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란 Sep 04. 2024

네가 한평생 추구하고 싶은 가치는 무엇이니?

나만의 행복을 찾아 떠난 길 위에서 써 내려간,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

성공 대신 성장하러 나왔습니다

나만의 행복을 찾아 떠난 길 위에서 써 내려간,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


꽤 오랜 시간 정치부 기자가 되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 하지만 대학생의 얕은 경험으로 보고 느낀 그 세상은 늘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고 비판해야만 하는 곳이었다. 누군가의 치부를 들추고 지키지 못한 약속을 들이밀며 따지는 일 말고, 좀 더 행복한 방법으로 좀 더 따뜻한 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어졌다. 과연 그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던 내게 때마침 날아왔던 아빠의 질문. 


“네가 한평생 추구하고 싶은 가치는 무엇이니?”


그때 머리가 띵하고 울리면서 ‘사랑’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살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장 많이 느꼈던 교생실습의 기억도 함께 떠올랐다. 


그래, 나는 사랑을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나는 사랑을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거였다. 그렇게 나는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만나 사랑을 나눠주고, 그 사랑을 받은 아이들이 또 주변에 사랑을 나누는 그런 이상적인 삶을 꿈꾸게 되었다.





사랑이라는 가치를 나누는 사람


‘일반사회 서울 신규 채용 0명, 공통사회 전국 신규 채용 0명’


졸업을 앞두고 진지하게 임용 고시를 준비하려던 내가 마주해야 했던 첫 번째 절망. 중등 임용시험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전국에서 단 한 명도 뽑지 않는 과목들이 생겨났고, 내가 준비하려던 일반사회는 서울에서 단 한 명도 신규 교사를 채용하지 않았다. '공통사회도 갑자기 신규채용 0명이 됐는데, 일반사회라고 안전할까...?', ‘열심히 준비를 한다 해도 갑자기 전국 신규 채용 0명이 뜨면 나의 젊음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하는 불안감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생각보다 금방 결론이 내려졌다. 본질에 집중하기로 했다. 사랑이라는 가치를 나누며 살고 싶어 교사가 되고 싶었던 내 선택의 본질에. 정교사처럼 안정적이지 않고 한시적이라 할지라도 당장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간제 교사가 되기로 결심을 굳혔다그렇게 나는 한없이 예쁘고 한없이 사랑스러운 학생들에게 내가 가진 모든 애정을 쏟는 열정 넘치는 교사가 되었다.





길 위에서 길 찾기


오늘을 열심히 살아도 내일이 보장되지는 않는 교사로 보낸 나의 20대, 나의 청춘.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너무나 행복했다. 


아니, 행복했었다. 조금만 고생하면 안정된 내일이 보장될 거라는 헛된 말에 희망이라는 걸 품고 내 일이 아닌 일도 내 일처럼, 때로는 내 일보다 더 열심히 하며 지내길 몇 년. 희망을 품게 했던 그 말이 당장 필요할 때 쉽게 부리기 위해 쓴 가치 없는 말이란 걸 깨달은 후에는 씁쓸함과 허무함,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고 해도 때때로 울컥하고 올라오고야 마는 서러움이 나를 서서히 잠식해 갔다.


그렇게 만 서른을 목전에 둔 어느 날, 나는 꽤 오랜 시간을 고민했으면서도 꽤 충동적으로 ‘탈출’을 외치고 비행기 표를 끊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늘 내가 주인공인 드라마지만 온전히 나를 위한 삶이 아닌 것 같은 의구심과 씁쓸함이 마음 한구석을 찜찜하게 만들던 한국에서의 시간들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길 위에서 길을 찾기 위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