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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도 황희두 Nov 25. 2018

영원한 나의 지원군, 사랑하는 할머니께.

1년 만에 하늘에서 만나셨을 할머니와 아버지, 이젠 행복하시길..

"엄마 왔능교? 내 말도 없이 먼저 와 미안하네..."


지금쯤 1년 만에 할머니를 만난 아버지의 첫마디가 아닐까 싶다. 생전 둘 도 없는 효자에서 하루아침에 연락 한 통 없는 불효자가 되어버린 우리 아버지. 아무리 모든 짐을 내려놓고 하늘로 떠나셨다지만 그간 어찌 마음 편히 지내셨을까.

집안에 전설처럼 내려오던 일화가 하나 있다. "아버지께서 생전 할머니께 화를 낸 걸 본 적이 없다"는 친척들의 말씀이 바로 그것이다. 그만큼 할머니를 사랑하던 둘 도 없는 효자였다는 뜻이다. 이 일화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가슴이 미어질 것만 같았다. 그렇게 할머니를 사랑하시던 아버지께서 아무런 말씀도 남기지 못하신 채 그렇게 떠나야만 했으니.


좌측부터 친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순

나의 사랑 이야기


아무래도 약 15년 전, 어느 여름날의 기억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될 거 같다. 당시 나는 아버지에게 툭하면 대들고, 때로는 까지도 서슴지 않던 불효자였다. 내가 불 같던 아버지께 쉽게 저항할 수 있었던 것은 할머니께서 항상 지켜주신 덕분이다. 어느 날 우연히 나는 아버지께서 할머니에겐 꼼짝 하는 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 아버지께 혼날 때마다 시골에 계신 할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로 사랑하는 어린 손주가 울먹일 때마다 항상 할머니께선 아버지를 호되게 혼내셨다. 평소 아버지는 할머니 말씀이라면 꼼짝도 못 했기에 그때마다 나를 용서해주셨다. 옛말에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있지만, 적어도 아버지와 할머니 사이에는 해당되지 않았던 거 같다.


그렇기에 나에게 있어 할머니 세상 제일 든든한 지원군과도 같았다. 어린 시절, 나는 할머니께서 잠시 서울에 올라오셨다가 다시 시골로 내려가시면 무척 서럽게 울었다고 한다. 그만큼 나도 할머니를 따르고 사랑했던 것이다. 그런 할머니께서 이젠 시골이 아닌 저 멀리 하늘로 떠나셨다. 2018년 11월 23일, 아버지의 1주기 바로 다음 날.


사실 그 누구도 할머니께서 충격으로 돌아가실까 아버지의 소식을 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정말로 모르셨을까. 매일같이 안부 인사를 잊지 않던 효자 아들의 연락이 어느 순간 뚝 끊겼는데 말이다. 나는 할머니께서도 알고 계셨으리라 생각한다. 가끔 할머니를 찾아뵐 때마다 그리운 이들을 애타게 기다리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당연히 아들은 보이지 않았고, 매번 실망하신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망운지정(望雲之情). 멀리 떠나온 자식이 어버이를 사모하는 정을 뜻한다. 나는 감히 예상해본다. 아들을 그리워하며 슬픔에 젖은 어머니를 보다 못한 아버지께서 1주기에 내려와 모간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천붕이요 자식이 먼저 떠나면 참척이라 했다. 천붕보다 더 크다는 참척의 고통을 홀로 감내하시던 할머니도, 저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만 보시던 아버지도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을 것이다. 서로를 애타게 그리워하던 둘 도 없는 모자(母子)가 1년 만에 하늘에서 만났을 테니.


사랑하는 할머니와 나


할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신 다음 날 하늘에선 첫눈이 내렸다.  새하얀 눈이 할머니 가시는 길을 밝게 비춰줄 것이다. 세상 둘 도 없는 모자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기리며 송강 정철의 시 한 편을 마음속에 새기려 한다. 홀로 남 어머니께 최선을 다해 효도하다는 마음으로.


어버이 살아실 제 섬기길랑 다 하여라 /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찌하리 / 평생에 고쳐 못 할 일이 이 뿐인가 하노라.


하늘에 계신 할머니께서 항상 나를 지켜주시리라 믿는다. 

영원한 나의 지원군, 사랑하는 할머니.

2018.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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