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 재무코칭 이야기-1편)
운전을 하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 네이버 엑스퍼트를 통해 “사회초년생 재무코칭”을 신청했는데, 회신이 없어서 문자를 한다고 하는 내용이었다. 깜짝 놀랐다.
네이버 엑스퍼트!, 내가 2021년 하반기부터 “사회초년생 재무코칭”을 하면서 네이버에 올려 두고 잊고 있었던 프로그램이었다. 몇 년 동안 아무런 문의가 없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특별한 후기도 없고, 상세한 설명도 부족한 상태였다. 그냥 올리기만 하면 사람들이 막 찾아올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에 올린 것이었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온라인 세계의 생리를 이해하게 되면서, 그렇게 올려 둔다고 누가 와서 결제를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미 올린 것을 일부러 내릴 이유도, 여유도 없어서 그대로 둔 것이었다. 처음에는 혹시 누구라도 보고 연락하지 않을까 하고 두었다면, 시간이 흘러 지금은 그런 것을 올려두었는지도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
2021년 “사회초년생 재무코칭”을 하던 때를 생각해 보면, 내가 개발한 재무코칭 프로그램으로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던 때이다. 40이 가까운 나이에 회계사가 회계나 세무가 아닌 소비자학을 더 공부하겠다고 대학원에 가서 힘들게 박사학위를 받고 난 직후였다.
한 사람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의 시작을 만들어주는 재무코칭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2015년부터였다. 이를 위해 400여 편이 넘는 논문들과 다양한 관련 책을 보았고, 실제 상담사례와 코칭 사례를 연구했다. 행동의 변화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행동이 변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코칭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재무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재무설계라는 과정을 개인이 미루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수행하게 만드는 재무코칭프로그램을 완성한 것이다. 그리고 이를 실제로 현장에서 적용해 보고 그 효과를 입증해 보이기 위해 나는 코치 자격증까지 취득해서 전문코치가 되었다. 그렇게 해서 재무코칭프로그램의 효과를 입증한 박사논문이 통과되고 나는 2021년 2월에 소비자학 박사가 되었다.
학위 수여식 날 박사 가운을 입혀주시면서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이제 사회를 위해 돌려주라고.
나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영향을 꽤 많이 받는 편이다. 우리 교수님이 책을 내라고 하셔서 책 쓰기 모임에 들어갔고, 사회에 돌려주라고 하셔서 “사회초년생 재무코칭”을 하기로 했다. 사회초년생들이 당시에는 가장 도와주고 싶은 집단이었다. 그들의 시작을 잘 잡아주어, 내가 만나는 30대, 40대들이 많이 하는 고민(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했는데 모은 돈은 없고, 그렇다고 헤프게 쓰는 것도 아닌데...)을 하지 않게 해주고 싶었다.
내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채널은 블로그였다. 나는 무언가를 읽거나 배우면 글로 써서 정리를 해야 제대로 끝내는 느낌이 드는 편이다. 아이들 키우면서는 육아 관련 서적을 읽고 블로그에 정리했고, 개업을 해서 세무 공부를 많이 하던 시기에는 세금 관련 이야기를 써서 올렸다. 나중에 투자 공부를 할 때는 읽고 나누기기 위해 매일 아침 경제신문 1면을 정리해서 올리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블로그가 나름 노출이 되곤 했나 보다. 내 블로그를 사용하게 해 달라는 쪽지들이 오기 시작했다. 나만의 기록장으로 알고 있던 블로그가, 뭔가 가치가 있는 것인가 보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회초년생 재무코칭 안내장을 만들어서 블로그에 올렸다. 페이스북에도 같이 올렸더니 아는 회계사 선배님이 자기 아들을 추천해 주셨다. 우리 사무실 막내 직원, 코칭 교육에서 만난 워킹맘, 블로그를 통해 신청한 블로그친구 김 모 양, 온라인 단톡방모임 친구 김 모군 등을 코칭하게 되었다. 아직 재무코칭을 유료 서비스로 만들지 못한 상황이었고, 사회초년생이라 내가 도와주어야 한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5회 서비스를 거의 무료로 해 주었다(5회에 30만 원 받고 끝까지 참여하면 80% 환급해 주는 조건이었던 것 같다. 내 입장에서는 환급은 사비로 해 준 거라서 부가가치세랑 소득세 내면 나에게 돌아오는 돈은 한 푼도 없는 구조였다.)
