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19일
요즘 패션이 '거리 street'를 거스르면, 브랜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요소 중 아주 중요한 무언가를 포기했다고 봐도 된다.
과거의 패션은 거리와 대척점에 있거나, 일부러 거리의 흐름을 거스르는 역사를 반복했다. 특별한 반감이라기보다는 실제 고급 기성복 문화의 시작이 노동자나 평민 계층과 상관없었던 탓이다. 그만큼 둘 사이에 '거리감'이 있었고 이러한 차이를 드러내는 걸 서로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제 많은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거리, 즉 스트리트웨어의 우산과 유산 아래 함께 걷는다. 거리와 보통 사람들의 취향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어딘지 구식으로 전락하고, 모자란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종종 온전히 개인의 창작에 몰두해서 거리라든지, 빈번하고 흔해 빠진 흐름은 제쳐 두고 무언가 만들어내는 재능을 볼 때, 나는 진심으로 감탄한다.
좋고 나쁘고 하는 취향과 차이를 떠나서, 유행으로의 패션에 올라타지 않고 그저 좋은 옷을, 남들과 전혀 다른 감각으로 지어내는 이들이 그만큼 드문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