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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smet Jan 23. 2021

매듭

단단히 꼬여버린 실타래를 풀어낼 수 없다면, 과감히 끊어내는 것 또한 하나의 방법이다.


며칠 전 샀던 피자를 다 먹지 못하고 냉장고에 넣었다. 쉽게 다시 꺼내 먹을 수 있도록 비닐봉지에 단단히 싸 그 끝을 묶어 냉동실에 넣어두었는데, 막상 오늘 다시 꺼내어보니 그 매듭을 풀어낼 수가 없었다. 3분이 넘는 사투에도 결국 그 매듭을 풀어낼 수 없었고, 끝내 가위를 꺼내 들며 "안 되는 일을 풀어내려 애쓰기보다는, 때론 과감하게 잘라버리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나는 어려서부터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스스로를 냉정하고 단호한 사람이라 이야기하며, "한번 아닌 사람은 영원히 아니야!"라는 이야기를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지만 사실 무엇인가를 끊어내는 데는 영 소질이 없었다. 그런 나는 첫사랑과 이별한 후에도 그 인연을 단호하게 끊어내지 못했고, 5년이라는 긴 시간을 더 쏟은 후에야 겨우 헤어 나올 수 있었다. 무려 지구 반대편 그곳에서 말이다.


또 나는 무례함과 거짓으로 수없이 부딪혔던 친구와의 인연도 쉽게 끊어내지 못했었다. 그와의 인연을 끝내기까지는 3년이라는 긴 시간을 할애해야만 했었는데, 그간 겪었던 수많은 갈등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조금 더 나이가 들어 그 친구를 이해하고 다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한 친구는 이런 나의 모습을 보며 그렇게 고생을 하고도 아직도 정신 못 차렸냐고 꾸짖기도 했었다.


당시 첫사랑과 오랜 정이 든 친구를 끊어내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녀를 잊는 데에는, 5시간 동안 멈추지 않았던 눈물과 2개월의 음주가 뒤따랐고. 친구와의 마지막에는 금전적 손실이 뒤따랐다. 하지만, 그들과의 인연을 정리하고 난 후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 있게 되었고 마음 편히 잠드는 날들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끊어냄으로써 삶의 풍요를 얻게 된 것이다.


끊어낸다는 건, 맺음보다 어려운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끝끝내 정리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나의 삶이 여전히 그 관계 속에 얽매여 있었다면 어땠을까.


우리의 지금도, 내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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