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두 씨, 청년이 우리의 미래입니다. 청년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저는 일하다가 과로사하는 게 꿈입니다.”
돈 많이 벌고, 행복하고, 무병장수를 꿈꾸는 보통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꿈을 가진,
대다수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희한한 소원을 가진 사람. 바로 박원순 서울시장의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이 과연 알까.
그가 없었다면 광화문과 시청에서 박근혜 탄핵 촛불 집회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7년이란 세월동안 묵묵하게 서울시와 청년들을 지켜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내가 그를 처음 알게 된 시기는 중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학교 과제로 ‘본인이 꿈꾸는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의 인터뷰’를 했다. 당시 변호사를 꿈꿨던 나는 아버지와 친한 어떤 변호사를 만났다. 덕분에 나는 몇 시간 동안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많은 걸 들을 수 있었다. 인터뷰가 거의 끝나갈 무렵, 갑자기 그분께서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변호사 중에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정말 대단한 사람이 한 명 있다. 약자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멋진 인권 변호사고, 그는 NGO단체까지 만들어 사회 변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박원순이라는 사람이다.”
당시 나는 사회에 크게 관심이 없었던 터라 그냥 ‘대단하다’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갔다. 게다가 인터뷰를 마친 후, 나는 프로게이머의 길을 걸어갔기에 어느 순간 박원순이라는 사람은 머릿속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나는 국도형 대표와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간의 통합을 꿈꾸며 청년 단체를 설립하게 된다. 이를 위해 많은 기성세대 분들을 만나 조언을 구했다. 그 분들께서 나에게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
“혹시 박원순을 아느냐?”
왠지 어딘가 낯익은 느낌.
그렇다. 마냥 낯설지만은 않았던 그 이름, 그는 바로 인터뷰 당시 들었던 인권 변호사였던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박원순 변호사가 천만 시민을 이끄는 서울시장이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이후 박원순이라는 사람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인권변호사 시절에는 최초로 성희롱 문제를 다뤄 사회적 범죄로 각인시키고, 여성에게도 인권이 있다는 사실을 본격적으로 알렸다고 한다. 이후 참여연대를 결성해 소액주주운동, 낙천낙선운동 등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갔고, 아름다운 재단을 설립해 1% 나눔 운동으로 새로운 기부 문화를 도입했다. 시민들과 생활용품을 공유하는 '아름다운 가게',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희망제작소', 공정무역 커피회사 '아름다운 커피' 등도 전부 그의 작품이다.
어느 순간 나는 사회운동에 큰 기여를 한 박원순이라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졌다. 모두가 힘들다고 하는 NGO 분야에 평생을 바친 그에게서 많은 걸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엔 '과연 그가 나 같은 사람을 만나줄까?' 싶은 마음에 엄두가 나질 않았다. 하지만 평소 소통에 능했던 그는 흔쾌히 시간을 내주었다. 처음 만났을 때 그가 꺼낸 첫 말씀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희두 씨, 청년이 우리의 미래입니다. 청년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지요. 꿈과 열정이 넘치는 청년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나는 그 말씀이 정치적이지도 않으며 단순한 위로가 아니었다는 사실은 금방 느낄 수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열심히 활동 중인 청년들과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해주었기 때문이다. 평소에 그가 소통을 중요시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경청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심지어 청년들이 남긴 사소한 이야기까지도 오랜 기간 기억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는 절로 존경심이 생겨났다.
이후로도 박원순 시장은 청년들과의 만남을 먼저 추진했다. 덕분에 나는 청년들과 함께 다양한 고충들을 전달할 수 있었고, 그런 소통만으로도 너무나 큰 위로를 받았다.
메르스 사태 당시 신속한 대처를 통해 서울시민들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많은 보수세력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청년수당' 제도를 강행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역시 박원순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원순 시장을 보면 영화 <인턴>의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 분)가 떠오른다.
열정적인 CEO가 되어 날고 싶어 하는 줄스(앤 해서웨이 분)를 묵묵히 도와주는 인턴 벤의 모습을 보면,
마치 큰 꿈과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청년들을 뒤에서 묵묵히 도와주는 박원순 시장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나는 NGO 활동을 시작한 후 박원순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깨달았다.
그가 수십 년간 만들어온 길이 얼마나 대단한 업적인지를.
피 튀기는 정부의 억압과 쓰라린 상처 속에서 그가 얼마나 단단하게 버텨냈는지를.
천진한만하게 웃고 있는 푸근한 인상의 그가,
실은 얼마나 대단하고 강한 사람인지를 나는 잘 안다.
개인적으로는 딱딱하고 권위적인 사람보다,
매번 푸근하게 웃으며 반겨주는 할아버지 같은 그가 훨씬 좋다.
세상의 매듭을 푸는 일을 하고 싶다던 박원순 시장.
아직은 그가 서울과 국가를 위해 풀어가야 할 매듭이 너무나 많다고 생각한다.
먼 훗날 따릉이를 타고 평양까지 한달음에 달려가는 날까지 는 계속 달려야 하지 않을까.
매 순간 할아버지처럼 친근하고 푸근한 미소를 지은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