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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 Mar 05. 2021

복합적인 짜증이 깃든 밤

글의궤도 6호

관객의취향에서는 매일매일 글쓰는 모임 '글의궤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의궤도 멤버들의 매일 쓴 글 중 한편을 골라 일주일에 한번씩 소개합니다. 아래의 글은 매일 쓴 글의 일부입니다.


1박 2일 지방출장을 다녀와서도 밤 늦게까지 당장 급한 일을 쳐내려니 자꾸 예민해진다. 밤늦게 발송되는 메일 알림을 보다, 내가 같은 일을 두번 할까 걱정되어 슬쩍 말을 걸어오는 동료의 카톡에도 신경이 곤두선다.

나는 남들보기엔 답답하거나 고생스러워보이지만 내 기준엔 정신이 산만하지 않고 일처리가 마음이 편한 방식으로 일을 진행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동료는 내가 밤늦게 잡일하는데 걱정되어 더 효율적인 방법을 알려주려 일부러 카톡을 했겠지만, 나는 외려 갑자기 들어온 문의에 '내 방식이 뭐가 잘못됐나?!!' 하는 생각에 밤늦게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흐름이 깨지는 바람에 오히려 더 심란스러워졌다.

나도 내 나름의 이유가 있기에 '당신과 내가 뇌구조가 다른 탓'이라 얘기했지만 사실 내 방식은 내게만 효율적일뿐 다른 이에게는 수고스럽고 비효율적인 방식이란걸 안다.

그러나 어쩌리. 실수가 잦고 방금 내가 보낸 메일에도 확신이 없는 나는 무식해보여도 하나하나 차근차근해야 중간에 뭐가 끼어들어도 불안하지 않고 내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거늘.

괜시리 일의 흐름이 끊겨 더욱 불안해진나는, 상대방에게 괜히 내 감정을 드러낸 것 같다. 사실 흐름이 끊겨서 다시 일을 되짚느라 역효과가 난 건 맞으니까. 근데 이건 나의 문제인데....

요즘 피곤하고 마음이 급하고 또 실수가 너무 잦다. 그에 대한 지적도 자주 들으니 마음이 너무나 습자지처럼 파들거리던 차에 진정 나를 걱정해서 건넨 얘기엔 버럭 성질이 나고 말았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깨닫고 더욱 스트레스를 받아 울컥이고 있다.

물살이 댐 위로 넘어가기 전에 수문을 열었어야하는데 미처 내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럴때 울컥 넘쳐버리니 더욱 마음이 힘든 요즘이다.

내일 혹은 모레 연봉협상을 할텐데, 올해는 글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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