사회초년생 재무코칭 체험단을 모집했던 블로그 글
https://blog.naver.com/youstina2000/222505292290
사회초년생 재무코칭 체험단의 첫 모임 후기
https://blog.naver.com/youstina2000/222528263697
그중 한 친구가 추가로 투자 관련 재무코칭을 더 받고 싶어 했고, 결제를 받기 위한 플랫폼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네이버 엑스퍼트였다. 그 친구가 결제해서 사용하곤 아무도 찾지 않았던 그 네이버 엑스퍼트 서비스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그 사회초년생 재무코칭 서비스에 2년 만에 누군가가 등록을 한 것이다.
나는 이 재무코칭 프로세스의 우선순위를 최상위에 두고, 나름 빠르게 사전 설문지 등 필요한 자료를 보냈고, 그녀도 만만치 않게 빠르게 피드백을 해왔다. 여태껏 내가 온라인 세상에서 체득한 바로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돈 이야기를 하면서 상담을 받을 때, 이렇게 온라인 검색으로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신청하는 경우는 없었다. 아니, 거의 없었다. 가끔 이렇게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주 특별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매우 기대가 되고 설레었다. 도대체 어떤 분일까? 어떻게 나를 찾았을까?
처음 박사논문을 위해 재무코칭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제로 적용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가장 큰 고민은 고객을 어떻게 섭외할까에 관한 것이었다. 다짜고짜 “내가 연구를 위해 필요하니, 당신 돈 이야기를 나에게 상담받으세요”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잘 알고 지내는 CFP(재무설계사자격증)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누군가가 꼭 유료 상담을 받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코엑스에서는 MONEY쇼라는 금융사들이 협찬하는 “재테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한 박람회가 있었다. 거기서 그 언니가 무료 재무상담을 해주고 있었는데, 한 여성이 상담을 받고는 추가로 유료 상담을 받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꼭 “유료”여야 한다고 했단다.
그렇게 나와 인연을 맺은 그녀는, 결국 산후조리기간에 빌딩을 하나 매수했고,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을 하는 등 재무코칭을 받은 이후 놀라운 성과들을 보여주었다. 나와 이야기했던 재무목표들을 위해 행동하는 실천력에 나조차도 놀랄 정도였다. 그녀가 “유료”를 고집했던 이유는 “무료”상담의 피해나 구조적인 문제점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네이버 엑스퍼트에서 날 찾은 이 사회초년생 역시 똑같은 이야기를 사전설문지에서 밝혔다. 재무상담이라고 검색해도 모두 상품 판매로 끝이 나는 그 시스템을 벌써 파악한 모양이었다. 경험해 보지도 않고 이런 시스템을 파악하다니, 대단한 능력이다.
재무상담을 위해 전문가는 시간을 쓴다. 내가 사회초년생 재무코칭을 한 번만 하고 더 이상 하지 않은 것도 내 시간을 계속 그렇게 봉사(?)에 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내가 그 시도를 했던 이유도 봉사라기보다, 실제로 사회 초년생들을 만나서 연구로만 했던 재무코칭을 실제 현장에서 해 보고 싶었던 내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자기 시간을 모두 재무상담에 쓰면서 계속 무료로 해 준다면, 그 재무전문가는 무엇으로 돈을 버는지 당연히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한다. 돈의 흐름을 빼고 세상 어떤 상황도 제대로 이해할 수는 없다. 재무전문가들은 대부분 금융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보험판매수수료, 펀드유지수수료 등 금융사 수수료를 기반으로 상담을 한다. 제대로 된 상담사라면 이 부분을 초반에 명확히 밝힌다.
