그는 이미 병으로 몸이 쇠약해져 있던 시기였고 짧은 생의 끝자락에서 오직 평화와 사랑을 노래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 곡은 단순한 사랑 노래가 아니라 인간이 마지막에 닿고자 하는 평온과 구원의 노래로 읽힌다

나는 당신께 내 눈과 심장을 바친다. 이 대목은 단순한 헌신이 아니라 세속의 모든 욕망과 번뇌를 잠재우고 내면의 고요로 돌아가려는 영적 헌정처럼 느껴진다.



작곡자 프란츠 슈베르트

슈베르트는 늘 짧은 생과 긴 그리움 사이를 노래한 작곡가였다.
그의 음악에는 세상의 부조리나 비극보다 그 너머의 따뜻한 온기와 구원의 빛이 있다.
이 곡이 발표된 1823년은 그가 불치병을 앓던 시절로 육체적 고통 속에서도 정신의 평화를 갈망했던 그의 마지막 노래들이 집중적으로 쏟아져 나온 때다.

Du bist die Ruh는 바로 슈베르트의 내면이 가장 투명하게 드러난 작품이다.
화려한 변주나 기교 없이 단 한 줄 한 줄이 기도문처럼 단정하고 순결하게 흐른다.



노래 엘리 아멜링 (Elly Ameling)

네덜란드 출신의 소프라노 엘리 아멜링은 이 곡을 사랑의 침묵을 표현하듯 노래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투명한 결처럼 빛이 스며들 듯 마음을 적신다.
음 하나하나가 마치 숨결로 쓴 편지처럼 다가온다.

그녀는 이 곡을 단순한 낭만가곡이 아니라 평화의 기도로 불러냈다.
특히 마지막 절 O füll es ganz 오 그것을 가득 채워다오 부분에서
그 소리는 절규가 아닌 무너지는 듯한 간절함으로 마무리된다.
마치 인간이 신에게 혹은 사랑에게 마지막으로 건네는 한 마디 같다.



곡이 들려주는 이야기

이 곡의 피아노 반주는 단 세 개의 화성으로 시작해 잔잔히 흘러간다.
그 속에서 가수의 목소리는 파도에 흔들리는 등불처럼 작고 섬세하다.
그러나 그 미묘한 흔들림 속에서 오히려 가장 단단한 고요가 피어난다.

슈베르트가 이 곡을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은
사랑의 격정이 아니라 평화다.
그리움조차도 결국 평화로 스며드는 정화된 감정의 끝을 들려준다.


오늘의 시


Du bist die Ruh,
그대는 나의 안식

Der Friede mild,
온화한 평화,

Die Sehnsucht du
당신은 그리움이며

Und was sie stillt.
그 그리움을 달래주는 존재이기도 하여라

Ich weihe dir
나는 당신께 바치나니

Voll Lust und Schmerz
기쁨과 슬픔으로 가득 찬 마음을,

Zur Wohnung hier
이곳을 거처로 삼아

Mein Aug und Herz.
나의 눈과 나의 마음에

Kehr ein bei mir,
내게 와서 머물러 주오,

Und schließe du
그리고 그대여 닫아 주오,

Still hinter dir
조용히, 그대 뒤로

Die Pforten zu.
문을 닫아 주오.

Treib andern Schmerz
다른 모든 아픔을

Aus dieser Brust!
이 가슴에서 몰아내고,

Voll sei dies Herz
이 마음이 가득 차게 하여 주오

Von deiner Lust.
그대의 기쁨으로.

Dies Augenzelt
이 눈의 성전이

Von deinem Glanz
그대의 빛으로만

Allein erhellt,
밝혀지게 하여 주오.

O füll es ganz!
오, 그것을 온전히 채워 주오..


감상

듣고 있으면 시간의 흐름이 멈춘 듯하다.
아멜링의 목소리와 슈베르트의 선율이 겹쳐지며
가슴 한켠이 서서히 정화된다.
그 어떤 화려한 절정도 강렬한 감정의 폭발도 없다.
다만 그 끝없는 고요의 깊이만이 남는다.

이 곡은 어쩌면 사랑이 완성된 순간보다
그리움이 평화로 승화되는 이후의 사랑을 노래한 것 같다.

들으면 알게 된다.
진정한 평화는 외부의 침묵이 아니라 내 안의 고요로부터 오는 것임을.
추천 감상 링크

https://youtu.be/QzYJ4nDhpRs?si=50SgEqsBvfmiC1g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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