“내가 상담은 무료로 해 드리지만, 이 상담을 통해 금융상품을 가입하게 되면 그 수수료를 제가 받게 됩니다. 하지만 상품 가입은 절대 의무 사항이 아닙니다.”
이런 구조에서 상담을 다 받고 상품 가입을 하지 않으면, 사실 고객은 내심 미안한 상황이 된다. 아무리 부담 가지지 말라고 해도 부담이 안 될 수 없다. 그러니 다음에 다시 연락이 오면 피하게 된다. 고객은 미안해서, 부담되어서 피한다. 연락하는 사람은 그렇게라도 인연을 가져가다 보면 상품 가입할 날이 오겠지 라는 마음으로 연락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이런 구조는 보험설계사로 일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유료로 재무코칭을 하는 것이 의미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를 알고 찾아오는 고객들은 많지 않기에, 이런 사람들을 보면 아주 반갑고 귀하게 느껴진다.
[그녀가 작성한 사전설문지입니다. 누구나 고민하는 문제들이기 때문에 답변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Q) 재무코칭을 신청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1. 새어나가는 돈을 찾고 싶음 - 돈을 벌고 있는데 이상할 정도로 돈이 더 부족하다고 느껴서 그 원인을 찾고 싶어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2. 두려움을 극복하고 싶음 - 학창 시절에 수학을 매우 싫어해서 그동안 "회계/경제 = 수학"이라고 생각해서 회피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대학생 때까지는 사는 데에 지장이 없었는데 취업을 하고 나니까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아져서 이제는 회피하지 않고 공부하고 싶습니다.
3. 전문적인 도움을 받고 싶어서 - 경제적인 고민거리는 매우 밝히기 어려운 문제여서 부모님을 포함한 가족 및 지인에게 털어놓을 수 없어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자 신청하였습니다.
돈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 느낌이 사실인지 숫자로 확인해 봐야 한다. 또한 무엇을 기준으로 부족함을 논할 것인지 그 기준을 세우는 것이 우선이다.
두렵다 → 숫자(수학)를 두렵게 만드는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희생양이 아닐까 추측해 보았다. 사실 숫자는 우리의 삶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좋은 도구일 뿐이다.
가족과 지인에게 물어보기 어렵다 → 그녀가 걱정하는 보안 문제도 있겠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도 잘하고 있다는 보장이 없다.
Q) 돈과 관련하여 어떤 문제와 고민을 가지고 계신가요?
1. 수입에 비해 지출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2. 주변에서는 예/적금보다 투자를 많이 하는데 제 상황에서 저도 다른 사람들을 따라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아닌지도 궁금합니다.
3. 나만의 재무계획과 포트폴리오?를 스스로 작성해보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수입에 비해 지출이 지나치게 많다 → 역시 기준점이 없으므로 “지나치게 많다”는 평가도 의미가 없다. 숫자로 봐야 하고 기준이 있어야 한다.
FOMO(fear of missing out), 남보다 뒤처진다는 불안감 → 목표 수익률에 대한 기준이 생기고, 내 투자역량과 필요한 투자역량을 객관적으로 알게 되면 불안감은 사라진다. 두려움에 잘못된 의사결정을 해서 후회하는 사람들을 많이 코칭해 봤다. 두렵다고 잘 알지도 못하는 투자를 하는 행동은 정말 피해야 할 행동이다.
나만의 재무계획과 포트폴리오를 세우는 방법을 우리는 “재무설계”라고 부른다. 혼자 하기 어렵기 때문에 나 같은 재무전문가가 도와주면 효율적이다. 도와주는 방법으로는 코칭이 제일 좋다. 그게 내가 10년간 대학원 다니며 박사학위 받으면서 얻은 결론이다.
Q) 내가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 지금의 삶에서 가장 바꾸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돈에 쫓기지 않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마음껏 여행을 다니고 싶습니다.
무엇인가를 구입할 때마다 드는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사회를 위해 더 많이 베풀고 싶습니다.
나는 성선설을 믿는다. 또한 사회를 위해 베푸고 싶어 하는 선한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났다. 그것은 선해서이기도 하지만, 남을 도울 때 나의 가치가 크게 느껴지는 것은 인간의 본성인 것 같다. 여행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대부분 여행을 바란다. 하지만 그게 진짜 내가 바라는 것인지는 보다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 또한 타인의 기준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일상이 행복하고 충만하다면 왜 벗어나고자 할까?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일상이 어떻게 변화해야 머물고 싶어질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이 답은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는다. 지속적 성찰이 필요한 영역이다. 뭔가를 구입할 때 느끼는 죄책감은 무의식의 발현이다. 부모님이 아마 돈을 못 쓰게 하시는 분들일 수 있다. 이러한 감정은 앞으로 돈 관리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행히 재무코칭을 받게 되면 마음이 편해지고, 돈을 쓸 때 내가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정적 감정은 사라진다. 사회를 위해 베푸는 것에 대한 욕구는 “빵식이 아저씨” 스토리를 보며 내가 느낀 생각을 정리한 글을 참고하면 좋겠다.
Q) 당신이 현재 고민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에 시도해 본 것들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무작정 숨 참듯이 돈 안 쓰면서 버티려고 노력했으나 매번 실패했습니다.
캬, 표현 방식이 아주 적절하다. 숨은 참으면 안 되듯이 소비지출도 참는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다이어트도 참으면 요요가 오듯, 소비지출도 참으면 풍선처럼 다른 방식으로 더 큰돈을 쓰게 될 수 있다. 소비의 욕구 자체가 잘 관리되어야 한다. 평소에 잘 먹으면 달달한 간식이나 야식이 아예 땡기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평소에 소비를 잘하면, 자잘한 지출이나 보여주기 위한 지출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내가 그랬고, 재무코칭받으시는 분들이 말씀해 주셨다. 목표가 명확해지고, 내 삶의 가치가 뚜렷해지니까 지출은 그냥 자연스럽게 줄었다고.
Q )당신이 현재 고민하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방해가 되는 것(또는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무지와 막연한 두려움
막연한 두려움은 무지에서 비롯된다. 미래가 불안해서 지출을 극도로 제한하던 P모씨는 엑셀로 미래 현금흐름을 확인한 이후 두려움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모자라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실제 눈으로 보고 나니, 덜 두렵다는 것이다. 아이 교육비를 감당하지 못할까 봐 두려웠던 K 씨 역시 엑셀 시뮬레이션으로 최악의 상황을 계산해 본 후 마음이 편해졌다고 했다. 어디가 끝인지 보고 오면 막상 두려움이 사라진다. 무지는 아마도 두 가지 측면이 있을 것이다. 재무코칭을 통해 다양한 종류의 무지가 사라진다. 1)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2) 내 재무적 상황을 정확히 알게 되며 (현재와 미래까지) 3) 내가 원하는 삶(돈 걱정 없는 삶)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순서(프로세스)를 알게 된다
Q) 당신의 돈 관련 고민을 해결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그 결과물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할까요?
돈을 아껴 쓰면서도, 돈을 필요할 때 쓰면서도 죄책감이 들지 않는 행복한 삶이 결과물이 되어야 한다고 생 각합니다.
재무코칭의 결과물을 아주 잘 표현해 준 답이다. 결국은 행복한 삶이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삶이 아니라 오늘도 행복하고, 이 행복이 내일도 계속되도록 하는 그런 돈관리, 그것을 도와주기 위해 재무코칭을 하는 것이다.
(그녀와의 첫 만남에 대한 이야기는 2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